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지동시장서 어린이 보부상 된 내 아들
2013-04-15 19:44:29최종 업데이트 : 2013-04-15 19:44:29 작성자 : 시민기자   김소라

 4월 중순이 되어가는데도 봄바람이 거세다. 지난 주 지동시장 나들이가 즐거웠는지 일요일 아침 일어나자 마자 아이는 '보부상 체험'을 가자고 난리다. 시장에서 팔 물건들을 주섬주섬 한 가득 챙겨서 나가는데, 가기 전부터 신이 났다. 물건을 사기만 했지 물건을 파는 경험은 생전 처음이니깐 그럴만도 하다. 

"엄마, 그런데 사람들이 안 사가면 어떻하지? 길거리에 앉아있으면 챙피하지 않을까? 그래도 다 사주면 좋겠는데..."
걱정반 기대반 설레임으로 지동시장을 향했다.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대서 보부상 체험을 신청한 아이들이 거의 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일요일은 단 2명의 초등학생 아이만 돗자리를 펴고 장사를 열었다. 물건을 진열해 놓으면 바람이 불어 날아가 버리고, 돌 같은 무거운 것으로 눌러 놓아도 휙 불어서 돗자리가 뒤집어지기까지 했다. 그래도 시장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한 번씩 아이의 물건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사진을 찍으시는 분도 있다. 

가지고 나간 물건들은 다양하다. 마법천자문 만화책 시리즈, 장난감 류, 안 입는 옷과 작아진 신발, 딱풀이나 색종이와 펜 같은 학용품 류, 비누와 치약 생필품, 참치캔과 커피 등이었다. 장바구니로 한 가득이었는데 약 1시간 만에 대부분의 물건이 다 팔렸다. 신나는 기분으로 하루 번 돈을 세어보니 2만1천원이나 된다. 스스로 물건을 팔아서 돈을 벌어본 경험 때문인지 아이는 으쓱하면서 스스로 대견해한다. 

지동시장의 어린이 보부상 체험은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신청 가능하다. 
이제 점점 날이 풀리고 날씨가 좋아지니 많은 아이들이 지동시장으로 나올 것 같다. 시장을 구경하는 시민들은 한 번씩 아이들이 아기자기하게 손글씨로 쓴 가격표를 보면서 지나간다. 
그리고 어떻게 보부상 체험을 신청할 수 있느냐면서 묻기도 한다. 아이들 교육으로 참 좋은 체험이라면서 한 마디씩 하시면서 지나갔다.

지동시장서 어린이 보부상 된 내 아들_1
지동시장서 어린이 보부상 된 내 아들_1

"엄마, 이렇게 장사를 할 때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해야 해! 물건에 대해서 설명도 해 주고, 인사도 잘 해야 해. 그래야 기분이 좋지."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아도 스스로 사람을 대하는 방법까지 터득했다. 겨우 한 시간만에 말이다. 갑자기 정신없이 사람들이 몰려와 한꺼번에 물건을 싹 사 간 때도 있었다. 
또 가격 계산이 안되어서 손가락으로 계산해가면서 물건 값을 받기도 했다. 여러 개 사는 분이 깎아달라고 하니깐 '그냥 가지고 가세요'라면서 호기롭게 말하기도 한다. 모두 다 스스로 깨달은 것들이다. 

화폐 경제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어떻게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지 조금씩 알아가는 생활 속 배움이기도 하다. 학교에서 친구들끼리 물물 교환 형태로 벼룩시장을 열어보기도 했지만 실제 돈을 벌어보는 체험은 굉장했던 것 같다. 그러더니 집에 와서 다음 주에는 또 어떤 물건들을 팔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기도 한다. 이러다가 집안에 있는 물건들을 죄다 팔겠다고 나서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리고 지동시장 상인회에서는 어린이 보부상 체험을 한 아이들에게는 엽전을 두 개씩 지급한다. 엽전 두 냥으로 바로 음식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순대만들기, 봄나물전 만들기, 떡만들기를 하거나 옛날 과자 등을 살 수 있다. 봄나물전은 금방 동이 났고, 떡만들기도 기다리는 줄이 길어서 순대만들기를 해 보았다. 

지동시장의 순대도 유명한 만큼 아이들에게 순대만들기 체험도 즐거움을 줄 것이다. 순대는 돼지 창자에 당면 양념된 것을 깔대기를 통해서 넣어 만든다. 
그리고 직접 삶아서 주는데 앉아서 먹어도 되고, 집에 싸 가지고 가도 좋다. 엽전 두 냥으로 만든 순대는 양도 꽤나 많아서 저녁식사로 때울 수 있었다. 다음 주에는 떡만들기도 해 보고 싶다면서 꼭 시장나들이를 약속했다.

지동시장서 어린이 보부상 된 내 아들_2
지동시장서 어린이 보부상 된 내 아들_2

네덜란드에서는 국가적인 큰 행사로 매년 4월 어린이 벼룩시장을 연다. 그 날은 아예 공식적은 어린이 상인들이 시장을 여는 날로 이미 공식화 되어있다. 네덜란드 어린이들은 1년 꼬박 그 날을 기다리면서 자신이 팔 물건을 모으고, 정리한다. 
그리고 어른들은 적극적으로 아이들이 판매하는 물건들을 구매한다. 네덜란드의 상인 정신은 이미 생활 속 교육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셈이다. 돈의 소중함과 함께 노동의 가치를 알게 되고, 물건의 소중함까지도 인식하게 되는 체험이다. 
매년 어린이 벼룩시장이 국가적인 행사로 열리기 때문에 아이들은 성인이 되기 전까지 자연스럽게 경제관념을 배울 수 있다. 

이처럼 네덜란드의 실속있고 체계적인 경제교육을 앞으로 수원시의 지동 보부상 체험을 통해서 확산해 나가면 좋겠다. 지동교 위의 어린이 보부상들이 점점 더 많이 활약할 수 있기를 바란다. 

지동시장서 어린이 보부상 된 내 아들_3
지동시장서 어린이 보부상 된 내 아들_3

 

김소라님의 네임카드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