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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들판에서 살아난 유년의 추억
정글로 가는 길, 3박 4일 여행기(4)
2013-03-10 22:46:00최종 업데이트 : 2013-03-10 22:46:00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형효

이미 한 여름 혹은 늦가을이 공존하는 뙤약볕이 땀을 쏟아내게 한다. 짚차의 덜컹거림 속에서도 여유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길가 풍경 때문이다. 사라져버린 풍경은 회복할 수 없는 그리움이다. 이제는 기억도 없는 삶은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다. 

농촌을 기억하는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지나가버린 추억 속에서 그리움을 갖고 살면서도 아이들에게 그 공간의 소중한 기억들을 선물할 수 없다. 때로 그것은 가혹하다. 아버지가 아들과 딸에게 자신의 삶의 기반이었던 공간을 선물하지 못한다는 것, 어머니가 딸과 아들에게 자신의 삶의 흔적들을 새겨주지 못한다는 것 말이다. 

밀레의 그림 속에서나 이발소 그림 속에서 살아 움직이던 기억들이 이제 한국에서도 사라지고 없다. 이제 남은 기억의 공간을 나는 네팔에서 만났다. 메밀밭의 추억을 간직한 한국의 노년과 장년층의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그 기억을 말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사라져버린 기억 그리고 추억 속에서는 그 흔적을 말할 생각조차 못하고 사는 것이 현실이다. 

농촌들판에서 살아난 유년의 추억_1
사라진 메밀밭의 추억을 읽다. 바쁜 일손 사이로 나의 유년이 살아난다.

농촌들판에서 살아난 유년의 추억_2
픽업나온 한 리조트의 오래된 짚차가 가던 길을 멈추었다. 일행의 집터를 둘러보기 위한 시간이었다.

인간은 어느 순간 자신의 흔적을 되돌아보며 살게 된다. 거침없이 살아낸 중년의 삶 이후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회상의 장치를 가동하며 사는 것이다. 거기 꿈이 자식들에게 실려 간다. 남는 것은 없다. 나를 기억하는 들판이 사라져버린 후에는 나도 없다. 안타까운 일이다. 삶이 고통스러운 것은 자신을 기억할 공간이 사라져 가기 때문이다. 

메밀밭에서 추수하는 네팔 사람들을 보며 나는 나의 유년을 본다. 유채꽃 피는 들판에 사진을 찍어보지는 못했던 어린 날이지만, 그 들판에서 유채를 떨어내던 기억은 안고 살고 있다. 그래서 유채꽃이 피는 것 보다 아름다운 삶의 현실을 고귀하게 기억하고 산다. 거기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내 어린 날을 장식한 구름도 하늘도 들바람도 날 살려내고 있다. 

나와 함께 여행을 떠난 일행들은 모두가 네팔의 조류를 연구하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모두 여행 가이드를 본업으로 삼고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여유가 부럽다. 어쩌면 그들의 삶이 찬란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부럽다. 가난한 나라 네팔에서 태어나 살면서 외국인들을 안내하고 삶을 꾸려가는 그들이 여행 중에 본 새들을 연구하며 산다. 조류를 관찰할 망원경이 그들이 여행 가이드를 하며 꾸리는 또 하나의 장비가 된 것이다. 

농촌들판에서 살아난 유년의 추억_3
여행가이드로 일하는 일행이 치트완에 사 둔 집터들을 둘러보고 있다.

농촌들판에서 살아난 유년의 추억_4
오래된 초가집은 지금 네팔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이다. 70년대 한국의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모습이다.

나와 함께 한 일곱 명 모두가 몽골리안 여행 가이드였다. 그들 대부분은 치트완과 먼 네팔 동북부 사람들이다. 높은 산과 가까운 지역 사람이다. 물론 치트완은 정글이 있어서 산과 강,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 숲을 이룬 특수 지역이다. 야생성이 있는 지역이다. 그곳에 광활한 농토는 네팔의 식량을 해결하는 주요 농업생산기반시설이 있었다.

여행 가이드 일을 하면서 네팔에서는 상류층 생활을 유지하는 그들이 치트완까지 자신들의 집터를 장만하고 조류탐사로 오면서 그 집터를 보는 여유를 보였다. 후일을 기약하는 그들이나 한국에서 여유있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특별히 달라 보이지 않았다. 
한국의 오래된 세월의 파편을 보는 듯 영화 세트장 같은 초가집들을 보았다. 70년대 한국의 농가를 보는 기분이다. 그렇게 허겁지겁 달려온 거리, 첫날밤을 묵을 목적지인 골라가트 와일드 리조트(Golagat Wild Resort)에는 오후 4시가 넘어서 도착했다. 

카트만두에서 7시에 출발해서 9시간만에 도착한 것이다.  

유년, 추억,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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