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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리 수종사에서 세상을 응시하다
2013-03-31 10:34:21최종 업데이트 : 2013-03-31 10:34:21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헉헉대는 숨소리 마디마디가 거칠었다. 
그럴 수밖에. 운길산역에서 올려다본 수종사 가람의 위치가 꽤나 높아보였지만 '터벅터벅 오르다보면 다다르겠지' 생각한 것이 잘못이었다. 

불교의 가르침이 모든 것에서의 집착을 놓아버리는 데에 있다할지라도 몸의 힘듦에는 당할 재간이 없음을 수종사 오르는 길 중턱에서 비로소 깨닫는다. 
경사가 심한 곳은 거의 80도, 아무리 낮아도 50~60도 기울기의 포장길이었으니 말이다. 정말 가파른 길, 운길산(610m) 정상 턱밑에 있는 절 수종사 가는 길이다. 

양수리 수종사에서 세상을 응시하다_1
수종사 가는 길

우리에게 '동문선' 시문선집으로 잘 알려진 조선전기 학자 서거정이 '사람의 마음을 빼앗는 아찔한 아름다움'이 있는 절이라며 극찬했다는 수종사(水鐘寺). 
수종사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양수리) 북서쪽 지점에 위치해 있어 한강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풍광으뜸 사찰이다. 
세조4년(1458년), 금강산을 다녀오던 세조가 현재 양수리 부근에서 하룻밤을 묵던 중 종소리가 들려 찾아가 보니 바위굴에서 떨어지는 물소리였다. 청명한 종소리는 물이 떨어지는 소리였던 것이다. 
'수종'이란 이름이 지어진 연유다. 

두 시간가량 이어지는 산행길이다. 고통을 애써 떨쳐내며 그토록 보고싶었던 목적지를 향해 걷는다. 걸망을 짊어진 두 할머니가 숨을 헐떡거리며 휴식을 취하고, 갓난아이를 업은 아버지와 그의 뒤를 따르며 안쓰러운 표정을 짓는 아내의 모습도 스쳐지나간다. 

힘들다며 채근하는 초등학생 딸과 조금만 올라가면 평지라며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아빠, 형형색색 고어텍스 등산복 차림새의 왁자한 단체 등산객들과도 이웃한다. 
한 결 같이 모두가 "휴우~휴우~" 가쁜 숨을 몰아 쉰다. 

그러다가 고통의 순간이 단숨에 행복으로 전환되는 순간이 왔다. '운길산수종사'라 쓰인 일주문이 보이면서. 예까지 오느라 수고했다는 듯 작은 찻집이 모든 이들을 반긴다. 
오르느라 보지 못했던 사위가 그제야 보인다. 하늘을 향해 끝없이 뻗은 빽빽한 소나무들과 양지바른 땅 흙을 밀쳐내며 예쁜 얼굴을 드러낸 봄꽃 야생화들이. 

잠시 숨을 고른 후 산 중턱에 걸쳐있어 얼핏 자태를 드러낸 수종사를 향해 마지막 힘을 쏟는다. 
불이문을 지나니 인생도 갈래 길이 있다는 것을 되새겨주듯 등산로와 사찰로로 나뉜다. 
한무리의 등산객이 운길산 정상으로 향하고 난 나의 목적지 사찰로로 들어선다. 부처님을 뵙기까지 늘 마음속에 '진여(眞如)'하기를 갖추라는 것인지 가파른 돌계단의 연속이다. 

드디어 목전.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다는 약수물로 목을 축이고 계단을 오르니 대웅보전이 코앞이다. 
산신각, 약사전....생각보다 아담한 절집이다. 아니 굳이 절이라고 칭하기 보다는 수행하는 스님들의 생활공간 '선불장' 같다. 일명 '수종사 다보탑'으로 불리는 팔각오층석탑과 태종의 부인으로 출가한 정의옹주 부도를 찬찬히 살펴볼 즈음 행복이 시작된다.

양수리 수종사에서 세상을 응시하다_3
수종사 경내 팔각5층석탑과 부도탑
 
수종사를 유명하게 만든 '삼정헌'에서의 다선일심(茶禪一心) 차 맛, 그리고 해탈문 밖 은행나무 공간, 산신각 등 경내서 바라본 한강의 도도한 흐름이 감동이다. 

양수리 수종사에서 세상을 응시하다_2
수종사에서 바라본 두물머리. 북한강과 남한강이 하나로 합쳐지고 있다.

진정 두물머리의 진면목이 보이는 곳이다. 왜 그곳에서 다산 정약용과 추사 김정희, 그리고 초의선사가 당색과  신분을 떠나 사회변혁의 꿈을 꾸었는지 절로 깨치게 된다. 
세조가 하사하여 500여년의 세월을 굳건히 지켜온 해탈문 밖 은행나무 아래서 인간의 끝없는 욕심에 대한 생각에 잠긴다. 

양수리 수종사에서 세상을 응시하다_4
500년 된 은행나무

살아가면서 인생에 좋은날이 있으면 반대로 고통스런 날도 찾아오거늘. 모든 것이 집착, 비우지 못함에서 불행의 강도는 더 세게 느껴진다는 것을 다시금 되새긴다. 
뛰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그곳에서 세상과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응시하라는 부처님의 소리가 들린다. 대웅보전에서 삼정헌에서 시주함에 작은 정성을 넣곤 무아(無我)를 다시한번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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