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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인근에서 잡았으니 지방산이지
동해 북평장 구경하기
2013-03-26 14:18:31최종 업데이트 : 2013-03-26 14:18:31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장날 풍경이 좋은 것은 어딜 가든 인심이 후하여 덤을 받는 손도 즐겁지만 정성을 받은 마음도 풍족해지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동해시 북평에서 열리는 오일장에 다녀왔다. 북평장은 3일과 8일 열리는데 인근지역 농민들이 직접 재배한 채소와 묵호나 인근 어촌에서 직접 잡은 생선을 생산자가 직접 소비자에게 팔기도 하고 항구에서 도매로 뗀 생선을 파는데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 또한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판매하는 상인들도 있는데 대형마트나 할인점에 밀려 전통시장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에 비하면 북평장의 규모는 강원도 최대라고 말 할 수 있겠다. 

동해 인근에서 잡았으니 지방산이지_1
동해 인근에서 잡았으니 지방산이지_1

북평장의 역사는 조선 정조 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200년이 넘는다. 삼척읍지 '진주지'에는 '정조20년, 북평장은 매월 3.8.13.18.23.28일의 여섯 번 장이 열리는데 장세를 받았다'고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전통이 오래 된 만큼 물건도 다양하지만 특히 북평장은 어물전이 최고이다. 제사상이나 잔칫상에 빠지지 않는 문어, 펄떡펄떡 뛰는 물좋은 오징어, 시원한 국물이 일품인 못생긴 곰치, 가자미 등등 구경거리가 끝이지 않는다.

시대에 따라 생선 종류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20년 30년 전 엄마 손에 이끌려 왔던 어물전은 오징어나 양미리. 고등어는 가격이 싸고 넘쳐났는데 요즘은 청어가 많이 잡힌단다. 청어는 석쇠에 구워 먹으면 지글지글 기름이 빠지고 맛있게 먹었지만 뼈가 많아서 즐겨 먹지는 않았는데 오징어 회를 뜨던 자리에 청어가 대신했다. 펄떡거리는 청어 8마리가 만원이다. 솜씨 좋은 아주머니의 손에서 순식간에 회로 둔갑하고 가격 대비 푸짐하기는 입이 딱 벌어질 지경이다. 

동해 인근에서 잡았으니 지방산이지_2
동해 인근에서 잡았으니 지방산이지_2

동해 인근에서 잡았으니 지방산이지_3
동해 인근에서 잡았으니 지방산이지_3

옆에 계신 아주머니가 살이 연어처럼 붉은 황어를 권한다. 마음 약한 지인이 솔깃해 한다. 황어는 어릴 때 지겹게 먹던 생선이다. 보리가 피기 전에 산란을 위하여 오십천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던 흔하디흔한 물고기였다. 뼈가 억세고 청어보다 잔가시가 많아서 먹기에 곤혹스런 물고기였는데 이것도 요즘은 회로 먹는 모양이다.

끝없이 늘어선 좌판에 눈에 띄는 생선이 임연수어다. 수원에서는 냉동으로 된 것 밖에 없는데 조금 씨알이 작기는 하지만 싱싱한 것 여덟 마리에 만원이다. 지져먹으면 연하고 참 맛있다는 아주머니는 지방산이라고 강조한다. 

동해 지역 시장에서 이방인의 티를 내지 않으려면 물건 살 때 지방산이냐고 물으면 된다. "이거 지방산이래요"하고. 지방산이란 먼 바다에서 잡은 생선이나 수입이 아니고 동해 인근에서 잡은 생선이란 뜻이다. 

어물전에서 조금 어물거렸을 뿐인데 양손에 검은 봉지가 가득이다. 북평장에 올 때마다 빼놓지 않은 곳이 어묵 파는 곳이다. 봄이라지만 샛바람이 목덜미를 파고드는 것은 막을 수 가 없다. 엄청 큰 솥에 어묵이 빽빽이 잠수하고 있다. 어묵만큼이나 사람들이 빽빽이 선 사이를 뚫고 어묵 솥 앞에 섰다. 손잡이 끝이 빨간색은 칠백원이고 별도의 표시가 없는 것은 무조건 오백원이다. 차이는 빨간 것은 매운 어묵이다. 어묵보다 국물이 정말 맛있다. 단번에 언속이 녹는 듯하다. 

어묵보다 국물을 더 마시는 이방인에게 눈치도 안주고 컵이 빌 때마다 냉큼냉큼 채워준다. 영동지방 오일장은 안가는 곳이 없다는 인심 좋은 부부의 미소가 닮았다. 그 많은 곳을 다니면서도 지난 가을 가족들과 들었던 때를 기억해 주었다. 

동해 인근에서 잡았으니 지방산이지_4
동해 인근에서 잡았으니 지방산이지_4

북평장에 가면 꼭 묵국수를 먹어야지 하는 생각이 결국 어묵으로 대신하고 다시 건어물 장으로 갔다. 주부란 반찬걱정이 다이고 보면 손에 든 것도 모두 반찬거리지만 또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건새우, 오징어채, 국물멸치 말린 미역까지 양손에 든 짐은 생각하지 않고 북평장이 초행인 지인의 욕심이 끝나지 않는다. 

결국 출발 할 때의 마음과 다르게 북평장을 보러 가자는 합의가 어물전 구경으로 끝나고 말았다. 다음에는 꼭 묵국수를 먹고 말겠다는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왔지만 또 다른 재미를 남겨 놓았다는 여운에 즐거운 북평장 구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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