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문학기행 함께 떠나요
2013-04-27 12:05:41최종 업데이트 : 2013-04-27 12:05:41 작성자 : 시민기자   김소라

학습관의 누구나 학교에 강좌를 하나 개설했다. 강의이지만 강의실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이 아니라 신청자들과 함께 여행을 가는 프로그램이다. 따뜻한 봄 햇살을 따라 양평에 있는 황순원 문학관, 소나기 마을로의 여정이다. 여행을 좋아하고 사람들을 좋아하고 배운 것을 함께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문학기행을 만들어보게 되었다. 

문학기행 함께 떠나요 _1
황순원 문학관 구석구석
 
수원시 평생학습관의 '누구나 학교'는 어떤 형태의 강의도 가능한 곳이다. 선생과 학생의 경계는 사라지고, 누구나 선생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자신의 재능을 함께 나누고 싶은 모든 사람이라면 강사가 될 수 있다. 전문적인 기술을 재능기부 형태로 나누어주는 분들도 있고 자신이 배운 것 정도의 수준으로 편하게 이야기 나누는 수업도 있다. 그렇기에 '이런 수업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열망이 있는 모든 분들이라면 강의를 열 수 있는 셈이다.

역사 답사 여행을 여러 번 참여해 보고 나서 사람들과 배움을 얻는 여행을 하고 싶었다. 그냥 아는 사람들, 친구들과 훌쩍 떠나는 것도 좋지만 테마를 정해서 모르는 사람들과 여행을 하는 것도 즐거울 것 같았다. 그래서 소나기 마을로 떠나는 황순원 문학관 기행을 구상하게 된 것이다. 강좌 신청자는 4명이었다. 왜냐하면 자가용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적은 인원이 알차게 보고 느끼고 온 하루의 시간이었다. 

양평으로 가는 길, 수원에서 약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이다. 평일 낮시간이어서 차도 막히지 않고 미사리를 지나 남한강변으로 들어서니 가슴이 탁 트이는 듯하다. 
서로 모르는 분들 넷이 차에 타는 것도 어색하기에 자연스럽게 자기 소개부터 시작했다. 좁은 자동차 공간에서 이미 친해진 느낌이다. 돌아가면서 자기 이야기를 하고, 오늘 여행에서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황순원 문학관으로 여행을 가는 것인만큼 짧지만 의미있는 시간을 갖고자 단편소설 '소나기' 전문을 함께 읽기로 했다. 미리 프린트를 준비하여 차 안에서 낭독의 시간을 가졌다. 
수다를 떨면서 목적지까지 여행을 갈 수도 있으나 이렇게 소설을 함께 낭독하면서 이동하니 시간도 금방 지나가고, 재미도 있었다. 오래 전 읽었던 소설 '소나기'가 떠오르기도 하고 어린시절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고 말하시는 분도 있다. 역시 문학작품은 우리의 감성을 촉촉하게 만든다. 

문학기행 함께 떠나요 _2
문화해설사의 맛깔나는 설명을 들으며

양평 두물머리를 지나서 시장을 지나가 강변길을 따라 달리니 양평군 서종면 소나기 마을에 금방 닿았다. 산으로 둘러싸여 마을이 아늑한 느낌을 준다. 관광지로 개발된 곳이라 북적거리고 시끄러울 줄 알았으나 외딴 산 속에 들어온 듯 조용했다. 
황순원 문학관 앞에는 임실치즈 체험 학습장이 있어서 유치원이나 초등학생 아이들이 단체로 수업을 오기도 한다. 관광버스가 굉장히 많았다. 

문학관 입구에 들어서서 2000원 입장권을 내고 건물 안으로 올라가 보았다. 문학관 왼편으로 황순원 선생님의 묘역이 있다. 양지바른 곳에 햇빛을 받으며 평온한 자리에 무덤이 있다. 잠시 각자 마음속에 어떤 기도를 드리는 시간도 가져본다. 

문학관 건물로 들어서니 문화해설사가 계셨다. 그래서 해설을 부탁드리니 흔쾌히 해설을 해 주셨다. 탄생부터 어린시절, 청년기와 장년기 황순원 선생님이 활동한 내역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전시된 물건들에 대해서 해설을 해주시면서 중간중간 소설의 스토리까지 곁들이니 재미가 있다. 전시실에는 황순원 선생님의 집필실을 그대로 꾸며논 곳이 있다. 단정한 앉은머리 책상 하나와 책, 옷가지 몇 개로 이루어진 좁은 공간이다. 

하지만 선생은 죽기 전까지 작업실을 넓히지 않았다고 한다. 대장장이가 쇠를 다듬는 공간처럼 문학은 삶의 근본을 다루는 그릇이라고 말하였다. 넓은 집필실이 필요없다고 이야기했다. 
많은 제자들이 절기마다 인사를 드리러 와서는 앉을 자리도 없이 서서 있었다고 한다. 평생 언론에 인터뷰도 거절하고 문학작품 이외의 글은 쓰지 않았던 진정한 글쟁이였다. 황순원은 소설가로 알려졌지만, 시인으로 등단하여 100편 이상의 시와 2권의 시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문학기행 함께 떠나요 _3
문학기행 함께 떠나요 _3

문학관 전시실을 나오면 바로 영상실이 있는데, 짧은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다. '소나기'를 새롭게 각색하여 재미있는 에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이다. 소나기가 내리는 장면에서는 물도 떨어지고, 바람이 부는 4d영화다. 
'소나기'의 짧은 감동을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놓아서 관람객들은 한 번씩 감상하고 나간다. 북카페에는 황순원 작품들을 점자책, 큰 책, 전자책, 음성책 등으로 만들어 놓아 다양한 책을 감상할 수도 있다. 

황순원 문학관은 양평시가 50억, 관광공사가 50억을 들이고, 후학들의 후원까지 합쳐져서 만들어진 공간이라고 한다. 이북 사람이라서 고향은 당연히 양평은 아니지만, 소설 '소나기'에 나오는 지명이 양평이라고 하여 이곳에 문학관을 지었다고 한다. 
마을 이름까지 '소나기 마을'로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되었다. 꼭 문학관을 작가의 생가나 고향에 지어야만 한다는 편견을 깨뜨린 곳이기도 하다.

문학기행 함께 떠나요 _4
문학기행 함께 떠나요 _4

문학관 건물뿐 아니라 산책로와 야외의 광장까지도 매우 의미있는 공간이다. '소나기'에 나오는 장면장면을 산책로에 적어 놓아서 문학의 정취를 느끼는 길로 만들었다. 또 잔디 광장의 스프링 쿨러에서는 시간마다 물이 나와서 소나기가 내리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했다. 
문학관 자체도 좋지만 야외로 둘러쳐진 산책로도 최고였다. 소나기에 나오는 원두막과 수수짚단을 표현해 놓았다. '너와 나만의 길' '수숫단 오솔길' , '고향의 숲' , '송아지 들판' '고백의 길' 등을 조성했다. 넓지는 않지만 한번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소나기의 정경이나 내용을 다시 한 번 마음 속에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원래 양평의 명소들을 몇 군데 더 둘러보고자 했으나 빡빡하게 돌아다니는 것보다 한 곳에 오래 머무르는 것이 좋을 듯하여 그냥 황순원 문학관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다. 그리고 나서 남한강변에 있는 멋진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벚꽃의 절정기를 지났지만 자동차로 달릴 때마다 바람에 벚꽃은 하늘에 흩날린다. 강 너머로 보이는 마을, 산의 색깔들이 연두에서 녹색까지 다양하게 시시각각 이어지면서 풍광에 그냥 취한다. 짧은 시간 반나절의 문학기행이지만 아마도 다른 여행보다도 깊은 감동이 남았으리라 생각된다. 

사실 강의에서 교실에서만 배움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생활 속에서 거리에서 모든 것들이 나의 선생이 되고, 배울거리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문학기행에서는 황순원 작가에 대해서 또 작품에 대해서 설명하고 강의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느끼는 것을 목적으로 두었다. 
나이도 다르고, 사는 곳도 다르고, 친한 사이도 아니었지만 함께 문학기행을 하면서 짧은 시간 친밀함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소라쌤과 문학기행, 앞으로도 쭈욱 만들어 보아야 할까보다.

김소라님의 네임카드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