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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 밤 사이에 술과 치아를 바꾼 친구
2013-03-24 16:22:00최종 업데이트 : 2013-03-24 16:22:00 작성자 : 시민기자   이수진

친구가 급히 만나자는 연락을 받고, 가까운 약속 장소로 나갔다. 처음에는 모자를 깊이 눌러 쓰고 나와서 한참동안 알아 보지 못하다가 서로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해서 겨우 서로를 알아 봤다. 평소에 가끔 만나게 되면, 항상 잘 차려 입고 나오는 아이인데 오늘 따라 모자로 얼굴을 다 가리고 나왔다. 

심지어 마스크까지 쓰고 나와서 누가 보면, 연예인이거나 범죄자로 오인을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리 얼굴을 꽁꽁 싸매고 나온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니 얼굴 안색이 아주 안 좋은 친구가 말도 안한 채 꿍하고 있었다. 그런데 입술도 약간 부은 것 같고, 결론적으로는 안색이 심히 안 좋아 보이던 친구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입 모양을 보면서 이상하게 여기던 차에 자초지종을 듣게 되었다. 어제 회사 동료들이랑 술을 많이 먹고 나서, 필름이 끊긴 상태에서 집에까지는 귀소본능으로 겨우 오긴 했다지만 일어나서 거울을 보니, 앞 치아가 깨져 있었다는 것이었다. 한쪽 팔은 탈골 직전까지 갔을 정도로 통증이 심하고, 무엇 보다도 치아가 많이 손상 되어 있었다고 한다.

하룻 밤 사이에 술과 치아를 바꾼 친구_1
오른쪽 앞 치아가 심각하게 깨져 있었다
분명히 싸운 것은 아니고, 술에 취한 상태에서 아주 심각하게 앞으로 넘어진 모양이었다. 직접적으로 치아 상태를 보니 아주 심각한 수준이었다. 직업상 내가 치위생사라서 나에게 치아에 대한 자문을 얻기 위해 보자고 한 것이었다. 추측 하건데, 넘어지는 순간 무의식적인 상태에서도 팔로 땅을 짚었는지, 팔에 상처가 났었지만 결국에 얼굴 전체가 땅에 심하게 부딪혔나보다. 

그것도 앞 치아가 지면에 부딪히면서 큰 충격을 받았는지 치아가 엄청 깨져 있었다. 치아가 깨졌으면 고통도 심각 했을 텐데, 술이 취한 상태여서 고통조차 없었다고 한다. 치아의 바깥 면은 1/3이 깨져 있었고, 안쪽 면은 대각선으로 2/3 가량이 깨져 있었다. 지금까지 배운 것을 살려 진찰을 해보니, 대충 감이 왔다. 

치아는 총 3가지 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겉 부분을 둘러 싼 법랑질. 그리고 안쪽에 있는 상아질. 그 안에 치수가 있다. 치수는 신경이 있는 부분으로, 뜨겁거나 차가운 음식을 먹게 되면 시리고, 충치가 생겨서 썩게 되면 통증을 느끼는 부분인데, 친구가 물을 먹을 때나 공기를 흡입 할 때 극심한 시린 고통을 느낀다는 말을 들어보면, 이미 치수까지 손상이 간 상태만은 분명했다. 

멀쩡한 이를 하룻밤 사이에 술로 인해 망가뜨려 버렸다. 이가 한번 손상이 되면, 복구 하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복구를 한다 해도 저작하는 힘이 예전만치는 못하다. 나이가 먹어서 이가 썩고 저작 기능까지 힘든 치아를 사람들은 왜 쉽사리 빼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자기 잇몸에서 자란 자연치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임플란트가 좋다고 해도 자연치만큼은 못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치아 속 신경(치수)까지 손상이 된 것 같으니, 신경 치료를 한 다음에 가짜치아를 씌어 줘야 되는데, 금전적으로 많이 들 뿐 만 아니라, 시간도 많이 소요 된다.

평소에도 술을 좋아하고 잘 마시는 친구였지만, 인사불성까지 되면서 술을 마시는 습관은 굉장히 안 좋은 결과들을 초래 한다는 것을 이번 일로 통해 절실히 깨달은 것 같았다. 솔직히 술이나 담배는 백해무익한 것 같다. 난 소주 한잔을 먹어도 얼굴이 터질 것 처럼 빨개져서, 웬만하면 술을 피하지만 술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친구들을 보면 근심걱정이 된다. 

누구든지 술로 인해 자기 몸을 제어 할 수 있는 기능을 한 순간 잃어 버리게 되면서 일어나는 사고들을 막을 수가 없기 때문에, 애초부터 술은 적당히 먹는 것이 좋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거늘, 깨진 치아는 다시 돌아오지 않고 돈만 깨지게 생겼으니 한숨을 수십 번 쉰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최대한 빨리 치과를 내원하여 정밀 상태를 진찰 받고, 특히 심미적으로 중요한 앞니를 잘 복원 하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친구가 이번 기회를 통해서 술을 확 줄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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