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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고 싶다
일상에서 예술적인 삶을 살기 위해
2013-03-20 08:25:57최종 업데이트 : 2013-03-20 08:25:57 작성자 : 시민기자   김소라

얼마 전 피아노 공연장에 다녀왔다. 피아노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는 지인이 공연을 한다면서 초대권을 주었다. 
아마추어들의 피아노 공연이다. 성인들만 레슨을 받는 작은 학원인데, 수강생들이 경기문화재단의 홀을 빌려서 연주회를 한다는 내용이다. 레슨을 하는 선생님과 수강생들의 합동공연이라고나 할까. 성인이 되어 피아노를 배우고 연주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용기내어서 레슨받고 연주회까지 하게 되었다고 하니 꼭 가서 듣고 싶었다. 

다시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고 싶다_1
다시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고 싶다_1

생각보다 피아노를 배운지 얼마 되지 않는 성인이라고 하는데, 정말 잘한다. 한 두 곡 정도를 두세 달 정도 꾸준히 연습하니 연주회를 할 실력까지 되었다고 한다. 연주 준비를 하면서 실력도 훌쩍 늘게 되고, 동기부여가 된 셈이다. 
부러웠다. 또한 피아니스트처럼 드레스를 입고, 검정색 그랜드 피아노에 두 손을 올려놓은 모습 자체가 아름다웠다. 죽기 전에 무대 위에서 피아노를 치는 것, 연주회를 해 보는 것은 많은 이들의 꿈이기도 하다. 더 나이들기 전에 등 파인 드레스 입고, 피아노 연주를 한 번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연주회를 보면서 먼 미래, 이루지 못할 일이 아니라 오늘 당장 시작할 수 있을 것도 같다. 

6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어린시절 초등학교 때까지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다. 나를 가르친 피아노 선생님들이 모두들 절대음감이 있어서 음악적인 재주가 뛰어나다고 하였다. 
집안에 음악을 전공하거나 예술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는데도 말이다. 교회에서 15년 가까이 피아노를 쳤고, 피아노 전공자보다도 훨씬 실력이 뛰어나기도 했다. 

음악이 흘러나오면 금방 악보로 옮겨적거나 피아노로 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음을 조합하여 곡을 만들고, 내 감흥을 곡으로 만드는 것도 즐겼다. 많은 이들이 재능이 아깝다고 꼭 전공을 하거나 앞으로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20대 초반까지의 일이다. 

그러다가 생계를 위해, 연애와 결혼을 위해 음악에 대한 관심을 접었다. 
음악 아니어도 먹고 살 수 있는 길이 많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예술적인 공부를 지원할 정도로 집안이 부유한 것도 아니다. 피아노는 취미로만 족하다고 생각하면서 10년 넘게 살아온 것 같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봉사를 하거나 아이들 가르치는 정도까지 충분히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고 싶다_2
다시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고 싶다_2

며칠 전 본 연주회는 내 속의 예술적인 끼를 꿈틀거리게 만들었다. 
오래 전 일들이 하나하나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음악에 대한 나의 열정이 죽지 않음을 느꼈다. 내가 작곡했던 노트를 펼쳐 보면서 한때 작곡가를 꿈꿨던 20대 초반을 들여다보았다. 결혼식 반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용돈을 벌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다. 큰 교회를 다녔기에 많은 예배와 외부 연주회 때 반주를 했던 일도 많았다. 

무언가에 도전을 하고 싶어 스물 셋 무렵에는 혼자 대회 참가를 신청하여 지원하기도 했다. 명동의 음반골목들을 돌아다니면서 베토벤, 멘델스존, 리스트의 악보를 구해 혼자 연습하던 일도 있다. 지금의 내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시절이긴 하다. 

사람의 꿈은 환경과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 20때의 열정은 경제적인 문제 혹은 나이의 문제 등으로 좌절된다. 스스로 체념하기도 하고, 더 이상 새로운 것에 무모한 도전을 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판단해버린다. 지금 이 나이에 다시금 피아노 레슨을 받거나 음악을 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기문화재단의 연주 홀에서 피아노 배운지 기껏 6개월, 1년 된 분들의 곡들을 들으면서 꿈을 이루는데에는 어떤 한계가 없음을 또한번 깨달았다. 물론 지금 다시 음악 공부로 밥벌이를 하겠다는 건 아니다. 생계를 위한 일이 아닌, 내면의 즐거움과 욕망을 위한 어떤 일을 하는 것은 삶을 윤택하게 한다. 인생을 즐기면서 사는 일이기도 하다.

다시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고 싶다_3
다시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고 싶다_3

동호회에 들거나 그것이 안된다면 다시금 집에 있는 피아노를 열어서 내가 칠 수 있는 곡들을 다시금 두드려보고 싶다. 매일 30분, 일주일에 1번 1시간이라도 마음의 즐거움을 따라서 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마담보바리'를 쓴 유명한 프랑스의 소설가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예술은 사실과 말도 안 되는 것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일'이라 했다. 
현실과 이상을 이어주는 것이 바로 예술인 셈이다. 일상생활에서 창조적인 기쁨을 느끼고, 예술을 통해서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것은 매일의 삶을 더욱 행복하게 해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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