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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 장애인이잖아”
2013-04-17 18:23:41최종 업데이트 : 2013-04-17 18:23:41 작성자 : 시민기자   이수진

3일 전에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일명 라이딩(자전거타기)을 전문적으로 운동하는 취미를 갖고 있는 남자친구가 손목 골절을 당했다. 그래서 왼팔에 딱딱한 깁스를 차고 약 4-5주간 골절 된 뼈가 붙을 때까지 있어야 된다는 진단 결과를 받고, 불편하게 생활하고 있는 중이었다. 

"저 사람 장애인이잖아"_1

그런데 깁스를 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웬만하면 반팔과 같은 옷을 입어야 생활하는데 편하다는 것을...그렇지만 오늘 같은 날씨는 꽤 바람도 많이 불고 기온이 내려가서 외투를 입어야 했는데, 깁스가 너무 굵어서 외투에 깁스한 손이 들어가는 것 조차 불편했다.
 반팔을 입은 상태에서 외투를 입었는데 손목이 나오는 부분을 굵은 깁스가 통과할 리가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왼쪽 깁스한 손목은 끝까지 옷을 입지 못한 채 다녀야 했다. 둘이서 볼일을 보러 시내를 돌아 다니는데, 정말 노골적인 눈초리들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처음에는 왜 우리를 빤히 쳐다 못해 수군거리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는데, 알고 보니 남자친구의 모습 때문이었다. 외투를 입으면 양쪽 손목과 손이 다 보여야 하는데 한쪽 손만 보이고, 한쪽 손은 보이지 않은 애매한 모습이 원인이었다. 어떤 아줌마들은 빤히 쳐다 보면서 옆에 사람과 수군거리기도 했고, 우리 둘을 지나간 후에도 고개를 돌려서까지 쳐다봤다. 어른들뿐만 아니었다. 

아이들까지 수근 대면서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것을 보고, 굵은 깁스를 해서 외투로 손목이 빠져나가지 못한 속 사정을 알 리가 없다며 우리끼리 그저 위안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짧은 거리를 걸어가는 동안의 10명중 6명은 이상하게 쳐다봤다. 그냥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이 바라보는 시선들이 그리 크게 불쾌한 것은 아닌데 이상하리만큼 기분이 좋지 않은 눈초리들이었다. 이상하게 쳐다보며 수군거리는 사람들한테 남자친구가 직접 '나 깁스를 해서 지금 외투를 정상적으로 입기가 불편해요!'라고 말할 이유가 없었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아예 외투를 벗고 다니자니, 반팔만 입은 상태에서는 그냥 있기 굉장히 추운 날씨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좋던 날씨가 하필 오늘은 어찌나 춥던지...그냥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들을 보며, 저리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건 실례가 아닌가?라고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다가 일은 발생했다. 고등학생 두 명이 우리 곁에 지나가는데, 정확하고 또렷하게, 그리고 큼지막하게 말소리가 들렸다. " 저 남자 장애인이잖아. " 아무도 없는 길가에서 마주보며 지나가던 고등학생 한명이 우리를 보고 들으라는 듯이 말했다. 그 무리중에 한명이 남자친구와 어깨를 가까스로 마주치며 지나갔기 때문에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남자친구도 들었고 나도 들었고, 심지어 나는 핸드폰에 집중하다가 남자친구와 걷다가 약간 거리가 멀어진 상태였는데도 듣겼다. 나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약간 기분이 언짢아진 상태에서 내가 한마디 하려고 뒤돌아서는 순간 남자친구가 말렸다. 아직 어린 얘들이라서 우리가 꾸짖어도 되려 우리 입만 아프다고, 그냥 가자고 했다.
직업이 경찰인 남자친구는 업무 수행 중에도 학생들과 자주 마주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철이 없고 버릇없는 학생들에게 면역이 된 듯 보였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냥 우리가 참고 넘어 가자라고 나를 설득시켰다. 하지만 그 고등학생의 행동은 명백히도 잘못된 행동이었다. 

우리의 속사정이 알리 없는 버릇없던 그 고등학생이 혹시라도 정말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 저렇게 버릇없이 말을 내뱉었다면, 저 말을 듣는 사람의 입장은 어땠을까? 생각한다. 이래서 자녀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라는 말을 우리는 자주 쓰는데, 이것은 옳지 않다고 들었다. 

그저 몸이 조금 불편한 사람을 보는 따가운 눈초리들과, 수군거리는 행동들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 아닌가. 그냥 아무렇지 않듯이 그렇게 지나가면 안 되는 건가? 
철이 없어도 너무 없던 그 고등학생이 자기의 잘못된 행동을 빨리 깨닫는 날이 오길 바라고, 혹시나 다른 곳에 가서 저런 말실수는 안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등학생쯤이면, 사회 속에서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와 배려정도는 충분히 익혔을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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