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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이사 갈 우리집! 어때 멋지지?
귀농 꿈꾸는 형님을 보며
2013-04-17 01:19:37최종 업데이트 : 2013-04-17 01:19:37 작성자 : 시민기자   안병화
'새로 이사 갈 우리집! 어때 멋지지?'
 형님네 온 가족이 조금 있으면 도시를 떠나 전원생활에 들어간다. 현재 형님은 도시 한복판에서 국내 최대 포털회사 마케팅팀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전라남도 함평 시골에서 삼형님제 중에 장남으로 태어나 사교육 한번 없이 대한민국 최고 대학인 S대를 나오고 S대에서도 공부를 잘해서 미국 예일대까지 교환학생으로 다녀온 수재이다. 그런 형님은 언제나 빡빡한 도시생활에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
 
가난한 집 장남이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스펙으로 앞으로의 비전이 출중하다고 생각해서 앞으로 남은 인생을 자신 있게 내던졌던 형수는 한동안 그런 형님이 맘에 들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당장 강남 학원가에 주말에만 나가서 몇 시간 수업을 해도 남들 한달 봉급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형님이지만, 좁은 10평 남짓의 집에 살면서도 단 한번도 그런 일을 도모한 적이 없다. 왜냐면, 사교육 시장을 부추기는 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기 때문이다.
 
그런 형님이 결혼하고 5년 만에 드디어 그토록 바라던 귀농의 꿈을 이루는 시간에 도래한 것이다. 형제끼리 소통하는 커뮤니티에 형님이 이사할 집의 모습과 주변 전경이 올라왔다. 
사실, 아직은 완벽한 귀농생활에 접어들기엔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 하에 우선 현재의 직장을 포기하지 않는 선에서 수도권에서 가까운 전원지구를 택한 것이었다. 자가용으로 40분이면 회사에 도착한다며 아이들이 넓게 뛰어 놀 수 있는 자연을 바로 벗할 수 있는 데 그 정도쯤이야 견딜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웃는 형님이다. 
 
형님의 꿈은 '목수'이다. 번듯하게 잘 배운 사람이 왠 목수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지금까지 바라본 그의 공부는 탐구를 위한 공부였지 스펙을 위한 공부가 아니었다. 
유독 손재주가 많아서 미술적 재능이 있는 편인데 마지막엔 고향에 내려가 스스로 집을 짓고 사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부모님 곁에서 목수일 하면서 소박하게 삶을 살아가며 책읽고 생각하고 여유로움을 누리면 사는 것이 형님의 꿈이다.
 
형님과 나는 반대성향이 강하다. 형님은 이상주의적이고 감성적인 반면 나는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편이다. 그래서 그런 형님의 모습이 참 신기하기도 하고 대단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어느 순간 우리 삼형제는 모일 때마다 '귀농프로젝트'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 삭막한 도시에서 '성공'은 둘째치고 온전한 '안식'을 취할 곳이 어디 있느냐에 대해 깊은 회의를 느끼면서 말이다. 
 
새로 이사 갈 우리집! 어때 멋지지? _1
넓은 바다, 언제든 달려가 마음을 풀어내고 싶다.
,
새로 이사 갈 우리집! 어때 멋지지? _2
내 아이에게 자연환경을 집처럼 누릴 수 있게 해주고 싶다.

삼형제 모두 넉넉하지 못한 채로, 변변한 전셋집 하나 장만하지 못하고 대출로 시작한 결혼생활이라 늘 열심히 갚으며 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니 2년에 한번 전세계약이 있을 때마다 가슴이 조마조마할 수 밖에 없는 일 아니겠는가. 그런 조마조마한 도시생활이 우리 삼형제에겐 너무 가혹하다. 
 
"여보세요, 뭐하냐?"
"어, 나 집 좀 알아보려고 여기 시골 내려와 있어. 형"
동생녀석도 올해 안에는 고향 근처 집으로 이사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얼마 전 둘째 아이를 낳았고 이제 4살이 된 큰 아이를 키우면서 맘놓고 뛸 수 있는 집은 둘째치고, 조금이라도 뛸 수 있는 주변공터가 없다는 사실이 답답하고 가슴 아팠다는 녀석이다.  
큰 아이가 어린이집을 마칠 때마다 어딘가로 가서 맘껏 뛰고 놀고 싶어하는 것을 억지로 좁은 집에 밀어 넣어야 할 때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아픔이었다고. 둘째 아이에게만큼은 그런 갑갑함을 주고 싶지 않다는 것이 동생의 이야기였다.
 
형님과 동생 사이에서 생각에 잠긴다.
'나는 언제쯤 이 도시를 떠나지?'
작은 중소기업의 관리직으로 있으면서 스트레스가 가중될수록 시골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가슴을 파고든다. 얼마 전 우연히 본 한 방송에서 젊은 농부들이 출연했는데 그 중에 한 청년의 이야기가 자꾸 뇌리에 스친다.
 "이제 더 이상 도시와 농촌의 경계는 없습니다. 당신의 꿈이 있는 그곳이 바로 정답입니다. "
 
내가 서있는 이 자리를 바라본다. 이 곳에 과연 나의 꿈이 있는가. 한 가정의 가장으로, 남편으로, 아버지로 어쩔 수 없이 지켜오는 자리는 아닌가. 나에게도 꿈이 있었는데……
'아, 이 도시의 빡빡한 삶을 벗어나고 싶다.'
어쩌면 그것이 지금 내 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용기 있게 도시를 박차고 시골 문을 두드리는 형님과 동생을 바라보면서 나도 언젠가 그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오늘 이 하루도 도시 한복판, 차가운 회색 빌딩에서 제각각 쌓여있는 서류들을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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