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아들 둘도 '목메달'이 아니랍니다
2013-04-18 11:28:45최종 업데이트 : 2013-04-18 11:28:45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딸 둘에 아들 하나면 금메달, 딸 둘은 은메달, 아들 둘은 목메달이란 웃지 못 할 얘기가 있다. 가부장적인 사회 인식이 달라지면서 아들과 딸에 대한 생각이 변하고 있다. 따라서 이것은 가정에서 아들이 설자리가 좁아지고 딸에 대한 여권이 신장 되면서 딸을 갖지 못한 부모의 처지가 목 매달 지경에 이르렀다. 아이러니한 세상이다. 

군에 간 큰 아이가 휴가를 나왔다. 전방에서 근무하는 군인들 보다는 외출이 빈번하여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반갑기는 마찬가지였다. 
함께 외출을 미리 약속한 터였던지라 외출준비를 마치고 있던 나에게 "오늘 뭐하고 싶으셔요? 저 오늘 실탄 많으니까 걱정하지 마셔요"한다. 
"글쎄요? 영화 보러 갈까요?"
영화 상영 시각을 검색하고 나서는데 상영하기까지 여유가 많다. "그럼 안경점에 들렀다 가요" 한다. 

며칠 전 동생과 안경점에 갔다가 검사만 하고 돌아온 내용을 들었던 모양인지 내 안경을 바꾸자고 한다. 시력이 아주 나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안 나쁜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라 망설이고 있는 중이었다. 난시가 심해서 가까이에서 보는 안경이 필요하긴 한데 책을 안고 사는 사람도 아닌데 그것까지 필요하겠어 하는 생각이었다. 

아들 둘도 '목메달'이 아니랍니다_1
아들 둘도 '목메달'이 아니랍니다_1

안경점이 영화관과 같은 방향이라 벚꽃이 활짝 핀 공원을 지나 산책하듯이 걸었다.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거리를 오랜만에 두 손을 꼭 잡고 걸었다. 언제 이렇게 많이 컸는지 차도 옆으로 걷는 나를 어느 사이 인도 안쪽으로 밀고 저가 차도 가까이 걷는다. 

안경점에 건네받는 안경은 항상 시야가 흐릿하게 안개가 낀 것처럼 보이던 것을 말끔하고 선명하게 보이게 했다. 신기하고 기분이 더 좋아졌다. 그동안 망설임이 어리석게 느껴졌다. 아이들 안경 바꾸기만 신경을 썼지 나의 시력은 그저 노안의 시작이려니 생각했는데 과학의 힘을 과소평가 했었다. 

계산하려고 하자 벌써 끝냈다고 하면서 점원은 옆에 빙그레 웃고 있는 큰 아이를 향해 쳐다본다. 군인이 무슨 돈이 있다고 그랬을까 싶어 안경 값을 주머니에 찔러 넣었더니 굳이 안경 값은 자기가 계산하고 싶단다.

그동안 여유를 너무 즐겼나 보다. 영화 상영시각이 빠듯하여 서둘러 갔다. 상영시각이 임박했는데 영화관 객석에는 우리 둘 뿐이다. "제가 통째로 대관했어요. 편하게 보셔요."한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 러셀크로우 주연의 '브로큰 시티'를 예매하면서 오늘은 팝콘도 사지 않았다. 영화 볼 때 부스럭거리며 음식 먹는 것을 싫어하는 취향을 잘 아는 큰아이는 오늘은 완전히 나의 취향에 전적으로 맞추고 있다. 장르나 배우에 관심이 덜한 아이는 다소 지루 했는지 런닝타임이 길게 느껴졌다고 하면서도 마크 월버그의 맹 활력에 위안을 삼는 것 같았다. 

영화관을 나오자 벌써 점심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그동안 영내에서 먹고 싶은 것도 자유롭게 먹지 못한 것이 안타까워 큰아이가 원하는 것, 맛있는 점심을 먹이고 싶었다. 그런데 큰아이가 내 손을 잡고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들어간다. 
"오늘은 확실하게 실탄 준비해 왔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맛있는 것으로 주문하셔요."하면서 메뉴판을 들이민다. 스페셜 메뉴를 둘이 시키는 가격이 저의 한 달 월급인데 너무 과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여 마음에 걸렸지만 조금 저렴한 점심 특선으로 주문했다. 

스프가 나온 접시에 후추를 뿌려준다. 스테이크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주고 천천히 먹으란다. 꼭 '선수' 같다는 말에 웃으면서 "예전에 우리한테 다 이렇게 해주셨잖아요."한다. 
가끔 큰아이에게 느끼는 마음이 애인에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다. 오래전 혼인을 결심할 때 '저 사람보다 더 사랑해 줄 사람이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그 시간은 자꾸 희미해지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또 다른 사랑에 빠진다. 

목메달 걸 일이 언제 발생 할지 모르지만 아직은 금메달이다. 화창한 봄날 큰아이와 나들이는 완벽한 행복을 알리는 힘찬 발걸음이기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