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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우 옛집에서 혜곡을 만나다
봄에 찾은 최순우옛집
2013-04-25 00:22:26최종 업데이트 : 2013-04-25 00:22:26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나는 성북동이 참 좋다. 내게 있어 성북동은 보물창고다. 최순우옛집, 간송 미술관, 길상사, 수연산방, 심우장,성북동비둘기,그리고 성곽길까지.. 바쁜 일상에 쫒기며 살다가 문득 한 번씩 그곳이 그리울 때면 무조건 수원역으로 가서 서울행 전철을 탄다. 멀어서 힘들지 않느냐고 친구들은 내게 말하지만 금정역에서 4호선으로 바꿔타고 한성대입구역까지 가는 한 시간 삼십분 남짓한 시간도 내게는 참으로 즐거운 시간이다. 

최순우 옛집에서 혜곡을 만나다_1
최순우 옛집에서 혜곡을 만나다_1

최순우 옛집에서 혜곡을 만나다_2
최순우 옛집에서 혜곡을 만나다_2

성북동은 볼거리가 아주 많아서 하루에 다 보기는 힘든 곳이라 이번에는 길상사와 최순우옛집을 다녀왔다. 특히 내가 후원자로 참여하고 있는 최순우옛집은 겨울동안은 일반인에게 공개하지 않다가 4월부터 다시 공개하는 터라 몇 달 만에 찾아가는 발걸음이 빨라지며 얼굴에는 나도 모르게 미소가 흐른다. 

최순우옛집은 제4대 국립박물관장을 지내신 혜곡 최순우선생께서 사시던 집을 시민운동단체인 내셔널트러스트에서 구입해 관리하는 곳인데, 그래서 이곳을 찾을 때의 느낌은 친정집에 다니러오는것처럼 정겹고 편안하다. 

돌층계를 올라 활짝 열린 대문으로 들어서니 앞마당에서는 직원 두 분이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연못을 청소하고 계신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집을 한번 둘러본다. 옛집의 구조는 경기지방의 전통 한옥으로 ㄱ자형본채와 ㄴ자형 사랑채, 행랑채가 마주보고 있어 전체적으로 ㅁ자형 구조로 되어있으며 사랑채 앞마당에는 소나무와 향나무가 심어져있고 그 사이사이로 모란, 맥문동, 해당화, 수국같은 화초들이 심겨져 있으며 작은 연못에는 몇 마리의 물고기가 노닐고 있다. 

사랑채 뒤편에 있는 뒷마당은 앞마당보다 훨씬 넓은데 이곳에는 감나무, 밤나무, 단풍나무, 생강나무, 모과나무가 꽤 우람 하 게 자라있고 그 사이사이에는 대나무가 심겨져 있으며 한쪽에는 아름다운 옹기들이 가지런히 놓인 장독대가 있다. 장독대옆 향로석위에는 달항아리가 얌전하게 놓여있는데 하얀도자기위에 비치는 댓잎그림자의 운치를 혜곡선생께서 즐기셨다고 한다. 

옛집마당에서 달항아리를 본 후 나도 달항아리의 담백한 매력에 빠져들었다. 최순우선생은 문화재발굴과 전시외에도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신문이나 잡지에 글로 써서 알리는 역할도 하셨는데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웠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가 바로 선생이 쓰신 글이다. 선생께서 거처하시며 글을 쓰시던 사랑채는 앞마당과 뒷마당을 모두 볼 수 있도록 문이 나있는데 뒷마당 쪽으로는 용자무늬 창살이 나있어서 방안에서 뒷마당의 운치를 고스란히 품을 수 있는 구조다. 

최순우 옛집에서 혜곡을 만나다_3
최순우 옛집에서 혜곡을 만나다_3

최순우 옛집에서 혜곡을 만나다_4
최순우 옛집에서 혜곡을 만나다_4

하지만 아직 푸름이 찾지 않은 4월의 뒷마당은 약간의 쓸쓸함만을 풍기고 있었고 진달래만이 축대아래서 나를 반기고 있다. 툇마루에 앉아 따뜻한 국화차 한잔을 마시며 최순우선생님과 부석사에 대해 생각한다.

처음 간송미술관으로 시작된 나의 성북동탐방은 최순우옛집을 친정만큼 드나들게 되었으며 선생께서 쓰신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의 그 감동을 느끼고자 부석사를 두 번이나 찾아가게 만들었다. 내게 있어 최순우옛집은 단지 집으로서의 건축물이 아니라 나의 꿈을 꾸면서 한발 한발 나아갈 수 있는 힘이요, 삶에 지친 나를 편안하게 어루만져주는 회복의 치유처다.

최순우, 옛집, 혜곡, 무량수전, 배흘림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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