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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수원, 짜장스님이 돌아왔다
‘약속’ 지키기 위해 다시 찾은 율천동 주민자치센터
2013-04-05 16:34:54최종 업데이트 : 2013-04-05 16:34:54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웰컴 투 수원, 짜장스님이 돌아왔다_2
스님짜장면을 기다리는 어르신들

"스님~ 안녕하셨어요!"
"손은 좀 어떠세요. 다 나으신 거예요?"
"어휴 저번엔 정말 놀랐습니다. 잘 아물었다니 다행입니다."

4월5일, '사랑 실은 스님 짜장'으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운천 스님(남원 선원사 주지)이 남쪽의 꽃바람을 타고 수원을 다시 찾았다. 지독히도 추웠던 지난 1월, 천주교사회복지시설 바다의 별과 우만사회복지관 그리고 서호노인사회복지관 등 연이은 수원봉사 이후 약간의 세월이 지난 후다. 그 간격의 이유는 뜻밖의 사고 때문이었다.

1월말, 초순에 이어 그날도 수원에서의 연이은 봉사가 이어지던 날 이었다. 
장소는 율천동 주민자치센터였고 대상은 율천동에 기거하는 어르신들 200여명을 위한 짜장면 봉사였다. 짜장 소스에 들어갈 채소가 다듬어지고, 면을 뽑기 위한 기계는 주인의 손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쯤이면 거의 초기단계다. 그런데 중간단계에 들어가기도 전에 뜻하지 않는 사고가 그야말로 창졸간에 일어났다.
"으악!"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다. 

면 국수가 나오기까지는 밀가루 반죽을 두 손으로 연신 주무르고 다시 육중한 기계 안에서 반복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런 후에야 팔팔 끓는 솥단지로 들어가 익혀낸다. 그래야 면발이 쫀득쫀득하고 식감이 자르르 흐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고는 여기에서 터졌다. 좀 더 찰지게 만들기 위해 반죽된 밀가루 덩어리를 계속해서 밀어 넣다가 그만 오른쪽 손가락이 빨려 들어간 것이다. 스님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 놀란 나머지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라 우왕좌왕 난리가 났다. 119가 도착하기까지 30여분, 손은 사나운 기계의 입구로 이미 반쯤 들어가 있었다. 

사고가 터진지 2개월이 지났다. 맹추위가 슬그머니 떠나고 섬진강 일대가 꽃대궐로 난리가 났다는 4월 초순이다. 
다행이도 수술이 잘됐는지 어느 정도 손가락은 아물었다. 아직 예전처럼 힘을 쓸 정도로의 상태는 아니지만 스님은 율천동 어르신들의 얼굴이 떠올라 견딜 수가 없었다. 
이내 짐을 꾸려 수원으로 향했다. 비록 처음 맛본 사고의 후유증이 뇌리에 남아 찝찝했지만 불가에서 말하는 '말빚'을 갚기 위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와야 했다.

웰컴 투 수원, 짜장스님이 돌아왔다_3
웰컴 투 수원, 짜장스님이 돌아왔다_3

계사년 시작과 함께 짜장 봉사에 나선지 어언 3년째, 지난 2년 동안 오지나 외딴 섬부터 부산· 서울· 여산 등 스님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마다않고 전국을 돌아다녔지만 정작 속가의 정이 밴 고향땅 수원은 찾지 않았다. 
출가 이후 세속의 인연을 굳이 다시 맺고 싶지 않았을 런지도 모른다. 그런데 무슨 연고인지 올 초 수원에서의 봉사가 시작되고 사고가 났다. 

스님은 생각했다. '아! 인생의 흐름에서 잠시 쉬어가라는 부처님의 신호구나'라고. 손이 낫기를 기다리며 칩거에 들어갔다. 
스님의 평소 소신은 '부처님의 자비와 보현행을 실천하는 불교'이다. 
그래서 스님께 여쭤봤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전국을 무대로 대중공양에 참여하다가 가만히 있으려니 답답했어요. 날씨가 차가워서 손이 얼까봐 조심하려니 더욱 힘들었지요. 사실 부처님의 고행을 생각하면 이까짓 손가락 아픔은 아무것도 아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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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을 뽑기 위해 밀가루 반죽을 밀고 있는 운천스님

율천동 주민자치센터에 아침 9시에 도착하신 스님. 손가락 아픔은 아예 잊은 듯 부녀회와 통장님들과 함께 짜장면 준비에 나서면서부터 신이 나셨다. 
"어이구 스님~ 이렇게 다시 찾아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김현광 동장 이하 직원들이 달려와 고마움을 전한다. 다시 자치센터 주방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활기찬 칼소리에 의해 자색고구마며 배, 파, 호박, 배추 등 채소들이 촘촘히 잘려나간다.

시계를 들여다보지 않았어도 배식시간이 가까웠음을 안다. 어르신들 한 분 두 분, 무리를 지어 들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어르신 이쪽에 앉으세요." 
매우 친절한 자원봉사자들의 안내에 따라 질서 있게 자리가 정리된다. 고춧가루 약간 뿌리고 잘게 썬 파가 올려 진 짜장면이 드디어 어르신들 앞으로 착착 놓였다. 

한편에선 연신 김치와 단무지가 전달되고 주방에선 국수가 계속해서 삶아졌다. 오늘 대접한 짜장면은 대략 230그릇. 모두가 '정말 맛있다'며 인사를 건넨다. 스님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내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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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과 함께 한 율천동 자원봉사자들

수원에서 다시 '짜장 스님'을 뵐 수 있어서 다행이다. 감사드린다. 
다음 주 월요일까지 일정을 마치고 말일 한차례 또 잡혀있다. 다음 달에도 그 다음 달에도 수원에서의 짜장면 봉사는 연중 계속된다.
"웰컴 투 수원, 사랑 실은 짜장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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