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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에서도 진달래 화전놀이 판 벌이자
천년고찰 은석사 ‘진달래 화전놀이 축제’에 다녀와서
2013-04-15 12:39:59최종 업데이트 : 2013-04-15 12:39:59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우리 역사 속 인물들을 살펴보면 놀이의 달인들이었다. 오죽하면 우리전통 노래 가락 창부타령에 '아니~ 아니~ 놀지는 못하리라!'라고 했을까. 놀이 문화사의 절정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하겠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농경사회였기에 놀이도 세시풍속과 깊은 관련을 맺었다. 설날, 대보름, 한식, 단오, 칠석, 추석, 동지 등 24절기에 따라 다양한 놀이판이 벌어졌다.
노동이 여가였고, 여가는 곧 백성들의 희망이었다. 

그러나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과 겨울, 계절의 변화에 맞춘 '볼거리 만점 놀이문화'는 산업사회를 거치면서 우리 곁을 떠나가는 듯 했다. 
역설적이게도 백성들의 힘이 되었던 놀이가 구식이라는 울타리에 갇히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먹고 살만한 시대가 도래 하면서 옛것을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지자체 곳곳에서 옛 놀이문화를 하나 둘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삼짇날 꽃놀이를 찾아서

강남 갔던 제비도 돌아오는 날이라는 삼짇날, 우리 산천은 꽃놀이 객들로 한바탕 난리가 났다. 남정네들은 만물의 생동과 함께 냇가에 가서 발을 씻고, 찌들었던 때도 씻어냈다. 이른바 탁족회(濯足會)다. 아낙들은 들로 나가 막 올라온 들나물과 산나물을 뜯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푸른 봄풀을 밟는 답청(踏靑)이다. 
탁족회와 답청을 벌이던 이들은 이때 지천으로 깔린 진달래를 뜯어 녹두가루나 쌀가루를 섞어 참기름을 쳐서 지져 먹었다. 가을에는 국화를 대신한 이른바 '화전놀이'다.

수원에서도 진달래 화전놀이 판 벌이자_1
수원에서도 진달래 화전놀이 판 벌이자_1

지난 일요일(14일) 화전놀이를 찾아 집을 나섰다. 올해로 9회째로 맞는다는 충청남도 천안시 북면 은지리에 있는 은석사(銀石寺) '진달래 화전놀이 축제'다. 
8부 능선에 위치한 은석사(주지·공광스님)는 마곡사의 말사로서 도유형문화재 제179호 목조여래좌상이 모셔져 있다. 
신라 문무왕 때 원효대사에 의해 창건된 천년고찰이지만 세월의 풍파에 흔들리면서 작아지고 작아져 이제는 매우 아담한 절집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당대의 위세를 알 수 있듯 아늑한 지세엔 바람 한 점 불지 않는다. 한마디로 풍수지리가 '끝내준다'.

이른 아침부터 천둥과 함께 비바람이 불었었다. 그러나 이곳 은석산 입구에 들어서면서 정말 거짓말처럼 비는 멈추었고 급기야는 찬란한 햇살이 비추기 시작했다. 
은석사 오르는 길은 자동차 한 대만이 간신히 지나가고 거기에 구불구불 좁다란 미포장 외길의 연속이다. 그렇지만 지루하거나 두려움은 없다. 20여분 오르는 동안 천지사방 깔려있는 진달래의 연서(戀書)에 짧은 봄날 더없는 위안을 주니 말이다.

수원에서도 진달래 화전놀이 판 벌이자_2
수원에서도 진달래 화전놀이 판 벌이자_2

'음, 이곳에서 왜 진달래 화전놀이를 벌이는지 알 것 같군.'이라 생각하며 모퉁이를 돌아설 즈음 초등학생 두 녀석이 마구 마구 손을 흔든다. 먼저 은석사 화전놀이에 나선 할머니를 만나러 가는 길이란다. 차에 태워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덧 목적지에 당도.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며 절 탐방에 나서는데, 갑자기 코를 찌르는 기름 냄새, 후각을 확 자극한다. 발길은 은석사 정전 '보광전'이 아닌 '진달래 화전 지지는 곳'으로 절로 옮겨진다.

예로부터 먹는 꽃이었던 진달래, 찹쌀가루 반죽이 동그랗고 오밀하게 만들어지고 곧 지짐에 들어간다. 숟가락으로 요리 돌리고 조리 뒤집어지고 어느 정도 익어갈 즈음 그 위에 쫙 펴진 연분홍 진달래가 얹혀졌다. 말 그대로 화전(花煎)이다. 완성된 화전은 불자에 의해 접시에 담겨지고 보광전 불단 위에 제일먼저 올려졌다. 그런 연후야 드디어 대중보시 시작이다.

여기저기서 화전 맛을 보란다.
"아이고 예뻐라~" 
"성큼 받아먹기에는 정말 아까워요"라면서 화전 만드는 장면을 처음 보는 사람들이 탄성을 지른다. 

화전놀이 봄 축제, 성공 가능성 높다

해마다 진달래 화전놀이 축제가 열리는 날이면 교통의 불편에도 불구하고 약 400여명 정도의 신도들과 지역주민, 그리고 등산객들과 관광객들이  꾸준히 은석사를 찾는단다. 

수원에서도 진달래 화전놀이 판 벌이자_3
사진 왼쪽 위가 공광 주지스님. 나머지는 진달래 화전 만드는 모습

"우리 절은요, 그 흔한 인터넷도 없어서 변변한 선전 한번 안하는데....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리라고는 생각도 안했어요. 솔직히 일반전화도 없어서 여기는 개인 휴대폰을 통해 안내를 해야만 겨우 찾을 수 있는데... 나눔과 화합의 화전놀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으라는 부처님의 뜻이겠지요. 그런데요, 우리 절을 찾은 분들에게 조금 송구스러운 것이 있는데요. 바로 공중 화장실 문제입니다. 저리 작고 지저분하니...하루빨리 시와 도의 도움을 받아 깨끗한 화장실로 조성해서 축제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는 것이 현재 저의 꿈입니다."

은석사 주지로 계신 공광스님은 끊임없이 밀려드는 인파에 즐거운 미소를 지으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셨다. 지난해 200여명 정도 방문했는데, 올해는 '족히 250여명은 넘어선 듯하다' 면서행복해 했다. 올해는 국수 공양 대신 운천스님의 고기와 오신채를 넣지 않은 '스님 짜장면' 공양이 준비됐는데, 준비된 국수 350여명분이 모두 소모됐다. 

꽃을 찾아 떠난 상춘객들과 등산객들, 그리고 지역민들과 관광객은 이날 화전놀이판에서 차 공양과 짜장 공양, 풍류놀이 등을 통해 하루를 만끽했다. 돈 엄청 들인 축제이기 보다는 실속 있게 적은 비용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인 축제였다. 문제는 축제의 질이라는 것을, 그리고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전통놀이를 더 많이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수원시화 진달래, 숙지공원에서 판을 벌이자

수원에서도 진달래 화전놀이 판 벌이자_4
수원팔달산에 만발한 진달래(사진 /이용창)

수원시가 지난달 봄을 맞아 화서동에 위치한 숙지공원과 인근에 시화(市花)인 진달래를 심었다. 총면적 2천100여 ㎡에 진달래 4천주다. 

수원시는 "수원의 꽃인 진달래가 많이 피어있지 않아 우리 주변에 진달래를 널리 심어, 시민들이 진달래를 쉽게 접하고 수원사랑 의식을 함양하는 한편 나아가 지역 축제와도 연계돼 활용되도록 하기 위해서(e수원뉴스 3월21일자)"라면서 "식재된 진달래는 2014년 축제의 장소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밝힌바 있다.

모악산 대원사 진달래 화전축제처럼 전국 지자체들이 봄꽃놀이와 함께 화전놀이 축제를 점점 확산하고 있는 추세다. 모두가 지역경제 활성화의 한 방편이라 하겠다. 우리 시도 광교산을 비롯해 팔달산, 숙지산 등에 봄철이면 진달래가 지천으로 피어나 사람들을 반긴다. 

게다가 지난달 숙지공원과 인근에 진달래 공원까지 조성했으니 수원시도 하루속히 봄철 관광 축제상품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수원팔경 중 하나인 수원시화 진달래, 보고 즐기기만 하는 정(靜)적인 즐거움에서 전통놀이 화전놀이 판을 통해 동(動)적인 즐거움을 펼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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