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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한 수원골목 구경
2013-04-16 16:51:11최종 업데이트 : 2013-04-16 16:51:11 작성자 : 시민기자   차미정

오늘도 아이를 기다린다.
초등학교 2학년. 학교가 끝나는 오후 1시 40분이면 나는 연무초등학교 2학년 2반 교실앞 복도에서 분홍색 실내화 가방을 챙겨들고 아이를 기다린다. 
아직 같은 반 모둠 친구들이 알림장을 다 쓰지 못했는지, 복도와 자기자리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친구들을 재촉하는 아이. 선생님과 인사가 끝나자마자 함박 웃음으로 내게 달려와 안긴다.

"오늘은 뭐할까? 뭐 하고 싶어?"
사실 첫 만남은 함께 영어그림책을 보자는 구실이었지만, 이렇게 볕좋은 봄날 어찌 실내에 들어앉아 그림책만 들여다 볼 수 있겠는가! 원래도 봄이면 꽃구경을 가고싶다고 늘 노래를 부르는 아이인데, 볕 받으며 걷는걸 좋아하는 나를 만났으니 우리는 금방 의기투합이 되어 돌아다닐 궁리를 한다. 

"응 그냥 좀 걷고 싶어."
"바람 많이 부는데 걷고 싶어? 감기걸리면 어떻하지?"
"두꺼운 잠바 입고 왔으니까 괜찮아. 걸어다닐래."
"그래. 요기 내려가서 마스크 하나 사고, 우리 좀 걷자. 남문시장쪽으로 가서 떡볶이도 먹고..."

연무초등학교 후문을 나와 방화수류정 쪽으로 우리는 손을 잡고 걷는다.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다는 아이. 그래 오늘은 왠지 수업끝나고 화장실엘 안 가더라! 아마도 나를 만나는게 무척이나 좋았던가 보다. 화장실다녀오는것을 잊고 그냥 나왔으니... 우리는 방화수류정에서 천변을 따라 걸어내려간다. 인근에 '경기무형문화재전수회관'을 찾아가 화장실만 얼른 다녀와 계속걷기 시작. 화성행궁광장 맞은편 종로교회 옆으로 돌아가니 약국이 하나 보인다. 
도라에몽이 큼직하게 새겨진 마스크를 하나 사주니 좋아 한다. "난 도라에몽 좋아하는데..." 아이가 배시시 웃는다. 우린 다시 손을 잡고 걷는다.

"아! 땀난다. 손이 축축해졌어."
"그럼 우리 손 반대로 잡을까?"
"이모 손은 차가와서 시원하다."
그렇게 이 손 저손 번갈아 잡으며 영동시장까지 걸어내려와 드디어 남문떡볶이 집에 도착한다. 학교에서 점심을 먹어서 배가 고프지 않다던 아이는 고소한 튀김냄새를 맡자마자 배가고파졌다며 눈을 빛낸다. 떡볶이와 튀김을 1인분씩 시켜놓고 우리는 먹기시작한다. 

아이와 함께 한 수원골목 구경_1
아이와 함께 한 수원골목 구경_1

맵다고 잘 못먹는 아이를 위해 어묵국물을 떠다가 헹구어 입안에 쏙 넣어준다. 잘도 받아먹는 아이. 떡볶이가 매우니 튀김을 같이 먹어야 더 맛있다고, 그렇게 떡볶이와 튀김을 한꺼번에 입에 넣고 우물우물 맛있게도 먹는다. 요녀석 학교 점심급식 먹고 온거 맞나? 싶을 정도로 둘이서 싹싹 다 먹어치웠다.
 
"산 쪽으로 올라가볼까? 아님 여기 공방거리를 좀 걸을까?"
아이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팔달산으로 올라가는 끝없는 계단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더니 고개를 설레설레... 그래서 우린 다시 손을 잡고 공방거리로 방향을 잡는다. 공방거리가 처음 생겼을때는 뭐 볼거리가 있을까...? 했었는데 이렇게 와 보니 못 보던 공방이 서너개 더 들어서있다. 

아이는 특별히 미니어쳐 작품들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와~ 진짜 잘 만들었다."
유리문에 머리를 콩콩 부딪혀가며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본다. 하도 열심히 보기에 나도 장단을 좀 맞춰주려고 자세히 들여다 보니 생각보다 재미있다. 작가의 섬세한 손길... 관찰력이 느껴지는 작품들이다. 미니어쳐 커피숍에는 테이블과 노트북, 냉장고, 진열대에 진열된 와플, 베이글 등이 있고, 계산기도 보인다. 오븐도 보이고... 

아이와 함께 한 수원골목 구경_2
아이와 함께 한 수원골목 구경_2

그 옆에 단품으로 만들어 놓은 냉장고엔 콜라와 생수, 오렌지 쥬스가 가득... 아이는 연실 이렇게 되뇌인다. "들어가 보고 싶다..."사실 나도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오늘 작가가 쉬는 날인지 문이 닫혀있다. 우리는 다음에 이 거리에 오게되면 그땐 여기 들어가서 구경도 하고 차도 한잔 마시자고 약속을 하고 자리를 떴다. 

수건과 티셔츠에 문양을 넣는 공방, 염색과 바느질을 하는 공방, 닥종이 인형공방, 칠보공예공방 등 여러 집을 구경해도 처음에 본 미니어쳐공방만큼 재미난데가 없나보다. 다른 공방들은 대충 밖에서 구경하며 지나갔다. 그리고 공방거리끝에 마련된 전시관에서 연잎을 본따만든 연잎접시와 다기셋트들을 구경하고 장안문쪽으로 다시 걷기 시작했다.

슬슬 다리도 아프고, 목도 마르다. 아무래도 찬바람을 진짜 많이 맞은것 같다.
"우리 어디가서 따듯한 차 한잔 마실까?"
"진짜 따뜻한 차 마시면 좋겠다 이모."
평소보아두었던 장안문 인근 커피숍에 들러 커피한잔과 유자차 한잔을 시켜 마신다.
유자차를 숟가락을 떠 넣어 주니 기분좋게 '또'를 외치는 아이. 우리는 많이 걸어 아픈다리가 또 걷고 싶어할때까지 그렇게 한참을 낄낄거리며 수다를 떨었다. 뭐 별얘기도 없었다. 커피숍에 꾸며놓은 인형들을 보고 얘기했고, 모양으로 놓아둔 스텐드가 마치 뚫어뻥 같이 생겼다고 깔깔 거렸으며, 유자차를 마시던 아이가 남몰래 방귀를 뀌었다고 해서 또 까르르 웃었다. 

아이와 함께 한 수원골목 구경_3
아이와 함께 한 수원골목 구경_3

"그럼 이제 성곽쪽으로 해서 집에갈까? 아니면 오래된 동네 골목길로 해서 집에갈까?"
오래된 골목길을 선택한 아이. 아이에게 행궁동 벽화거리를 보여주고 싶었다. 워낙 감성이 풍부해서 그런것들을 보면 분명 좋아할것 같았기에... 역시나 아이는 벽화를 보며 혼자 이야기를 지어낸다. 꽃이 많이 피었다느니, 문어다리가 따로 잘라져있어 한데 이어야 겠다느니, 사람이 없으니 그림이 심심할것 같다는... 이야기들. 우린 심심치가 않았다. 

"이모, 사람들 없으니까 노래로 얘기하면서 가자."하더니 대뜸 구전민요 스타일로 대화를 하기 시작한다.
"이모 이모 나는 나는 꽃이 좋아요. 이렇게 예쁜꽃에 누가누가 쓰레기를 버렸을까~?"
"글쎄요 글쎄요. 이모도 몰라요. 하지만 쓰레기는 버리면 안돼요~."
그렇게 시작된 노래는 끊임없이 이어졌고, 이제 거리에 사람들이 있던지 말던지 계속 노래로 대화를 이어갔다

아이와 함께 한 수원골목 구경_4
아이와 함께 한 수원골목 구경_4

아이는 간간히 두팔을 활짝 벌려 춤도 추었다. 빙그르르 돌기도 했다. 예뻐 보였다. 내가 누구랑 이렇게 순진(?)한 장난을 치며 놀 수 있을까... 생각하니 내게 이런 기회를 준 아이가 고마워 더 예뻐 보였다.
드디어 아이의 집에 도착.
아쉬움을 뒤로하고 우린 다음주에 무얼할까 잠시 계획을 세운뒤 헤어진다.
나는 몇 발자욱 떨어져 아이가 현관문을 열고 집 안으로 사라질때까지 바라봐 준다.
 
휴...오늘도 즐거운 일상이 이렇게 지났다.
애보는 일이 만만치 않기는 해도 내게 즐거운 자극을 준다. 역시 어린아이의 웃음은 명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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