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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치레와 체면치레 이제 좀 접었으면
2013-04-25 12:14:59최종 업데이트 : 2013-04-25 12:14:59 작성자 : 시민기자   윤현숙

지난 주말에 친지의 결혼식장에 갔는데 아주 간소해서 놀랐다.
보통 결혼식이라 하면 크고 고급스런 웨딩홀에서 겨우 반나절 빌려 입는데만 100만원이 넘는다고 하는 드레스를 입고, 먹다 남아 버려지는 음식이 절반인 고급 뷔페식 연회까지 연상하게 하는데 그날 결혼식은 참 간소하고 심플했다.

모 기업 대강당을 싸게 빌렸고, 드레스도 그곳에서 준비한 평범한 걸로 대신했다.
결혼식에 갈 때마다 항상 고비용의 예식장 대여료가 화젯거리이자 걱정거리였는데 이날은 그걸 이야깃거리가 하나도 없었다.

하객들을 위한 피로연 역시 그곳 직원 식당에서 간단한 잔치국수와 갈비탕만 준비했고 필요한 분들만 먹을 수 있는 떡을 준비해 낱개 포장으로 내놓았다. 

하객으로 참석한 몇몇 사람들은 "결혼식에 차린 음식이 너무 적다"거나 "손님 접대가 소홀하다"는 푸념을 하는 분들도 있기는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앞으로 결혼을 할 계획이 있거나 갓 결혼한 젊은 층들은 하나같이 "간단해서 좋다, 이렇게 하는 게 남는 거야"라는 반응을 보였다.

겉치레와 체면치레 이제 좀 접었으면_1
겉치레와 체면치레 이제 좀 접었으면_1

우스갯소리지만 "공자가 죽어야만 나라가 산다"는 말이 있다. 
무슨 뜻인지 금방 알 것이다. 우리의 허례허식, 겉치레, 체면문화를 빗대어 누군가가 만든 말이다. 이보다 정확한 표현은 없을 듯하다.

살다 보면 가족 간에 혹은 여러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사회생활 중에 예법과 예절을 갖춰야만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형식적인 예법이라 할지라도 지켜야할 기본 절차를 허례허식이라 하지는 않는다. 이런 예절, 법식 등을 겉으로만 꾸며 번드르르 하게 하다 보니 그게 개인들에게는 겉치레와 체면문화로 변질되게 만든 것이다.

요즘 허니문 푸어, 하우스 푸어, 베이비 푸어라는 말 자주 들린다.
허니문 푸어는 결혼식을 과다하게 번지르르 하게 준비하다가 지출이 많아서 그게 신혼살림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빚과 이자 갚는데 허덕이게 하는 것이다.

하우스 푸어 역시 신혼부부가 살기에는 지나치게 큰 집을 전세로 얻거나 산 뒤 결국 이자비용 감당하다가 허리가 휘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베이비 푸어 역시 아이를 낳은 뒤 육아에 들어가는 비용이 장난 아니게 많아 생활고를 겪게 만드는 것을 일컫는다.

신혼부부들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큰 재산이 있지 않는 한 오로지 자신들의 능력과 노력으로 일어서야만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처음 결혼 시작은 무척 중요하다. 이때 체면치레와 지나치게 남을 의식해서 허례허식을 하면서 돈을 쏟아 붓는다면 두고두고 그게 발목을 잡을 것이다. 그럴 바에야 그 돈을 모두 아껴서 저축하고 신혼살림에 보태 쓴다면 이것은 체면치레로 인해 허덕이는 불행을 막을 수 있는 지름길 아닐까.

위에서 말한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말에 버금가는 우리의 체면치레를 풍자한 속담은 "냉수 먹고도 이 쑤신다"는 말이 있다.

속보다는 겉을 잘 꾸미고, 내실보다는 형식에 치우치다 보니 아이들도 닮아간다. 초등학생 아이들마저 고급 명품 브랜드로 치장을 하고(모두 다 허영에 들뜬 부모들의 욕심 때문에) 여자대학가에도 책방 대신 사치품 액세서리와 유명 브랜드 의류점이 가득 차 있다.

요즘 인터넷과 방송에서는 유명 인사들의 논문 표절과 학력 위조에 대한 반성의 이야기가 부지기수로 올라온다.
명문대 나와야 행세깨나 하는 세상, 대학 간판이 없으면 어디 끼지도 못하고 체면도 안서니 가짜 졸업장으로 대학출신 행세를 한 사람들. 그러니 짝퉁 학력이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가짜가 진짜 행세를 하는 것도 나쁘지만 주변에서 오죽 그랬으면 가짜 행세를 했을까. 겉치레와 체면치레 문화, 이젠 좀 접고 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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