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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리운 친정부모님
2013-03-12 20:58:22최종 업데이트 : 2013-03-12 20:58:22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성지

가까이 사는 작은언니로부터의 전화가 걸려왔다. 시골에 계시는 엄마네 전기압력밥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서 밥이 푸석거리고 밥맛이 없다는 이야기였다. 게다가 기운이 없으신 친정엄마가 며칠간 고생하시다가 읍내병원에 나가 영양제를 한 대 맞았다는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괜히 속상하고 기분이 우울해지고 걱정이 되었다. 마음 같아서는 금방이라도 달려가고 싶었다. 
전화통화를 끝내고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내일이라도 시간을 내어서 친정에 같이 갔다 오면 좋겠다고 말이다. 그 이유를 설명하고 말을 건네니 회사형편을 보고 가능하면 같이 갔다 오겠다는 믿음직스러운 남편의 말소리가 들려온다.

그 다음 월요일 아침, 두 아이들 학교에 보내놓고 친정인 영동으로 출발을 했다. 압력밥솥에 부모님의 간식거리인 과일과 과자를 사가지고 말이다. 햇살이 차창을 비집고 들어오면서 눈살이 순간 찡그러진다.
시원스레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천안 가까이서 속도가 점차 느려지더니 속도를 내지 못하고 서 있는 채가 되고 말았다. 사고인지 무슨 일인지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알 수가 없었다. 한참 뒤에야 두 차선을 막고서 바닥 공사를 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사고 난 것이 아니어서 다행이긴 했어도 영문을 몰랐던 운전자들 입장에서는 투덜거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기도 했다.

늘 그리운 친정부모님_1
부모님 모시고 월류봉쪽으로 드라이브에 나서다.

늘 그리운 친정부모님_2
식당 마당에서 햇살을 쐬고 계시는 친정아버지

그 지역을 벗어나자 차는 다시 제 속도를 내며 쌩쌩 봄바람을 가르며 달려간다. 중간쯤에서 시골에 전화를 드렸다. 평상시에 전화를 받지 않으시던 친정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보청기를 끼신 친정 엄마는 전화기를 대면 삐삐 소리가 나서 상대편 소리를 잘 들을 수가 없어 전화 받기를 꺼려 대부분은 친정아버지께서 전화를 받으신다.

오늘은 동네 회의가 있어서 집에 안 계시기에 부득이 엄마가 받으신 모양이다. 막내딸의 목소리를 들으셔서인지 목소리에 힘이 있고 생기가 느껴져서 좋았다. 
시골에 가는 중이니 점심식사 하지 마시고 계시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점심때쯤 친정집에 도착해보니 회의에 가셨다던 아버지께서 와 계셨다. 딸의 전화를 끊자마자 아버지께 전화를 했더니 딸내미가 온다는 소리에 한 걸음에 달려와서 기다리고 계신다는 것이다.
열 가구 남짓한 시골동네에서 특히 남자어르신들이 없다보니 참 많이 적적하셨나보다.  사람이 그리웠나보다. 더구나 딸과 사위가 온다고 하니 반가운 마음이야 어디에 비할 수가 있으랴.

한층 더 야위신 친정엄마를 뵈니 괜히 볼멘소리가 먼저 나오고 만다.
식사 제때 챙겨 드시고, 아프면 바로바로 병원에 가시라고 말이다. 따뜻한 말이 먼저 나와야 하는데 속상한 마음에 마음과 달리 퉁명스럽게 내뱉는 말이 되고 말았다.
속상함을 눈치 챘는지 남편이 얼른 모시고 나가서 식사를 하자고 한다. 사람이 그리운 친정아버지는 어디 나가는 것을 좋아하셔서 남편 또한 그것을 눈치 챈 것이다.

전망 좋고 한갓진 식당으로 들어섰다. 평상시에는 비싸서 눈길도 주지 않았던 한우 등심과 부챗살을 시켜 구워 드렸다. 딸의 성화 때문인지 구워진 고기를 맛있게 드신다. 그동안 축 난 몸 영양 보충한다고 생각하시고 많이 드시라며 재촉을 해대는 딸의 접시에 슬그머니 고기를 올려주시며 눈짓을 하신다. 너희들도 빨리 먹으라고 말이다. 

봄 햇살이 따사롭다. 봄기운을 느껴 보시라고 식당 마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심심할 때는 두 분이서 놀이를 해보시라면서 준비해간 보드게임을 펼쳐놓았다. 눈이 침침해서 잘 못하겠다던 엄마께서 더 적극적이고 열성으로 하신다. 너무 잘하신다는 딸내미의 소리와 제스처에 더 힘을 얻고 집중하신 결과 친정엄마의 승리였다.

종종 두 분이서 하시라며 보드게임을 시골집에 놓고 왔다. 차를 타고 다니는 것조차 체력이 딸려서 힘들어 하시면서도 두 분만 계시던 적적함에서 좀 벗어날 수 있어서인지 목소리는 한결 밝다.
새로 사간 압력솥에 밥해서 꼬박꼬박 제 때 식사 챙겨드십사 하는 부탁과 날씨 좋은날 꼭 마당에서 햇볕 쐬며 살살 움직이시라는 당부까지 하고나니 어느덧 가야할 시간이다.

올 때는 좋고 떠날 때가 되면 아쉬움이 더 크게 밀려든다. '건강하세요. 사랑합니다'라는 인사말을 남기면서 두 분을 차례로 꼬옥 안아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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