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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치링 타망의 집을 찾다
이주노동자의 집을 찾다
2013-04-13 23:31:22최종 업데이트 : 2013-04-13 23:31:22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형효

오늘 4월 13일은 네팔력으로 2069년 마지막 날이다. 그러니까 내일 아침이 새해 첫날이 되는 것이다. 표현이 다르고 삶의 방식이 다르고 제각기 가진 문화적 전통이 다르지만 세상 어느 곳에나 "송구영신"의 마음은 하나로 통하는 것 같다. 

시민기자는 며칠 전에 한국에 이주노동자로 가있는 치링 타망(38세)의 집을 찾았다. 그와는 5년전 수원역 앞에 지금의 카삼레스토랑 사장이 작은 식료품점을 할 때 그곳에서 알게 되었다. 그는 매우 착한 청년이었다. 이주노동자 치링 타망(38세)은 결혼하고 2년째 되던 해 한국을 찾았고 이제는 7년이 지났다.

신랑 치링 타망과 신부 써빠나 타망(30세) 둘은 결혼했다. 결혼 당시 남자는 29세, 여자는 22세, 곧 아들을 낳았다. 그리고 11개월된 아들 써친 타망(8세, 2학년)과 아내를 두고 낯선 나라 한국에 갔다. 그날부터 지금까지 부부와 아들은 한 번도 함께 만나지 못했다. 아내는 30세가 되고, 아들은 여덟살이 되고, 아버지는 38세가 되었다. 

이주노동자 치링 타망의 집을 찾다  _1
치링타망의 아내와 아들이 7년 이별 후 처음으로 남편과 아버지에게 인사를 전했다. 나마스떼~! 사진으로 하는 인사지만 흐뭇한 인사다.

이주노동자 치링 타망의 집을 찾다  _2
네팔 어린이를 위한 동화 무나마단의 하늘이라는 책을 치링타망의 조카가 펼쳐보고 있다.

잘 사는 것인지, 난 모르겠다. 아이는 말수가 적은 착한 아이였다. 나는 처음 만난 치링 타망의 아들과 아내에게 인사를 하라고 전했다. 그리고 사진을 찍었다. '나마스떼~!' 그리고 장에 두 부부가 결혼 당시 찍은 것으로 보이는 부부 사진과 아들의 어릴적 사진을 내 카메라에 담았다. 경황없이 타국으로 떠난 아버지가 그런 사진들을 챙겨 갔을 리 만무다. 그들은 아직 세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이 없다. 

카트만두에서 포카라로 가는 길가 다딩이라는 곳에 그들의 보금자리 집을 짓고 있었다. 3층짜리 집이었다. 1층은 완성되었고 2층과 3층은 아직 공사 중이었지만 방과 집의 골격은 다 잡혀있었다. 
한국에 있는 치링 타망이 그와 만난 지 5년여 만에 네팔에 있는 내게 카톡을 보내왔다. 네팔말로 "형! 어디계세요.(dai~! kahunuhuncha~!)" 나는 곧 반가운 마음에 "네팔에(nepalma)"라고 답을 했다. 그는 자신의 집에 꼭 가달라고 부탁해왔다.  
  
그때 나는 독백을 시작했다. "내가 태어났을 때, 아버지와 어머니는 제 곁에 계셨습니다. 그리고 국민학교, 중학교 마치고 객지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고향에 계셨고, 지금도 고향에 계십니다. 참 고마운 일입니다."나의 이야기다. 

이주노동자 치링 타망의 집을 찾다  _3
치링타망과 구의 아내가 결혼 직후 찍은 사진이다. 오래된 흑백사진을 보는 느낌이 드는 칼라 사진이다.

이주노동자 치링 타망의 집을 찾다  _4
치링타망의 아들이 두 세살 쯤 되었을까? 아들의 사진을 시민기자는 치링 타망에게 카톡으로 보내주었다.

이런 어린 날의 사색을 하다가 꼭 가야되겠다 생각하게 되었다. 떠나본 사람은 떠나보낸 사람의 마음이나 떠나간 사람의 마음의 결핍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채워야할지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수원에서 만나 인연이 있는 네팔인 이주노동자 치링 타망의 집을 찾은 것이다. 

한국에 간지 7년 11개월된 아들을 두고 23살 어린신부를 두고 간 것이다. 시민기자는 그의 아들과 부인 그리고 아우 가족을 모두 만나서 인사를 전하고 가족사진을 찍었다. 나는 그의 집을 찾을 때 네팔어린이를 위해 네가 쓴 동화책을 가지고 갔다. 

일곱살 어린 무나와 마단의 이야기는 어린 아이들을 두고 한국에 일하러 간 아버지를 그리는 딸의 이야기다. 동화 무나마단의 하늘이다. 이야기의 주인공 무나와 마단의 아버지는 한국으로 일하러갔다. 치링타망의 아들 서친타망은 여덟살이다. 네팔어, 한국어, 영어로 된 책이니 그도 읽을 수 있다. 내가 쓴 책 속의 주인공에게 책을 선물한 느낌이다. 서친이 책을 보고 있다.

아버지의 꿈을 보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 그가 자라서 아버지의 꿈에 자신이 걸려 있었음을 볼 것이다. 아마도 내가 올 한 해 행한 일 중에서 매우 잘한 일로 기록될만한 일은 한 것 같다. 오늘은 그믐이고 내일은 새해다. 나는 사진을 카톡을 통해 치링 타망에게 보냈다. 동영상을 찍어 아이의 인사말을 음성으로 듣게 했다. 다시 한 번 더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치링 타망, 수원에서 만난 치링 타망, 다딩, 서친 타망, 김형효, 무나마단의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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