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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타박터벅’ 산과 동무한 주말
충남 서산 황금산 등산기
2013-04-01 12:28:12최종 업데이트 : 2013-04-01 12:28:12 작성자 : 시민기자   신연정

'아빠 정상에 꼭 가야 돼요? 여기서 그냥 내려가요'
산 말고 놀이동산에 가자는 큰 아이를 요리조리 달래며 나선 등산길, 서해안 고속도로를 2시간 남짓 달려 왔건만 아이의 투덜거림은 산을 오르는 내내 계속 된다. 
충남 서산 황금산은 해발 156미터로 나지막하지만 일몰이 아름다운 곳이다. 아이들과 함께 꼭 가봐야지 하며 아빠가 꼽아 뒀던 산인데, 아이 반응이 뿌르퉁하니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해 지는 모습이 정말 예쁘대. 밤이면 해가 어디로 사라지는 지 궁금하지 않니?'
엄마의 말에 둘째 녀석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관심을 보인다. 빨리 가보자고 한다. 산 초입에서 구한 나무 막대를 지팡이 삼아 속도를 낸다. 동생이 생기를 찾자 형도 승부욕이 발동한다. 

산 속이라 봄이 더디 온다지만 드문드문 노란 산수유 꽃이 피었다. 이름만 정상이지 올라온 거리만 봐선 동네 공원 한 바퀴 정도의 거리다. 
하지만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는 숨이 깔딱 넘어가는 높디높은 곳이다. 저 만치 보이는 서해 바다로 해가 지고 있다. 바람결에 저물녘 햇살이 부서진다. 물결은 잠시 숨을 참는 듯 잠잠하다. 

아이들 '타박터벅' 산과 동무한 주말_1
아이들 '타박터벅' 산과 동무한 주말_1

'금방 왔지? 참고 오니까 좋지?'
아빠의 말에 이번엔 우리 첫째, 해 떨어지기 전에 얼른 내려가자며 재촉이다. 
"코끼리 바위도 가보자. 왔던 길로 조금만 내려가면 돼"

황금산은 정상 말고도 볼거리가 또 있다. 해안으로 이어진 길로 내려가면 기암괴석을 볼 수 있는 데 일명 '코끼리 바위'로 불리는 곳이다. 
다리쉼도 했고 내리막길이다 보니 걸음이 빠르다. 유독 부서지는 돌이 많아 미끄러운 길, 첫째는 아빠 손을 잡고 둘째는 내 손을 잡고 바다가 보이는 길로 성큼성큼 내려간다. 아이들 손은 언제 잡아도 따뜻하다.
 해안에 도착하자 하늘 위로 데 여섯 뺨은 남아 있던 해가 거의 수평선에 닿았다.

아이들 '타박터벅' 산과 동무한 주말_2
아이들 '타박터벅' 산과 동무한 주말_2

아이들 '타박터벅' 산과 동무한 주말_3
아이들 '타박터벅' 산과 동무한 주말_3
 
아이들 '타박터벅' 산과 동무한 주말_4
아이들 '타박터벅' 산과 동무한 주말_4

바닷물이 많이 들어차 모양을 다 살필 수는 없지만, 뉘엿뉘엿 지는 해를 바라보는 폼이 분명 코끼리를 닮았다. 일몰을 담으려는 사진 객이 두엇 진을 치고 있다. 
짧은 순간 자연의 조화로움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아이들도 얌전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 전해지나 보다. 파도에 씻겨 둥글어진 돌은 아이들에게 더 없는 장난감이다. 기념으로 돌멩이 하나씩 주머니에 넣고, 왔던 길을 되돌아 황금산 초입으로 내려간다. 

우리 아이들, 마뜩찮게 시작한 산행이었지만 소란스럽고 화려한 놀이동산에서는 결코 할 수 없었던 경험을 했다. 
돌이 서로 부대끼며 서걱대는 소리를 듣고 바닷물의 짠 내에 어우러진 그윽한 해송 냄새를 맡으며 바람결에 부서지는 저녁 햇살과 산행으로 데워진 따스한 가족의 손길을 느꼈다.
자연으로 향하는 산행, 그리고 여행은 이런 맛에 하는 걸 거다. 

* 서산 황금산 찾아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송악IC에서 빠져나와 대산읍 방향으로 간다. 
석문방조제·대호방조제를 지나 독곶리 마을 입구에 이르면 국도가 끝나는 곳에서 비포장길이 시작되고 황금산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하면 포장마차촌이 나타난다. 
둑길을 따라 계속 들어가면 독곶수산 포장마차 옆 우측으로 비포장길이 나 있다. 이 길로 200m 정도 가면 황금산 산행로 입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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