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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과 아이 일상 모두 가져가버린 스마트폰
스마트폰에서 벗어나는 방법
2013-04-10 14:13:19최종 업데이트 : 2013-04-10 14:13:19 작성자 : 시민기자   안세정

"엄마!엄마!"
"……왜…."
거실에서 아이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스마트폰에 들어온 메시지를 확인하느라 아이가 부르는 소리를 늦게 서야 알아채고 겨우 대답했다.
"엄마, 지금 뭐해? 핸드폰 하는 거야?"

아이가 달려오기 전에 얼른 스마트폰을 감추고는 "아니야, 엄마 핸드폰 안했어!"하고 말했지만 이런 내모습이 왠지 모르게 씁쓸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건성으로 하는 엄마의 대답으로 엄마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읽어내는 6살 아들녀석의 모습에서 다시 나를 바라본다. 
'평소에 지 엄마가 얼마나 핸드폰을 붙잡고 있는 모습을 많이 보았으면 저렇게 바로 짐작을 해내는 것일까.'
 
주말에 온 가족이 외식을 하러 한 식당에 갔다. 아이들이 있으니 왠만하면 실내놀이터가 있는 곳을 찾아가는데, 실내놀이터 안에 아이들이 없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 부모님 곁에서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거나 게임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부모도 그것이 편하기에 모르는 척 조용히 식사를 즐기거나 어른들끼리의 대화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었다.  

한창 아이들과 소통해야 할 시간을 스마트폰에 휩쓸려 보내는 어른들과 한창 맘껏 뛰어 놀 시간을 스마트폰에 올인 해 버리는 아이들. 결국, 아이들은 어른들이 빠져있는 스마트폰 세상을 그대로 복사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나와 내 아이들이 스마트폰 삼매경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나름의 원칙을 세우기 시작했다. 

첫째, 카카오톡이나 카카오스토리, 메시지 등에 바로 반응해야 한다는 강박증을 버리기.
그러기 위해서는 전화 외에는 스마트폰을 볼 일이 없도록 나와 조금 동떨어진 곳에 장소를 정해서 스마트폰을 갖다 놓기로 했다. 대신 전화는 잘 받아야 하니 전화소리는 벨이나 진동으로 잘 되었는지 확인하였다. 역시 예상대로 스마트폰에 집착하는 것이 조금 줄어들었다. 

하지만, 카카오톡으로 들어온 메시지가 쌓여있는 현상이 벌어졌다. 바로 메시지를 넣지 않자, 친구들은 '얘는 지금 뭐하길래 대답도 없냐'는 식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카카오톡 특성상 수다일색인 경우가 다반사인지라 굳이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심심하다고 해서 스마트폰을 바로 찾지 않기.
큰 볼일을 보러 화장실을 들어갈 때나 잠시 짬이 날 때면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들고 가게 마련이다. 이전에 스마트폰이 없던 때는 책이나 신문 등의 볼거리를 이용했었는데 스마트폰 하나면 여러 재미와 볼거리 요소를 만끽할 수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중독 현상을 막기 위해 이런 간편함을 배제해야 한다. 

의식적으로 책을 찾아 보거나 다이어리 쓰기 등 기타 내가 좋아하는 다른 일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이전에는 그냥 무심코 스마트폰만 들고 가면 됐는데 자투리 시간을 뭘 해야 하나 고민하는 것이 조금 번거롭지만 스마트폰 멀리하기 훈련에 성실히 임하는 내 모습이 대견하게 느껴졌다. 

셋째,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함부로 넘겨주지 않기.
많은 부모들이 손쉽게 아이들을 제어하는 방법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한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아이들에게 큰 악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최근 TV방송에서, 스마트폰 중독이 우리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실제로 스마트폰에 중독된 A군과 일반 어린이의 뇌기능을 테스트하는 실험을 진행해 화제가 되며 오늘 핫토픽 키워드 1위로 오르기도 했었는데, 규칙적으로 깜빡 거리는 불빛에 맞추어 손뼉을 치거나 발을 구르도록 한 실험에서 스마트폰에 중독된 A군이 일반 아동들에 비하여 반응속도가 많이 빠르거나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어른과 아이 일상 모두 가져가버린 스마트폰_1
가만히 앉아 동영상을 즐기기보다 몸을 움직여 세상을 보는 아이가 되길
,
어른과 아이 일상 모두 가져가버린 스마트폰_2
자연속에서 스스로 놀이를 창조하고 탐구하는 우리 아이들이 되길.

아이가 칭얼거리나 힘들 게 할 때 "엄마, 핸드폰 줄게"하며 입을 다물게 하기 보다는 아이의 눈을 맞추고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좀더 시간을 가지고 대화하는 습관을 가져보려 애쓰게 되었다.
간혹, 스마트폰을 달라고 떼쓰기도 하는 통에 진땀을 빼기도 했지만 앞으로 이런 일들이 지속된다면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없으리라는 생각에 그 동안 스마트폰으로 간편히 보낸 일들을 반성하는 의미로 인내심을 발휘했다.
 
그렇게 3일 정도를 보냈다. 짧다면 매우 짧은 시간이지만, 매 순간 스마트폰이 곁에 없으면 괜히 불안했던 나의 일상에서 3일은 꽤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덕분에 그 동안 무심코 보내버렸던 시간들을 다시 더듬어 다이어리에 일과를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났고, 늘 쌓아놓기만 하고 보지 않는다며 남편에게 잔소리를 들으며 언젠가는 읽을거라며 고수하던 신문들도 차곡차곡 읽어나갈 수 있었다.
 
아이들과는 이전보다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으며, 아이와 함께 요리하기, 한글공부 하기 등 여러가지 새로운 일들을 도모할 수 있었다. 하루 일과를 마칠 때면, 아이들은 엄마가 읽어주는 동화책 이야기에 쏙 빠져든다. 이젠 아이들도 한결 동영상 매체에서 벗어나 책 속 이야기 세상에 흠뻑 젖어 미소를 지으며 잠이 든다. 
 
스마트폰이 주는 편리함은 참 엄청나다. 하지만, 그로 인해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과 생각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세상이 편리해 질수록 우리가 잃어버리는 것이 무엇인지를 늘 긴장하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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