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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오르는 80%는 여자
80%의 여자중에 한사람이고 싶다
2013-04-28 23:55:02최종 업데이트 : 2013-04-28 23:55:02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성희

어제 산을 9시간 타고 온 남편이 아침에는 휴식을 할 줄 알았더니 또 산을 가자고 한다. 이리 저리 머리 굴려 산을 가기 싫어서 최대한 시간을 끌고 있었는데 남편 왈 "봉지와 칼을 준비하세요" 한다. 혹시나 해서 물었더니 쑥캐러 간다고 한다.

쑥캐는 장소를 보고 왔다는 것이다. 지난 번 오산에 있는 독산성앞 부근에서 본 쑥을 캐러 가자고 한 것이다. 여기저기 봄햇살이 우리 부부를 비추고 있었고 나 또한 신바람나게 따라 나섰다.

산에 오르는 80%는 여자_1
산에 오르는 80%는 여자_1

잘 모르는 길이지만 남편따라 걷다가 보면 앞에 남편은 없고 그래서 조금 힘들어도 참고 걸어가 보면 남편이 서 있는 것이다. 정말 고맙고 했다.
그러고 보면 부부는 대화를 해야 한다. 자신의 생각이 맞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무조건 소통은 된다고 보아진다.
내가 산을 가면 먼저 가버리고 빨리 걷기 때문에 두렵고 가기 싫다고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번에 이어 두번째로 캐러 갔는데 이번에는 제법 쑥이 자라 있다. 쑥은 특히 손발이 찬 내게 좋다고 해서 정말 행복하다.
보온밥통에 도시락을 담는다. 집에 있는 반찬이지만 산에 올라가서 먹는 밥맛은 꿀맛이다. 밥과 김치, 그리고 상추, 쌈장, 청양고추 2개, 우거지 나물 볶은 것, 계란 후라이 한개 준비한 것은 밥위에 올리고 신나게 따라 나섰다. 가만 보니 독산성으로 향해 걸어 가는 것이 아니라 반대길로 간다.

아직 오산의 지리를 잘 모르는 상태라 무조건 따라 나섰다. 그런데 가만 보니 조릿대 나무도 보이고 민들레도 보이고 여기저기 이름모를 꽃나무까지도 우리 부부를 반겼다. 남편은 목적지에 쑥을 보여 주면서 뜯기 시작했는데 두어시간 지나고 보니 쑥이 제법 되었다. 서로 내기라도 하듯이 쑥을 깨끗하게 그리고 많이 봉지에 담기시작한다.

산에 오르는 80%는 여자_2
산에 오르는 80%는 여자_2

산에 오르는 80%는 여자_3
산에 오르는 80%는 여자_3

아무래도 여자인 내가 더 많이 봉지에 가득 담게 되었다. 한참을 캐다 보니 저멀리서 쑥캐는 남자가 보인다. 쑥보다 정작 쑥캐는 그 자체가 더 행복인지도 모르겠다. 점심을 먹고 또 쑥캐기로 돌입하였다. 그런데 문상갈일이 생겨 전화를 받는 모습을 보고 급하게 산을 내려와야 했다.

내려오는 도중에 돛나물도 발견하고 일일이 예쁘게 다듬어서 봉지에 담지 못했다. 급하게 내려오느라 그런데도 행복한 것이다. 
쑥을 캐러 가자는 그 말도 그렇지만 막상 자연을 벗삼아 산을 타고 보니 정말 좋았다. 도보를 할 수 있는 알맞은
능선으로 내려오고 보니 독산성주차장이 보인다. 그런데 내눈에 발견한 것은 이전에 아름다운 도보여행에서 주관한 삼남길 걷기가 있었다. 그 글씨가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것이다.

산에 오르는 80%는 여자_4
산에 오르는 80%는 여자_4

남편은 작년의 삼남길 걷기를 기억하고 그 길을 갔던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쑥캐는 곳을 발견한 것이라고. 

"많고 많은 산을 다녀봐도 거의 80%는 여자랍니다. 그런데 그 80%에는 우리 아내는 없네요."라고 말하는 남편이 괜히 미안하고 그랬다.
같이 산가자고 할 때 거부하고 싫어했던 내가 이젠 제법 잘하는 것이 또 생겼다. 쑥을 이유였던 조릿대 나무를 캐기 위함이던 간에 산을 타기를 적어도 겁을 내거나 거부하지는 말아야 겠다. 무엇보다 자연이 주는 신선함을 내가 굳이 피해다닐 필요는 없다고 본다. 

남들이 다 한다는 산타기. 80%가 남자가 아닌 여자들이라고 하는데 내가 그 80%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은 조금은 생각해 볼 문제이긴 하다.
남들보다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남들이 하는 만큼은 해야 보통의 사람, 보통의 삶을 살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산타기, 보통의 사람이 되어 보기, 80%가 여자, 쑥캐기, 시민기자 김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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