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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호탑’, 이 바위가 새를 불렀다고
선조들에게 배워야 할 자연사랑
2013-04-07 05:59:40최종 업데이트 : 2013-04-07 05:59:40 작성자 : 시민기자   하주성
'봉호탑', 이 바위가 새를 불렀다고_1
이천향교 좌측 낮은 산 중턱에 바위와 안내판이 보인다
 
전국을 다니면서 문화재 등을 답사하다가 보면,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바로 자연을 사랑하는 선조들의 마음이다. 깊은 산속에 지어진 절을 보면, 늘 선조들의 마음을 읽어내고는 감탄을 할 때가 많다. 꽤 많은 전각들이 절의 여기저기에 자리를 잡고 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자연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은 사람들이 찾아오기 좋게 절의 앞까지 길을 내고는 하지만, 과거에는 절은 힘들게 걸어 올라가야만 했다. 그런 것 하나도 '섬김'의 도라고 한다면, 그 섬김 안에는 항상 자연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절을 다니면서 들러보아도, 그 어느 것 하나 자연을 벗어난 웅장함은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봉호탑', 이 바위가 새를 불렀다고_2
바위에는 '봉호탑'이라고 음각을 해놓았다
 
자연사랑을 실천한 우리 선조들

참으로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선조들이었다. 대표적인 축조물은 바로 수원 화성이라고 할 수 있다. 공격과 방어라는 싸움을 승리로 이끌어 내기 위한 거대한 축조물이지만, 화성은 그 어느 곳 한곳도 자연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그 스스로가 자연이 되어 아름답게 자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일(목), 일이 있어 이천으로 발길을 옮겼다. 관고동에 자리한 이천시립도서관을 찾아가면, 그 바로 아래에 이천향교가 자리하고 있다. 이천시 창천동 336번지에 소재한 이천향교는 경기도 문화재자료 제22호이다. 우르 수원의 경우에도 팔달산에 위치한 중앙도서관 아래 수원향교가 자리하고 있다. 아마도 향교라는 조선시대의 배움 터가 있기 때문에, 그, 주변에 도서관을 마련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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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이라고 하나 일반적인 바위들이다
 
새를 불렀다는 '봉호탑(鳳呼塔)'

이천 향교를 들러보고 나오려는데, 옆 산 한편에 무슨 안내판 같은 것이 보인다. 그리고 그 뒤편에는 바위에 무슨 각자(刻字) 같은 것도 보인다. 올라가 보았더니 바위에는 봉호탑(鳳呼塔)이라고 바위에 음각을 해 놓았다. 바위를 네모나게 파낸 후 그 안에 다시 깊게 음각을 한 글씨이다.

말 그대로 하면 '봉황을 불러들이는 탑'이라는 뜻이다. 탑이라면 돌을 깎아 세워야 하는데, 그저 향교 옆 산에 있는 자연적인 바위에 이렇게 음각을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 앞 안내판에 쓰인 문구를 보니 이해가 간다. 이 바위에서 '새를 부르는 의식'을 취했다는 것이다. 그 내용을 읽어보고는 다시 한 번 자연과 함께 살아가지 못하고 있는 스스로가 부끄러워진다.

지금도 이천향교 주변에는 큰 느티나무들이 몇 그루 서 있다. 그런데 예전에는 주변에 큰 느티나무 숲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숲이 우거지다가 보니, 하절기가 되면 꾀꼬리 등 많은 새들이 찾아와 지저귀는 소리가 아름다웠을 것이다. 향교에서 공부를 하던 유생들도 그 소리를 들으면서 함께 즐거워했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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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호탑에서 바라본 이천향교 주변에 커다란 느티나무들이 보인다
 
망치소리에 놀라 사라진 새들

그런데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지만, 이천 향교를 중수를 했다고 한다. 향교를 중수하면서 대목장들이 나무를 다듬기 위해 내는 망치소리에, 새들이 놀라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것. 유생들은 늘 듣던 새소리가 사라지고 나자, 아름다운 새소리가 그리워졌을 것이다. 유생 중에 박정수, 이면용 두 사람이, 이 바위 앞에 먹이를 놓고 새를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고사를 지냈다고 한다.

이 봉호탑은 바로 먹이를 놓고 고사를 지낸 곳이라고 한다, 관고동 주민들에게 전해지고 있는 이 이야기는,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당시의 유생들의 아름다운 마음을 엿볼 수가 있다. 이 봉호탑을 보면서 또 한 번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과연 우리 선조들처럼, 자연을 아끼고 있는가를 스스로 질문을 해본다. 바위에 새겨진 각자 하나, 그것이 주는 교훈이다.

봉호탑, 봉황, , 이천향교, 바위, 음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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