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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신부의 요리 연습 고군 분투기
2013-03-18 20:33:46최종 업데이트 : 2013-03-18 20:33:46 작성자 : 시민기자   이수진

결혼 청첩장을 받는 횟수가 서서히 늘어 가고 있다. 내일 모레면 30에 가까운 내 나이이기 때문에 결코 이상한 현상이 아니다. 내 이름 석자로 온 청첩장이 이번까지 합하면 총 3장이다. 친구의 이름이 적혀 있고, 그 위에 친구 예비 신랑의 이름도 함께 적혀 있다. 

아직 나에게 있어서 결혼계획은 3년 후 쯤이나 있을 것 같은데 벌써 친구들은 결혼을 하기 시작하니 내 마음 마저도 싱숭생숭하다. 곧 있으면 다가올 봄을 대비하여 한껏 결혼 준비와 함께 다이어트며 요리며 배울 것이 너무 많다며 피곤하다는 친구의 말을 들을 때면 그것은 바로, 행복한 투정이나 다름 없는 것 처럼 느껴진다. 

언젠가는 나도 겪어야 할 과정들이지만 나보다 훨씬 빨리 겪는 친구들을 볼 때면, 부럽기도 하다. 결혼 전에 여러 가지 음식들을 어느 정도 할 정도가 되어야지만, 결혼 해서도 편하다고 어디선가 들었다. 그래서 여자들이 결혼 전에 비싼 돈을 주고 요리 학원을 다니는가보다. 

친구도 최대한 결혼 전에 여러 가지 종류의 대표적이고도 기본적인 음식들을 마스터 하고 가리라는 포부를 갖고 있다. 내가 지금까지 봐왔던 친구의 모습은 단순했다. 할 줄 아는 것은 오로지 대표적 자취 음식 3가지였다. 계란 후라이. 라면. 밥... 지극히 단순하고도 쉬운 것들이었다. 
그녀가 자취를 한 것은 아니지만, 자취생들이 주로 즐겨 먹는 음식 세 가지 밖에 할 수 없었던 그녀의 음식 솜씨를 바라보며 걱정이 되기도 했다. 

왜냐하면, 달걀도 제대로 못 깨서 노른자가 터져서 엉망이 되어 버리는 계란 후라이를 보고 있노라면, 내 마음까지 답답했기 때문이다. 마치 친 언니가 시집 가는 어린 여동생을 보는 기분이랄까. 요즘 맞벌이 부부가 늘다보니 혼자 학교 갔다 와서 음식들을 해 먹는 초등학생들이 많을 것이고, 그 음식 수준의 정도가 어른들이 보고도 감탄할 정도인데 곧 결혼을 앞 둔 처녀가 계란 후라이와 라면밖에 못한다는 것에 대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가족 친지나 친구들 중에 요리를 아주 잘 하는 사람이 있다면, 옆에서 배울 시간이 많았을 텐데,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만한 사람도 없어서, 비싼 돈을 주고 요리 학원을 다닌지 어언 3개월째라고 했다. 그래도 남편에게 사랑 받는 아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그녀의 모습이 예뻤다. 
요리 학원에서는 양식, 중식, 한식 등을 고루 가르쳐 주는 모양이었다. 이 중에서도 특히 한식에 대해 시간 투자를 많이 하는 친구가 나를 위해 음식을 해 주었다. 여러 가지 배운 것들 중에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것을 빠르게 선 보이겠다며 나에게 해 준 음식은 '구절판'이었다.

예비 신부의 요리 연습 고군 분투기_1
예비 신부의 요리 연습 고군 분투기_1

밀 전병 같은 것에 여러 채소 등을 싸먹는 웰빙 요리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 구절판을 어려움 없이 후딱 해서 내 앞에 차려 줬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는데, 그녀는 3개월 동안 요리 공부에 매진한 끝에 지금은 제법 요리 실력이 많이 늘었다. 어쩌면 요리의 기본을 제대로 익힌 친구가 나보다 더 음식을 잘 하게 됐을 런 지 도 모르겠다. 

오색빛깔 저리 가라하는 채소들의 가지런한 배열을 보며 칼질도 늘었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이렇게 그녀가 성심 성의껏 만든 음식을 맛 보는 순간 나는 느꼈다. 흔히 말하는 '야매' 보단 뭐든지 돈이 들어가더라도 제대로 된 이론을 제대로 된 공간에서 전문가에게 배워야 남는 것이 있다는 것을... 별거 들어 간 것 같지도 않은데도 맛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교훈은 세상 일 중에 못하는 것 없다. 배우면 다 잘 할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오로지 내 머리 속에 맴 도는 세 글자. '맛.있.다' 나도 모르게, " 이거 어떻게 만든거야? 소스는 뭘로 만든거야?"라며 물어 보기 시작했다. 음식은 할수록 늘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욱 더 무궁한 발전을 보일 것 같은 친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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