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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의 사랑이 들어있는 쑥국과 냉이 무침
2013-03-16 11:10:10최종 업데이트 : 2013-03-16 11:10:10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성지

금요일 아침은 다른 날보다 좀 더 부지런을 떨어야했다. 한 달여 동안 우리 집에 계시면서 어깨와 목 치료를 받으셨던 어머님께서 갑갑하시다는 이유로 시골로 가셨지만 며칠 만에 다시 치료를 받으시기 위해서 수원으로 오시는 날이라 터미널로 마중을 나가야했다.

먼저 나가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마중나간 사람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싶어서 이른 시간 좀 더 서둘러서 나갔다. 그 전날 어머님께서 전화통화에 "병원 이름도 알고 하니까 택시 타고 병원으로 갈란다. 그러니 너는 오지 말거라" 하시기에 "형편 봐서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조심해서 올라오세요."라는 말로 전화통화가 끝이 났다.

한 이십분쯤 기다렸을까? 어머님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꽤 묵직해 보이는 가방을 들고서 걸어오신다. 얼른 가서 가방을 들으니 무게가 만만치 않다. 
웬 짐이라는 물음에 별것은 아니고 무가 자꾸 썩어 아까워서 깍두기와 생채를 조금해서 가져왔고, 청양장을 가봤더니 생선이 너무 좋아서 갈치 몇 마리 사서 넣고, 밭둑에 쑥이 너무 연하고 보드라워서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연한 쑥 좀 뜯고 그 옆에 냉이도 보이기에 한 번 뜯어봤지. 별것은 아닌데 조금씩 싸다보니까 이렇게 됐네.

어머님의 사랑이 들어있는 쑥국과 냉이 무침_1
냉이와 쑥을 뜯어서 가지고 오신 어머님

어머님의 사랑이 들어있는 쑥국과 냉이 무침_2
어머님이 주신 냉이로 튀김을 하다.

새벽에 나오면서 무거운 짐 보따리로 인해서 고생하셨을 어머님의 모습이 떠올라졌기에 무엇인가 한 마디 하려는 며느리의 행동을 눈치 채셨는지 먼저 어머님께서 한 마디 하신다. "다음부터는 아무것도 안가지고 정말 그냥 올라오련다." 

정말 그렇게 하시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병원으로 모시고 가서 치료를 받고 점심때가 되어서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해물칼국수를 점심으로 먹었다.
국물이 시원하고 좋다며 남김없이 다 드신다. 쉬었다 가시라는 말에 마을 부녀회에서 관광을 가는데 당신도 가시기로 했다면서 굳이 가셔야한단다.

어머님을 터미널로 모셔다 드리고서 그 옆 상점에 가서 어머님 발에 맞는 운동화를 한 켤레 사드렸다. 관광 가실 때 편하게 신고 가시라고 말이다.
처음에는 너무 환한 색깔이라 싫다고 하시더니 신어보시더니 마음에 들어 하신다. 좋아하시는 모습을 뵈니 사 드리는 나도 즐겁다.
차표를 끊어서 차 안까지 배웅하고 음료수 한 병은 어머님께 또 다른 한 병은 운전기사님께 드렸다. 

집으로 돌아와서 어머님께서 주신 보따리를 열어보니 깨끗이 다듬어 손질까지 해서 주신 냉이와 쑥, 갈치, 꽤나 많은 양의 깍두기와 생채가 들어 있었다.
마침 튀김 반죽한 것이 있어서 얼른 냉이를 씻어서 튀김옷을 입혀서 튀겨 아이들과 맛을 봤다.
할머니의 사랑이 깃든 봄나물이니 할머니께 감사한 마음으로 먹자고 했다. 

추위를 이겨내고 파릇파릇 돋아난 냉이와 쑥 봄나물들이 우리 몸에 활력을 줄 것이란 생각으로 말이다.
오늘 저녁은 쌀뜨물에 된장과 고추장 좀 풀고서 쑥국을 끓여봐야겠다. 아이들보다 남편을 위한 저녁메뉴가 될 성싶다. 

냉이도 새콤달콤하게 묻혀내고 토실한 갈치까지 구워서 어머님 표 깍두기까지 내어 놓으면 훌륭한 한정식 상차림이 되지 않을까?
어머님 덕분에 오늘 밥상에는 봄의 향기와 기운이 넘쳐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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