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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 맞으며 만난 수원의 옛모습
렌즈 속 엇갈린 시선들
2013-04-27 13:00:59최종 업데이트 : 2013-04-27 13:00:59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일주일전부터 친구와 자전거를 타기로 약속했던 날이다.
그런데 며칠전부터 일기예보를 보니 비가 온다는것이 아닌가. 가끔은 일기예보가 틀리기도 하더라는 기대감으로 맞은 화요일 아침.
눈뜨자마자 밖을 내다보니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고 있었지만 날씨는 많이 흐려있었고 당일아침 기상뉴스에서는 천둥,번개를 동반한 요란한 비가 내리겠다는친절한 안내가 있었던터라 친구가 추천하는 수원박물관으로 나들이 장소를 변경했다. 

가끔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 산속에있는 박물관을 본것말고는 아는것이 없는곳이라 검색을 해보니 바로 며칠전 특별기획전을 시작했다는 기사가 눈에띄어 기대감을 가지고 즐거운 마음으로 수원박물관을 향해 집을 나섰다. 호젓한곳에 위치한 박물관 가는길은 가벼운 등산코스 정도의 오르막길이다. 

길 양편으로는 환한 벚꽃이 팝콘처럼 매달려서 꿩대신 닭을 찾아온 나를 위로하듯 꽃비를 날리며 반긴다. 어느새 내 얼굴표정도 벚꽃만큼 환해지며 연신 감탄사가 흘러 나온다. 한눈에 반해버린 박물관앞 가로등 기둥에는 '옛 수원 사진전-렌즈속 엇갈린 시선들'이라는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는데 그 모습까지도 예뻐보인다. 
평소 사진찍는걸 즐기는 나는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며 박물관 앞마당을 감상한후, 드디어 사진전시가 열리고있는 기획전시실로 입장했다.

꽃비 맞으며 만난 수원의 옛모습_1
꽃비 맞으며 만난 수원의 옛모습_1

꽃비 맞으며 만난 수원의 옛모습_2
꽃비 맞으며 만난 수원의 옛모습_2

전시실 입구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사진은 찍는 사람의 의도가 존재하고 또 사진을 찍는 사람의 시각과 감정이 반영된다'라고... 
1900년부터 1960년까지의 수원의 모습을 담은 이번전시는 총 3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식민지의 초상 - 제국의 시선으로 본 수원. 2부:전쟁의 그늘-타자의 시선으로 본 수원. 3부: 수원의 재발견-자아의 시선으로 본 수원이다. 

1부의 사진들은 대한제국 수원의 모습인데 우리에게 낯익은 팔달문,화홍문,방화수류정의 옛 모습들이 담겨있어 우리집벽에 걸린 그 옛날 사진을 보는듯 정겨움이 느껴졌다. 그러나 내가 느끼는 정겨움은 거기까지 였고 사진 옆에있는 설명을 읽으면서는 보이는 것외에 어떤 의도로 사진을 찍었는지가 읽혀지면서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일제의 눈으로 바라본 조선은 낙후되고 비위생적이며 전 근대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고있으며 이러한 조선을 일본이 근대화 시킨것처럼 포장된 모습의 사진들이다. 사진보는 법을 조금배운후에 보는 2부 전시실은 아픔의 공간이었다.
구호품을 받기위해 손 내미는 화성 애육원 아이들의 표정은 절실함의 최고치였고 방화수류정 옆으로 다닥다닥 붙은 피난민들의 민가는 그대로 생존을위한 아우성이었다. 허물어진 팔달문과 동북공심돈의 모습은 그 자체가 전쟁의 참상이었다. 

어수선하며 불안한 지금의 남북관계를 생각하며 만약 지금 전쟁이 일어난다면 사진속의 피난민들처럼 짐을 꾸려 어딘가로 떠나볼수나 있으려나 하는 생각에 막막함을 느끼기도 했다. 
착잡한 마음으로 이동한 3부. 자아의 시선으로 바라본 수원의 모습은 전쟁이 끝난후 새롭고 행복한 삶에대한 기대를 렌즈에 담아낸 희망의 장소였다. 사진의 배경은 1,2부와 조금 달라졌지만 사진속의 인물들 표정은 아주 많이 달라져있었다. 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여전히 남루하지만 활기차보이고 거리의 풍경에서도 삶의 활력과 에너지가 넘쳐흐른다. 

꽃비 맞으며 만난 수원의 옛모습_3
꽃비 맞으며 만난 수원의 옛모습_3

이쁘고 신기하고 특이한 것만 보이면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사진을 즐겨 찍었던 나지만 그동안은 보이는것만 봤던 나의 시선이 이제는 한장의 사진속에 담고있는 수많은 의미와 의도를 조금은 알수 있을것같다. 
정말 뜻깊은 시간을 보낸 전시회이다. 박물관을 나서니 강한 바람에 봄비가 흩날리고 있다. 비에 젖은 깃발의 렌즈속 엇갈린 시선들이라는 전시회 제목이 새삼 강한 공감으로 고개를 끄덕이게한다.

꽃비 맞으며 만난 수원의 옛모습_4
전시된 사진들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 전쟁으로 폐허가 된 집터에 앉아있는 소년의 모습이 참으로 당당해보인다. 이 소년의 모습이 전쟁의 상처를 딛고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있는듯 하다.

수원박물관, 엇갈린 시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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