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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인절미에도 어머님의 사랑이 들어있네요
2013-04-06 23:34:13최종 업데이트 : 2013-04-06 23:34:13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성지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진료 때문에 부여에 계시는 시어머님께서 수원에 올라오신다. 어깨치료를 받기 위해서인데 두 달이 지난 요즘은 운동을 겸해서 훨씬 나아졌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나마 병원에 오고가는 길이 고생스럽지만은 않다고 하신다.
남편이 휴가를 내어서 병원 진료를 끝낸 어머님을 부여까지 모셔다 드리기로 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바람 한 번 쐰다는 것이었지만 남편의 속뜻은 다른데 있었다.

논은 땅이 농공단지 부지로 들어가서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되었지만 텃밭이 있어서 그냥 놀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어머님 혼자서 아픈 어깨를 가지고 밭일을 하실 생각이 미치자 밭갈이와 함께 고추를 심을 수 있게 밭을 만들어 드릴 생각이었던 것이다.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의 따사로움에 살짝 눈을 찡그려 보지만 이내 눈을 비비고 어머님과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하다 보니 두 시간 만에 부여 어머님 집에 도착을 했다.
시골에 오면 공기부터 다르다며 남편은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동네 한 바퀴 도는 것으로 시골집에 온 첫날을 시작해본다. 
건너편에 있는 앞집 마당에는 하얀 눈꽃마냥 매화꽃이 지천으로 피어나서 보는 이의 눈을 호강하게 만든다. 

쑥인절미에도 어머님의 사랑이 들어있네요_1
앞집에는 정겨운 매화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쑥인절미에도 어머님의 사랑이 들어있네요_2
어머님을 위해 밭을 갈은 아들의 마음

다음날 일찍이 일어나서 마당 구석구석을 빗질을 해대며 깨끗이 청소를 하고 시아버님 산소에 가서 손질할 곳이 없는지 점검까지 끝내고 돌아와서 아침식사를 하는 남편이다. 
정말 공기 탓일까? 시골집에만 오면 유난히 일찍이 눈을 뜨고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남편이다.

아버님 산소에 잔디가 제대로 살지 못한 곳이 있어서 잔디를 다시 입히기로 했다. 부지런히 움직이다 보니 오전에 어느 정도 마무리를 할 수가 있었다. 그러고 나서 원래 이곳에 온 목적인 텃밭을 갈고 고추를 심을 수 있게 비닐을 씌우는 작업을 했다. 마침 형님께도 sos를 쳤더니 아주버님과 함께 조카까지 와주었다. 일손이 늘어나니 일도 척척 시간도 단축되어서 빨리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쑥인절미에도 어머님의 사랑이 들어있네요_3
쑥인절미를 만드시는 모습

쑥인절미에도 어머님의 사랑이 들어있네요_4
먹기 좋게 한 입 크기로 쑥쑥 자르고.

어머님께서는 큰 아들에 큰손자까지 보시니 기분이 여간 좋아 보이지 않는다.
수돗가에서 찹쌀을 담그고 계시는 어머님, 무엇을 하실 것인가 여쭈어 보니 "내 새끼들 왔는데 인절미라도 해서 먹이련다." 하신다.
귀찮은데 하시지 말라고 해도 "너도 내 나이 되어봐라, 자식 입에 들어가는 것만 봐도 즐거울 것이니" 어머님의 마음을 어찌 다 헤아릴 수가 있단 말인가?

찹쌀과 삶은 쑥을 가지고 방앗간에 갔다 오신 어머님은 쑥 인절미를 만든다며 방바닥에 떡판을 내려놓고 달라붙지 않게 콩가루를 뿌리더니 접시로 쓱쓱 갈라서 긴 떡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한 입 크기로 잘라 콩가루를 펼친 곳에 던져 놓는다.

그 옆에서 구경만하고 있던 나도 콩가루에 조물조물 묻혀서 네모란 모양을 잡아가며 상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았다.
방앗간에서 금방 빻아온 고소한 콩가루의 냄새가 진동을 한다. 얼른 하나를 어머님 입에 또 다른 하나를 내 입에 집어넣었다.
쫀득쫀득한 찹쌀의 찰진 것에 고소한 콩가루와 쑥의 향내와 식감까지 더해져서 맛은 정말 끝내준다.

인절미를 만드는 것을 가까이 본 것도 언제인지 모른다. 예전 어렸을 때 친정엄마가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지만 정말 그건 말 그대로 옛날 옛적의 오래전 일이 아닌가?
연신 맛있는 뚝딱 떡이 만들어지는 것이 신기하다며 입을 놀리는 며느리가 그래도 싫지 않은지 "내가 해 줄 수 있을 때까지는 해 줄 테니 많이 먹어라"하신다.

얼른 쟁반에 금방 만든 쑥인절미와 시원한 식혜를 가지고 텃밭에 나갔다. 송알송알 땀방울을 흘리며 밭 작업을 하고 있던 가족들이 잠시 휴식을 갖고 새참격인 쑥 인절미를 정말 있게게 꿀꺽 꿀꺽 먹는다.
금방해서 먹는 쑥인절미 맛은 먹어보지 못한 사람은 이 맛을 제대로 알지는 못하리라. 오랜만에 육체적인 노동과 함께 땀방울을 흘리고 먹는 간식은 꿀맛이었을 것이다.

두런두런 형제간에 가족 사이에 이야기가 이어지고 고소한 콩가루로 한껏 멋을 부린 인절미에 담긴 어머님의 사랑은 두고두고 기억될 것이다.
내리사랑 특히 부모님이 자식을 향한 무한대의 사랑은 불변의 진리가 아닐까? 볕 좋은 어느 봄날 두 그루의 감나무가 대문 역할을 해주는 마당 한 가운데 서서 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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