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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천kg 되는 코끼리의 무동을 타다
정글로 가는 길, 3박 4일 여행기(5)
2013-03-13 02:47:36최종 업데이트 : 2013-03-13 02:47:36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형효

정글과 문명, 정글을 문명의 관점에서 보면 미개한 곳이다. 그러나 문명을 정글의 관점에서 보면 심각하게 파괴된 혹은 절망적으로 훼손된 곳이다. 
치트완 인근의 농촌에서 나는 살아있는, 살고 있는 과거를 보았다. 내가 나를 갈망한다. 내가 나를 추동한다. 그 길에서 홀로 방황하고 홀로 정리하는 일이 때로 올가미가 된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나는 선장처럼 나를 진두지휘해야 한다. 안타깝지만 모두가 그렇게 산다. 그것이 인간이 살고 있는 현대 문명의 정글 속에 하나의 규칙이 되었다. 

해가 저물기 전이다. 오후 5시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코끼리의 무동을 탔다. 보통 성인 4~5명이 탈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일행이 탄 코끼리는 몸무게가 6천kg이나 된다고 했다. 네팔에서 가장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코끼리는 1만kg이 된다고 했다. 놀라운 일이다. 

그저 코끼리의 몸집이 크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수치적으로 이해를 하고보니 참으로 놀라운 몸무게다. 그러니 이 놀라운 코끼리의 무동을 타고 정글을 산책해도 맹수가 그저 달려들지 못하나보다. 우리 일행이 짐을 푼 골라가트 와일드 리조트(Golagat Wild Resort)에 코끼리에 등을 타고 정글을 향했다. 이미 익숙한 코끼리는 스스로 길을 나섰다. 크리쉬나라는 이름을 가진 코끼리다. 임신한 몸이라는데 성인 네 사람이 올라타서 그런지 헉헉댄다.

6천kg 되는 코끼리의 무동을 타다_1
치트완 정글의 여왕 크리쉬나, 몸무게 6000kg의 코끼리를 무동을 타고 사람들이 정글을 산책한다. 앞줄 왼쪽이 시민기자다.

6천kg 되는 코끼리의 무동을 타다_2
정글 속의 참새과의 새가 저물녘 빛에 반사되어 빛을 발하고 있다. 치트완 정글 속

코끼리는 코가 손이란 노래를 어린 날부터 불러왔고 들어왔다. 그런데 정말 코끼리는 모든 일을 코로 해결했다. 정글의 우거지 숲을 헤치고 길을 여는 일도 모두 코로 해결했고 가끔씩 사람 키보다 한참 높은 곳에 나뭇가지를 코로 휘감아서 꺾은 뒤 그것을 우걱우걱 씹어 삼켰다. 2m가 넘는 정글 속의 억새풀이나 갈대도 모두 헤치고 나갔다. 홀로 정글의 왕 같았다. 이곳저곳 코끼리 등 위의 정글 속을 구경하며 가는 길에 새들이 지저귄다. 

대체 내가 기대한 사자나 호랑이는 어디 있는가? 정글사파리를 홍보하는 홍보물에서 흔히 보았던 악어도 눈에 띠지 않았다. 그렇게 정글 속을 30여분 걸었던 코끼리가 몇 차례의 재채기를 해댄다. 참 거칠고 대단하다. 후폭풍이 인다는 느낌이었다. 곧 커다란 강가로 가서 물을 마신 코끼리를 달랜 코끼리 조련사는 벌써 7년째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두 아이를 둔 30세 가장이었다. 

6천kg 되는 코끼리의 무동을 타다_3
코끼리 등에서 불과 3미터도 안되는 거리에서 엄청난 크기의 코뿔소를 목격했다. 코뿔소는 코끼리를 탄 일행이 나타나자 크게 숨을 쉰 뒤 천천히 몸을 움직여 다른 곳으로 향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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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등에 무동을 타는 승강대다. 저 높이를 보면 코끼리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치트완에서 그처럼 코끼리를 이용해 정글사파리를 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에게도 조수가 필요해서 후임을 뽑으려고 모집하지만 보통 한두 달을 못 견디고 그만두고 만다고 했다. 일행 특히 한국인인 내가 궁금해 하는 정글 속의 야생동물을 찾아 코끼리를 운행해갔다. 그가 지목한 곳에 매우 커다란 코뿔소가 있었다. 코뿔소 한 마리가 풀을 뜯고 있었다. 

코뿔소는 자기 영역을 지키면서 독립적인 생활을 한다고 했다. 인간사에 명절처럼 특정한 시기에는 모든 코뿔소 가족이 모여 페스티벌을 가진 후 다시 흩어진다고 했다. 이른바 동물의 세계에서 최대의 축제는 짝짓기에 다름 아니다. 코뿔소는 정글 속에서도 인간보다도 청결한 생활을 한다고 했다. 코뿔소는 대변을 보는 자리도 특정한 장소를 정해서 본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코뿔소가 모여서 변을 본 자리라고 지목한 자리에는 풀을 삼켜 소화시킨 대변들이 봉분처럼 쌓여있었다. 

조련사는 코뿔소는 사람보다도 더 정결하고 약속된 생활문화를 갖고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글과 문명 그 사이 사람들이 여행자처럼 배회하고 있는 느낌이 드는 시간이었다. 정글 너머로 해가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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