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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파리의 그 여자' 나혜석을 만났다
2013-04-14 21:32:50최종 업데이트 : 2013-04-14 21:32:50 작성자 : 시민기자   김소라

1930년대 '파리의 그 여자' 나혜석을 만났다 _1
1930년대 '파리의 그 여자' 나혜석을 만났다 _1

나혜석 원작의 희곡을 극단 성이 처음 무대에 올렸다. 4월 13일~ 14일 양 이틀간 '파리의 그 여자'가 공연되었다. 청소년문화센터 온누리홀에서 개화기의 신여성이자 선각자인 나혜석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올렸다. 
음악극 형태의 뮤지컬이라 할 수 있지만, 원작이 희곡인 만큼 조금 더 연극적인 요소에 가깝다. 그리고 당대 나혜석이 친필로 쓴 원고를 바탕으로 만든 극인 만큼 역사와 시대가 가미되어 있다. 조금 지루할 수 있는 내용을 음악과 무용, 합창이 어우러짐에 따라 사람들과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 극이 되었다. 

나혜석 역할을 했던 배우 전문지 씨는 오디션을 통해서 나혜석 역할을 맡게 되었다고 한다. 노래와 연기 모두 뛰어났는데, 특히 강인하면서도 뜻을 굽히지 않는 모습을 잘 구현했다. 인간적인 갈등과 고뇌도 갖고 있으며, 여성으로서의 부드러움을 동시에 표현한 배우다. 약간 허스키 보이스로 구슬픈 음색도 나혜석 역할에 잘 어울렸다고 본다. 

1930년대 '파리의 그 여자' 나혜석을 만났다 _2
1930년대 '파리의 그 여자' 나혜석을 만났다 _2

또한 나혜석의 남편 김우영 배역은 음악감독인 김훈이 함께 맡았다. 원래 성악가이기 때문에 노래는 매우 뛰어났고, 전체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목소리 때문에 사람들의 흥미를 이끌어냈다. 나혜석 남편의 역할로서 처음의 자상함과 이후의 냉렬함이 대비적으로 잘 표현되었던 것 같다. 

극은 노래와 함께 나혜석이 행려병자로 죽은 장면에서 시작된다. 마지막 장면의 비장함, 암울한 시작을 통해 전체의 주제와 메시지가 전달된다. 바로 장면이 바뀌면서 나혜석이 남편 김우영과 세계여행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로 진행된다. 조선 온 나라의 떠들썩하게 환호하고 파리, 미국 등의 한국인들이 모두들 김우영 부부를 지켜보고 있다. 아마 당시 조선의 상징적인 신세대 부부의 모습이 바로 나혜석이었다. 

그 이후부터 이야기의 전개는 빠르게 흘러간다. 나혜석은 최린을 만나 사랑을 품게 되고 온 나라의 이슈가 되버린다. 신문지상에서 나혜석과 최린 선생의 불륜을 대서특필한다. 
거기다가 남편 김우영도 이혼을 통보하고 나혜석은 쫓겨난다. 미술 전시회를 해도 파리만 날릴 뿐, 천재화가라는 호칭에 걸맞지 않게 그녀의 그림은 몇 원의 값어치도 없다. 거기다가 아들은 폐렴으로 죽고, 어미로서의 자괴감도 느낀다. 

1930년대 '파리의 그 여자' 나혜석을 만났다 _3
1930년대 '파리의 그 여자' 나혜석을 만났다 _3

"여자도 인간이외다!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 여자도 인간이외다. 원래 여자는 태양, 태양. 깊이 잠들었던 모든 조선 여자들이 깨어서 일어날 때!"

바로 이 노래는 나혜석이 여성운동을  하면서 여성들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던 장면에서 나온다. 모든 여성들이 암흑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잃어버리고,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박차고 일어나 본연의 가치를 발할 것을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무대 위의 여성들은 '여자도 인간이외다'를 외치면서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처음 낸다. 지금의 여성관으로는 당연히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긴 하다. 하지만 근대적인 사상으로 여성의 인권을 처음 주장했던 나혜석의 목소리는 당시 여성들 자체도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었다. 

이야기는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비극과 슬픔으로 끝난다. 희망적인 메시지도 물론 내포되어 있지만 마지막은 모두를 숙연하게 한다. 딸 '나열'은 오열하며 어미의 무덤에 꽃 한송이 바치는 모습으로 무대위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합창곡으로 '꽃 한송이 꽂아다오'가 흘러나온다. 

"여보, 여보. 마지막으로 내이름 한번 불러주시오. 아이들아, 아이들아. 어미를 원망치 말고, 이 세상과 도덕과 법률과, 이 세상과 낡은 사상과 인습을... 네 어미는 과도기에 선각자로 그 운명의 덫에 희생 된것을. 네 어미는 힘든 세상에 선각자로 새로운 시작을 밝혀 준 것을. 파리에 오거든. 네 어미의 무덤에. 꽃한송이 꽂아다오. 꽃한송이 꽂아다오!"

여성으로서, 어머니로서의 삶이 아닌 인간 나혜석으로 살길 바랬던 여자. 그림에 온 열정을 바치고 자신 안의 예술 혼을 불태우길 바랬던 나혜석은 시대와 운명의 희생양일 수 있다. 
뮤지컬을 관람하고 나오면서 인간으로서 살고 싶다는 나혜석의 외침이 귀에 울리는 듯했다. 전체적으로 음악적인 요소가 잘 어우러지면서, 나혜석 희곡을 더욱 돋보이게 한 극이다. 예술적인 측면도 훌륭했을 뿐 아니라 수원의 문화 예술인 나혜석에 대한 뮤지컬인 만큼 앞으로 꾸준히 알려지고, 공연이 이어지면 좋겠다. 

이번 공연은 극단 성의 30주년 기념공연이었다. '파리의 그 여자'는 나혜석 자신의 이야기인 만큼 문학성보다는 솔직하고 정직함이 최고라 할 수 있다. 
1935년의 작품과 2013년의 나혜석을 바라보는 관점이 만남으로써 또 다른 예술로 꽃피워낸 것이라고 하겠다. 30년이라는 세월 한 길만을 걸어오면서 연극에 미쳐왔던 대표 김성열의 탁월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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