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시금치를 선물로 받은 화이트데이
사탕보다는 정성이 가득담긴 진정한 사랑을
2013-03-14 23:32:19최종 업데이트 : 2013-03-14 23:32:19 작성자 : 시민기자   심현자

아침에 일어나니 한 바구니의 사탕이 식탁에 놓여 있었다. 직감적으로 어제 밤늦게 귀가한 아들이 사온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실에서 아침뉴스를 열심히 보고 있는 남편에게 "무슨 사탕이 이렇게 많아요."하고 물었다. 남편은 "어제 밤에 아들이 당신 준다고 사왔는데 당신이 잠자리에 들어 식탁에 놓고는 나보고 엄마 드리라고 하던데" 했다. 

시금치를 선물로 받은 화이트데이_1
화이트데이 선물로 받은 시금치

"오늘이 화이트데이 날이라 아들이 엄마를 챙겼구나, 그런데 당신은 나에게 사탕 왜 주지 않아요." 했더니 남편은 허허 "이사람 사탕 먹으면 충치 생기고 중년의 나이에 사탕 먹으면 당뇨병의 원인이라 당신 건강을 생각해서 사탕을 사고 싶었는데 참고 그냥 왔지요," 하면서 빙그레 웃었다. 

저녁 퇴근시간이 되자 남편에게 전화가 걸려와 일찍 들어 갈테니 저녁밥 같이 먹자고 했다. 그러자고 하면서 저녁 준비를 했다. 딩동 초인종이 울리더니 현관문이 열린다. 남편은 한 아름의 채소와 과일을 안고 들어와 화이트데이 선물이니 받으라고 한다. 선물은 시금치 1kg과 오렌지 8개 양배추 1통이 전부다. 

"화이트데이 선물이 왜이래요, 이것은 선물이 아니라 시장거리잖아요." 하자 남편은 "화이트데이라 사탕이나 살까하고 마트에 들렸다가 시금치와 오렌지 코너에 사람들이 모여 있어 가보니 가격이 확실히 저렴한 것 같아 사탕보다는 시장을 보았다."고 했다. 

시금치는 남편이 좋아하고, 오렌지는 딸이 좋아한다. 그리고 양배추는 내가 좋아한다. 지난주 까지만 해도 시금치가 1kg에 7천500원으로 가격이 비싸 사지 못했는데 오늘은 반값에도 못 미치는 1kg에 3천500원으로 저렴했다.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관심이 많듯이 남편은 마트에 갈 때 마다 시금치와 과일에 대한 가격에 관심을 갖는다. 

시금치를 선물로 받은 화이트데이_3
오렌지

오렌지와 시금치는 나를 위해 사온 것이 아니다. 
시금치(섬초)는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반찬이다. 고향이 남쪽 바닷가인 남편은 '섬초'를 무척 좋아한다. 섬초는 겨울에도 땅에 잎을 붙이고 자란다. 
보리잎이 파릇파릇 생기가 돋아나는 이른 봄이면 바닷바람을 흠뻑 먹은 섬초는 검붉은 잎을 자랑이라도 하듯 비타민이 풍부한 나물이 된다. 특별한 반찬이 없던 시절 싱싱한 시금치를 끊는 물에 살짝 삶아 나물로 만들어 맛있게 먹던 기억을 지우지 못하고 지금도 섬초만 보면 사고 싶어 한다. 

화이트데이의 기원은 1965년 일본의 마시멜로 제조업자가 만들었다는 설이 있다. 그 당시는 마시멜로로 불리다가 나중에 화이트데이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일본에서는 남자가 마시멜로, 화이트 초콜릿이나 사탕 등을 사랑하는 여자에게 선물로 주는 날이 되었다. 
화이트데이가 3월14일로 지정 된 것은 여자가 남자에게 선물을 주는 발렌타인데이 2월14일 한 달 후에는 남자가 여자에게 선물을 해야 하는 날로 만들었다. 

발렌타인데이는 그리스도교 성인 발렌티누스 성인이 병사들의 결혼을 금지시킨 황제의 명을 거역하고 병사에게 혼인성사(결혼식)를 집전하였다가 황제로부터 순교당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나 화이트데이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날이다. 
이러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건강에 좋지 않은 사탕 선물을 상술로 내세우기 보다는 건강에 좋은 우리 농산물을 구매하는 날로 바뀌는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시금치를 선물로 받은 화이트데이_4
양배추

한 겨울동안 움추렸던 몸에 생기를 도울 수 있는 각종 나물들이 시장에 나오고 있다. 시금치 먹는 날 또는 제 맛이 들어가는 딸기 먹는 날 등 지정하면 농촌을 지키고 있는 농민에게 도움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농산물 먹는 날을 기념하여 도시 소비자에게는 건강을 농산물 생산자에게 이익이 되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화이트데이가 사탕을 주고받는 날이 아니라 가정에 필요한 농산물을 주고받는 날이었다면 남편은 많은 점수를 받았을 것이다. 비록 사탕은 선물하지 않았지만 남편이 사온 오렌지와 시금치, 양배추가 더욱 값지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