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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칼국수, 오랜 타국 생활에도 잊혀지지 않는 그 맛
2013-04-18 20:45:56최종 업데이트 : 2013-04-18 20:45:56 작성자 : 시민기자   이수진

일본에서 이모가 잠깐 동안의 휴가 차원으로 귀국을 하셨다. 어릴적부터 이미 일본에 가셔 사셨던 이모라서 나는 '일본이모'라고 부른다. 일본이모가 오면 나는 일본의 문화 의식주 생활 등, 궁금한 것들을 곧잘 물어보곤 한다. 
비행기로 가깝다면 가까운 일본에 가 본 적 없는 내가 이모를 통해 듣는 일본의 문화는 우리의 것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다. 

특히 식생활면에서 관심이 높은 내가 이것저것 물어보면 가히 신기한 것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한국의 식당에서는 대부분 밑반찬이 무한제공 되는 곳이 많은 반면 일본은 김치 한 접시, 단무지 한 접시 당 돈을 다 매기기 때문에, 부수적인 반찬들도 맘껏 먹을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맨 처음에 일본이모가 일본에 갔을 때, 밑반찬을 밥 보다 많이 먹는 편인 이모가 애를 먹은 것도 이유가 다 있었던 것이었다. 그 외 밥그릇을 들고 먹는 건 우리나라에서 식사 예절에 어긋난 행동이지만, 일본에서는 밥그릇을 들고 먹는 것이 통상적인 예절이라는 것들을 들으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렇게 먹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면서, 내가 물어본 건 한국 음식 중에 어느 것이 가장 그리웠냐는 것이었다. 예상 답변은 지글거리는 곱창이나 고기가 두둑하게 달라붙은 감자탕, 얼큰한 쏘가리 매운탕 등을 말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일본 내에서도 한국음식의 점령 기간이 꽤나 오래 되기도 했고, 음식범위도 넓어져서 한국에서 먹던 음식들을 죄다 일본에서도 팔기 때문에 쉽게 접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딱히 먹고 싶었던 것은 없었고 가장 그리웠다는 것은 '엄마 표 손칼국수'였다고 한다. 어릴 적에 이모 집에 놀러 가면 칼국수를 자주 해 줬다. 청양고추의 양을 적게 넣고 양념간장을 덜 맵게 만들어서 싱거운 칼국수에 조금 넣어 휘휘 저어 어린 나에게 주곤 했었는데, 나이가 40이 지난 이모가 아직도 손칼국수를 좋아한다니 신기했다. 나이가 변하면 식성도 변한다고 하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였다. 

그래서 이모의 바람대로, 아침부터 손칼국수를 만들기 위해 밀가루로 반죽을 만들고 이것을 밀개로 밀어서 칼국수 굵기로 자르는 등, 맛있는 손칼국수를 해먹기 위해 여자들 셋이 달라 붙어서 반나절을 시간 할애한 것 같았다. 타국에서 지내본 적이 없는 내가, 만약에 장시간 타국에서 지내다가 한국 음식중 무엇이 그리울까 생각해봤는데, 나도 우리엄마가 자주 만들어주시는 참치찌개가 그리울 것 같단 생각을 해봤다. 

거의 2년에 한 번씩 정도의 간격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이모가 가장 그리워하고 먹고 싶었던 것이 외할머니 손칼국수였다니 소박하지만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일주일동안 한국에 있는 동안 손칼국수를 총 세번 해먹었다. 하루 두 끼를 칼국수로 해결해도 질리지가 않는 모양이다.

데워먹고 또 반죽해서 끓여먹고를 반복하다 보니 부엌 바닥이며, 식자재도구 이곳저곳에 밀가루가 얕게 깔려 있을 정도였다. 잘 먹는 이모를 보고 일본에는 칼국수를 안파냐고 물어봤다. 
팔긴 팔지만 엄마가 해준 손길의 맛과 똑같지는 않아서 먹어도 먹은 것 같지가 않았다던 말을 듣고 걱정이 된다. 이제 다시 일본을 가면 바빠서 내년 말쯤이나 올 텐데 그때까지 이모가 기다릴 수 있을까? 

정 먹고 싶다면 직접 해서 먹으라곤 하지만, 엄마 즉 외할머니만의 방법으로 육수를 끓여내고, 밀가루 반죽을 하며, 양념간장을 만드는 노하우를 이모가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기 때문에, 내년말 귀국 날까지 꾹 참고 기다리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러고 보면 타국 생활을 오래해도 절대 잊혀질수 없는 그 맛은 바로 '엄마표 음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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