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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인화락(人人和樂)큰잔치 행궁 상설한마당
2013-03-25 11:19:50최종 업데이트 : 2013-03-25 11:19:50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24일 일요일 정오, 수원화성행궁 신풍루 광장은 시민들과 관광객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주말 오후이기도 했지만 이날은 오후 1시부터 시작되는 수원화성행궁 상설한마당의 개막식이 열리는 날이어서 그런지 행궁광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북적이는 사람들로 넘실거렸다.

'봄추위가 장독대 깬다'는 속담처럼 사실, 봄이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날은 유달리 광장으로 향한 칼바람이 불어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온몸은 후덜덜...그러나 대오를 갖추듯 광장의 양쪽으로 나눠 선 사람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기다렸다. 

인인화락(人人和樂)큰잔치 행궁 상설한마당_1
인인화락(人人和樂)큰잔치 행궁 상설한마당_1

상설한마당 개막식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정조대왕능행차연시'다. 
조선의 22대 왕이셨던 정조는 1789년(정조13년)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를 현재 동대문 배봉산에서 천하명당이라는 수원화성(현릉원-융릉)으로 옮긴 후 1800년 붕어하기까지 아버지를 뵈러 총 13번이나 수원을 다녀갔다. 수원행차길 일명 '능행길'이다. 

지금으로부터 218년 전, 을묘년(1795년) 윤 2월 9일, 정조는 어머니를 모시고 정궁이었던 창덕궁을 출발해 한강을 건너서 시흥을 거쳐 지지대고개(수원)에 도착했다. 
1795년은 아버지와 어머니 혜경궁 홍씨가 회갑을 맞는 해였다. 이에 정조는 한 맺힌 삶을 살아온 어머니를 모시고 수원에서 성대한 회갑연을 열어드리고 더불어 새로운 정국을 모색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 이듬해는 화성축성이 거의 완료되는 시점이니 만큼. 이때 수원에서의 행보는 8일간, 그 일정이 '원행을묘정리의궤' 8일간의 행차에 그대로 실렸다. 

1천7백여 명이 등장한 '반차도'

'원행을묘정리의궤'에 기록된 '반차도(班次圖)'엔 1천700여 명의 인원이 등장한다. 이렇듯 능행차는 조선시대 최대의 군사 퍼레이드였다. 왕조의 위엄과 질서는 물론이요 민중들의 분위기까지 기록화로 모두 담겼다. 이 그림은 문화재적 가치가 크다. 뿐만 아니라 당시대인들의 당당함도 고스란히 보여준다. 오늘날 고증을 통해 그대로 재연하는 축제가 '정조대왕능행차연시'다. 

정조의 효심이 수원화성을 축성했듯, 효심의 발로인 능행길을 통해 우리 수원시가 갖는 자긍심은 크다. 
2013년 자긍심 가득 찬 능행길이 문화예술 관광프로그램으로서 한층 업그레이드되어 돌아왔기 때문이다. 수원화성의 보물 무예24기의 마상재까지 합류했다.

어가행렬이 행궁에 도착하다

어가(御駕)가 연무대를 출발했다는 파발마의 전갈에 장용영 수원유수는 정조맞이에 분주해 졌다. 어가행렬의 최종 목적지는 행궁! 
기수단이 나아가고 잠시 후 행차의 선두 경기감사이자 정리사인 서유방이 등장했다. 이어 당대의 실력자이자 정조의 신임을 톡톡히 보고 있던 우의정 채제공 총리대신이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좌우 장교들의 호위 속에서 매우 근엄한 표정으로 관람객들을 향해 차례차례 들어서는 수행원들의 모습, 어가행렬은 계속 이어졌다. 

각종 깃발이 호기롭게 휘날리는 가운데 마병초관, 별기대 등 일정한 거리를 두고 광장에 들어설 즈음 "와와! 짝짝짝"하는 함성과 박수 소리가 드높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정조대왕이 등장한 것이다. 관람객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며 왕의 수원행차맞이에 나섰다.

그때 갑자기 임금의 거둥을 가로막는 민초들이 나타났다. 임금님께 상소를 올리는 '격쟁'이다. 그들은 '프로야구10구단유치, 생태교통' 등 올 한해 수원시의 화두를 주제로 한바탕 놀이판을 펼쳤다. 이에 정조대왕 흔쾌히 화답하고 뒤이어 광장에 도착한 어머니 혜경궁홍씨와 함께 배종하던 신하들 모두 입궁(행궁)하면서 화려한 행차는 끝났다.

인인화락(人人和樂)큰잔치 행궁 상설한마당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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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또 다른 볼거리는 행차에 이어 광장에서 펼쳐진 장용영군사들의 무예24기다.
예년보다 스케일이 훨씬 커졌다. 창류인 장창, 당파, 낭선 등과 함께 도검류를 지닌 군사들이 광장 안에서 군무를 펼치고 양쪽 사이드엔 말 4필에 올라탄 군사들이 쌍검과 편곤의 위용을 드러냈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마상재를 펼침으로서 무예24기(지상무예18기+마상무예6기)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볼거리 풍성한 만큼 아쉬움도 남아

주작, 현무, 백호, 청룡 등 형형색색 화려한 오방기가 광장에 휘날리는 가운데 들어선 어가행렬은 그자체로 관광 상품이 되었다. 징과 북, 피리와 꽹과리 등 악대의 행차, 궁궐 복식과 의장을 갖춘 어가 사람들, 기마병과 보병들까지 합세한 행렬은 연무대를 출발해 행궁까지 약 1.5km 구간을 행차했다. 도로 곳곳에 구름관중이 모여들 정도로 충분히 관람객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공연이었다.

또 어가행렬에 앞서 관람객에게 선보인 해병대 군악대와 의장대의 절도 있는 시범공연도 충분히 좋았다. 
대전에서 가족들과 함께 둘째 딸이 살고 있는 수원으로 나들이에 나선 한 가장은 연실 "얘들아 잘 봐라. 우린 행운이다. 중요문화재라 할 수 있는 어가행렬을 어디에서 볼 수 있겠니?"라며 신풍루 바로 아래서 좁은 공간을 사수(?)하면서 끝까지 공연을 즐기는 모습은 감동이었다. 광장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도 이와 진배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시민기자는 행사를 쭉 지켜보면서 두 가지 정도의 문제점을 발견했다.

첫째는 올해 새로 추가한 '마상재'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은 개인적으로 4대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고가 나면 과연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공연이 펼쳐진 광장이 흙이 아닌 타일바닥이기 때문이다.
승마에서 제일 위험한 것은 낙마사고다. 
그들의 공연을 수년째 지켜본 사람으로서 낙마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행여나 떨어지면 어떡하나' '주위에 응급차는 어디 있는지?'(사람들에 둘려 싸여 있어서인지 발견 못함) 등 걱정에 신경 쓰느라 사진도 못 찍고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다. 제발 내년부터 바닥에 흙을 깔던지 아니면 연무대나 여타 안전한 장소로 꼭 옮겨 시연되기를 바란다.

인인화락(人人和樂)큰잔치 행궁 상설한마당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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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인화락(人人和樂)큰잔치 행궁 상설한마당_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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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포토라인'이다. 요즈음은 개인들의 취미생활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게다가 관광서나 언론사에서 나온 기자들까지 많아 행사장에 가보면 모두 한꺼번에 공연 한가운데 몰려나와있다. 그들의 움직임이 관람객의 시야를 좁게 만든다. 진행요원들이 통제해도 말을 듣지 않는다.

이번에도 가뜩이나 사람들에 둘려 쌓여 보기도 힘든데 그들이 여기저기서 불쑥불쑥 나온다. 멀리 떨어져 손바닥 만한 디지털카메라를 든 일반인들은 사진담기도 힘들다. 부디 포토라인을 만들어 누구나 함께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해 수원화성행궁 상설한마당의 모토는 '반가운 사람, 함께 즐기다-인인화락(人人和樂)'이다. 
이제 막이 올랐다. 매주 월요일만 제외하곤 일요일까지 차별화된 공연들이 수원화성행궁을 찾는 사람들의 눈과 귀를 행복하게 할 것이다.

정조대왕의 화성축성이념을 담은 '인인화락'. 그 중심에 있는 '정조대왕능행차연시'가 수원을 넘어 세계적인 관광상품으로 발돋음 하기를 바란다. 국내외 관람객들로 늘 북적이는 수원시의 내일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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