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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화성, 아는 만큼 보인다
김소라쌤의 성곽답사 '수원 화성, 함께 걸어요' 참가기
2013-04-17 20:10:36최종 업데이트 : 2013-04-17 20:10:36 작성자 : 시민기자   차미정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수원 어딜가도 아름다운 오늘! 수원시평생학습관 누구나학교 4월 강좌 '김소라쌤의 성곽답사 -수원 화성, 함께 걸어요'에 참가했다. 
오전 10시 화성행궁매표소 앞에서 모인 참가자들은 총 13명.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다. 보통 5명 정도 한 팀이 되어 진행되는 화성답사에 이렇게 많은 인원이 모인것인 처음이라며 소녀처럼 웃는 오늘의 진행자 김소라선생님. 

그녀는 화성길라잡이 과정을 이수하고 현재 매월 2회 꾸준히 화성안내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수원 화성에는 여러가지 많은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지만 설명을 들으며 걸으면 많은 시간이 소요되니 오늘은 특별히 팔달문을 지나 서장대에서 화서문을 돌아 장안문까지 이어지는 화성의 1/2정도만 돌예정이란다. 수원 화성에는 정말 보물같은 이야기들이 많이 숨겨져있다고 말하는 김소라선생님의 안내로 드디어 출발, 먼저 팔달산 계단으로 가기위해 공방거리를 지난다. 

공방거리를 걸으며 간간이 이어지는 설명.
1961년 상영된 영화 '사랑방손님과 어머니'의 실제 촬영지인 단아한 한옥집도 보고, 아기자기 작품들이 전시된 공방들도 살펴보며 걸음을 재촉하니 드디어 팔달산 꼭대기로이어지는 험준한 계단길이 나온다. "여기가 가장 힘든 코스예요. 여기만 올라가면 거의 다 내리막 입니다."용기를 주는 선생님의 말 한마디에 모두들 마음을 잡고 언덕을 오른다. 

헉헉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재미난 설명은 계속된다. "조선시대 병사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키가 작지 않았다고 해요. 6척이면 지금계산법으로 180cm가 넘는 키이니 이렇게 높은 계단도 한 걸음에 잘 올라갔다고... 누구 키 크신분 한번 도전해 보시겠어요?"
몇명이 도전하다가 금방포기하고. 우리는 계속 계단을 올라 '서일치'에 다다른다. 꿩이 웅크리고 있는 모양을 닮았다하여 '치'라는 단어를 붙인 이 곳은 성곽 바깥쪽으로 돌출되어 있어 병사들이 화성외벽을 감시하기가 수월했다고 한다. 게다가 그 이전의 성들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시설물이 바로 이'치'라고 하니, 수원 화성의 과학성에 절로 어깨가 으쓱해지는 순간이다. 

수원 화성, 아는 만큼 보인다_1
수원 화성, 아는 만큼 보인다_1

"현재 수원 화성의 70~80%는 현대에 복원된 구조물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새로 복원된 건축물이 세계문화유산에 당당히 선정된 이유가 무엇일까요?"나는 더욱 귀를 쫑긋세운다.
원래 세계문화유산 중 기록유산으로 '화성성역의궤'가 선정이 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 내용이 얼마나 치밀하고 완벽했는지, 그 의궤에 따라 복원된 수원화성도 덩달아 인정을 받아 선정이 되었다고 하니 우리나라의 기록유산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짐작이 될까! 수원시민으로서 으쓱해지던 어깨가 우리나라 사람으로서 더욱 더 으쓱 해 진다.

이제 서남암문을 지나 화양루(서남각루)에 이른다. 
잠시 감상에 젖어 있는 사이 또 다른 이야기가 귀에 들어온다. 바로 수원 화성은 계획된 신도시라는 것.
융건릉에 행차하기를 즐겼던 정조대왕이 머물기 위해 행궁이 필요했고, 융건릉 조성당시 그 지역에 원래 살던 백성들을 이주시켜야 했기에 수원에 계획도시를 만들어 그들을 이주시켰다는 것이다. 당시 백성들이 먹고 살 수 있도록 보상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잘 해주었는지, 3개월만에 모든 백성들이 이주하여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또한 그 내용도 세세히 기록이 되어있다고 하니 당시 얼마나 체계적으로 일을 처리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것 같다. 

또 정조는 수원 화성에 상주하는 몇 만의 군인에게 제대로 급여를 주고자, 국영농장을 만들어 대량으로 농사를 짓게하고, 그에 필요한 저수지 등 관계시설을 갖추어 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수원에 만석거 등 저수지가 많다고...
  
서남암문에서 성벽을 따라 내려와 진달래화장실에서 성 외곽을 따라 걷기 시작한다.
고즈넉하고 한적하다. 그 동안 수원 화성을 여러차례 와 보았지만 이렇게 성 외곽을 따라 걷기는 처음. 느낌이 참 좋다. 오래된 돌들을 바라보며 설명을 이어가는 김소라선생님! 
각 성벽의 돌들도 작업장 인부들의 성격이 잘 나타나 있어서 어느 곳은 촘촘하고 어느 곳은 상대적으로 성글다고 한다. 

그리고 또 재미있는 사실 한가지, 왕이 주로 다니던 장안문 근처 성곽의 돌들은 작은 돌들로 촘촘히 쌓아져있는 반면 이 곳 처럼 왕이 잘 찾지 않는 곳의 성벽은 큰 돌을 많이 사용해서 벽을 쌓았다고 한다. 윗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한 애교섞인 눈속임은 예나 지금이나 똑 같다는 생각에 잠시 웃음이 지어졌다. 
  
다시 걸음을 옮겨 수원 화성의 가장 높은 곳 '서장대'에 이른다.
화성행궁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이 곳 서장대는 군사들이 보초를 서는 곳이기도 하면서 매일 군사훈련을 하던 곳이라고 한다. 정조가 행궁에 머물때면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친히 군사를 훈련시켰다고 한다. 실제로 정조는 문무에 출중한 왕이었다는 이야기는 너무도 유명해서 모두 알고 있을 터. 
이렇게 부지런하고 학식과 무예를 겸비한 왕이면서도 편견을 깰 줄 알았던 선각자라는 것을 화성행궁을 내려다보며 알게 되었다. 원래 왕이 기거하는 공간은 항상 북쪽을 향해있어야 한다는데 정조는 그런 편견을 과감히 깨고 장안문 대로를 백성들이 다닐 수 있도록 내어주고, 팔달산을 등에 업은 지금 자리에 행궁을 축조할 것을 명령했다고 한다. 알면 알수록 화성과 정조에 대한 매력이 폴폴 올라온다. 

서장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성벽을 따라 내려와 화서문에 이른다.
화서문 바깥쪽에 내려가 무언가 한참을 찾던 소라선생님!
"여기예요. 여기 지금 햇볕에 잘 보이지는 않는데, 자세히 보면 암각으로 한문을 새겨놓은 것이 보이실거예요. 이 이름들은 실제로 이 곳 공사에 참여한 인부들의 이름이래요."
국가의 공사에 착출되어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인부들에게 제대로 된 급여를 주는 것 뿐만아니라 그들에게 수원 화성공사에 참여한 자부심까지 심어준 왕, 그 많은 나라의 통치자 중 어떤 임금이 백성에게 이름과 지위와 역할을 부여하고자 고민하고 또 실천했을까? 

수원 화성을 축조하는 인부들이 더운여름 몸을 다칠까 약을 지어주는 왕, 추운겨울 당시 양반이 아닌 일반백성들은 쓸 수 없었던 모자를 만들어 씌워 주는 왕, 성벽을 지키는 병사들이 추울까 누각에 온돌방을 지어 지어주는 왕 그런 왕이 정조라는 것을 나는 오늘 화성답사를 통해 처음 알게되었다.
성곽을 따라 길은 계속 이어지고, 장안문에 대한 설명으로 오늘 답사일정은 공식적으로 끝이났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었다.
화성이, 행궁이 그리고 수원 곳곳이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를 많이 품고 있는 줄 알아버렸는데 어떻게 오늘로 이 재미를 끝낼 수 있을까! 나머지 길로 이어지는 방화수류정과 창룡문의 이야기도 궁금했고, 30분이면 돌아볼 수 있는 화성행궁을 3시간동안 둘러보았다는 선생님의 이야기도 궁금했다. 평소 무심코 보았던 화서문의 깍은듯 쌓은 아치형의 돌이 감탄스러웠고, 그 성을 축조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알고 싶은게 너무 많다. 듣고 싶은게 참 많이 숨어있는 수원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무심코 지나쳤던 건축물인 수원 화성을 내내 낭랑한 목소리에 웃음띤 얼굴로 맛깔나게 풀어준 김소라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다음 답사에도 꼭 참여하리라! 그렇게 열심히 배우고 느껴 나도 수원을 찾는 지인들에게 꼭 이처럼 이야기를 해 주리라! 그들이 수원에 사는 나를 마음껏 부러워 할 수 있도록 꼭 그렇게 해 주리라! 마음을 먹는다. 수원에 살길 참 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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