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한 수원골목 구경
2013-04-16 16:51:11최종 업데이트 : 2013-04-16 16:51:11 작성자 : 시민기자 차미정
|
오늘도 아이를 기다린다. ![]() 아이와 함께 한 수원골목 구경_1 맵다고 잘 못먹는 아이를 위해 어묵국물을 떠다가 헹구어 입안에 쏙 넣어준다. 잘도 받아먹는 아이. 떡볶이가 매우니 튀김을 같이 먹어야 더 맛있다고, 그렇게 떡볶이와 튀김을 한꺼번에 입에 넣고 우물우물 맛있게도 먹는다. 요녀석 학교 점심급식 먹고 온거 맞나? 싶을 정도로 둘이서 싹싹 다 먹어치웠다. "산 쪽으로 올라가볼까? 아님 여기 공방거리를 좀 걸을까?" 아이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팔달산으로 올라가는 끝없는 계단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더니 고개를 설레설레... 그래서 우린 다시 손을 잡고 공방거리로 방향을 잡는다. 공방거리가 처음 생겼을때는 뭐 볼거리가 있을까...? 했었는데 이렇게 와 보니 못 보던 공방이 서너개 더 들어서있다. 아이는 특별히 미니어쳐 작품들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와~ 진짜 잘 만들었다." 유리문에 머리를 콩콩 부딪혀가며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본다. 하도 열심히 보기에 나도 장단을 좀 맞춰주려고 자세히 들여다 보니 생각보다 재미있다. 작가의 섬세한 손길... 관찰력이 느껴지는 작품들이다. 미니어쳐 커피숍에는 테이블과 노트북, 냉장고, 진열대에 진열된 와플, 베이글 등이 있고, 계산기도 보인다. 오븐도 보이고... ![]() 아이와 함께 한 수원골목 구경_2 그 옆에 단품으로 만들어 놓은 냉장고엔 콜라와 생수, 오렌지 쥬스가 가득... 아이는 연실 이렇게 되뇌인다. "들어가 보고 싶다..."사실 나도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오늘 작가가 쉬는 날인지 문이 닫혀있다. 우리는 다음에 이 거리에 오게되면 그땐 여기 들어가서 구경도 하고 차도 한잔 마시자고 약속을 하고 자리를 떴다. 수건과 티셔츠에 문양을 넣는 공방, 염색과 바느질을 하는 공방, 닥종이 인형공방, 칠보공예공방 등 여러 집을 구경해도 처음에 본 미니어쳐공방만큼 재미난데가 없나보다. 다른 공방들은 대충 밖에서 구경하며 지나갔다. 그리고 공방거리끝에 마련된 전시관에서 연잎을 본따만든 연잎접시와 다기셋트들을 구경하고 장안문쪽으로 다시 걷기 시작했다. 슬슬 다리도 아프고, 목도 마르다. 아무래도 찬바람을 진짜 많이 맞은것 같다. "우리 어디가서 따듯한 차 한잔 마실까?" "진짜 따뜻한 차 마시면 좋겠다 이모." 평소보아두었던 장안문 인근 커피숍에 들러 커피한잔과 유자차 한잔을 시켜 마신다. 유자차를 숟가락을 떠 넣어 주니 기분좋게 '또'를 외치는 아이. 우리는 많이 걸어 아픈다리가 또 걷고 싶어할때까지 그렇게 한참을 낄낄거리며 수다를 떨었다. 뭐 별얘기도 없었다. 커피숍에 꾸며놓은 인형들을 보고 얘기했고, 모양으로 놓아둔 스텐드가 마치 뚫어뻥 같이 생겼다고 깔깔 거렸으며, 유자차를 마시던 아이가 남몰래 방귀를 뀌었다고 해서 또 까르르 웃었다. ![]() 아이와 함께 한 수원골목 구경_3 "그럼 이제 성곽쪽으로 해서 집에갈까? 아니면 오래된 동네 골목길로 해서 집에갈까?" 오래된 골목길을 선택한 아이. 아이에게 행궁동 벽화거리를 보여주고 싶었다. 워낙 감성이 풍부해서 그런것들을 보면 분명 좋아할것 같았기에... 역시나 아이는 벽화를 보며 혼자 이야기를 지어낸다. 꽃이 많이 피었다느니, 문어다리가 따로 잘라져있어 한데 이어야 겠다느니, 사람이 없으니 그림이 심심할것 같다는... 이야기들. 우린 심심치가 않았다. "이모, 사람들 없으니까 노래로 얘기하면서 가자."하더니 대뜸 구전민요 스타일로 대화를 하기 시작한다. "이모 이모 나는 나는 꽃이 좋아요. 이렇게 예쁜꽃에 누가누가 쓰레기를 버렸을까~?" "글쎄요 글쎄요. 이모도 몰라요. 하지만 쓰레기는 버리면 안돼요~." 그렇게 시작된 노래는 끊임없이 이어졌고, 이제 거리에 사람들이 있던지 말던지 계속 노래로 대화를 이어갔다 ![]() 아이와 함께 한 수원골목 구경_4 아이는 간간히 두팔을 활짝 벌려 춤도 추었다. 빙그르르 돌기도 했다. 예뻐 보였다. 내가 누구랑 이렇게 순진(?)한 장난을 치며 놀 수 있을까... 생각하니 내게 이런 기회를 준 아이가 고마워 더 예뻐 보였다. 드디어 아이의 집에 도착. 아쉬움을 뒤로하고 우린 다음주에 무얼할까 잠시 계획을 세운뒤 헤어진다. 나는 몇 발자욱 떨어져 아이가 현관문을 열고 집 안으로 사라질때까지 바라봐 준다. 휴...오늘도 즐거운 일상이 이렇게 지났다. 애보는 일이 만만치 않기는 해도 내게 즐거운 자극을 준다. 역시 어린아이의 웃음은 명약이다. 연관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