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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기다리며
2010-08-15 15:47:21최종 업데이트 : 2010-08-15 15:47:21 작성자 : 시민기자   강동규

우리는 항상 일상사에 마주치는 조그마한 일들에 대한 가치들을 잊고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잃고 난 뒤에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나에게도 1994년 오사카의 여름날이 없었다면 오늘같이 무 덮고 후 덮지근한 여름 날씨. 남과 다르지 않게 산과 바다를 찾아 이도시를 떠났을 것이다.

1990년 초부터 회사 업무차 매년 일본을 찾았다. 주로 겨울과 봄철사이로 동경시내를 위주로 업무를 보고 시간이 날 때는 후지산을 배경으로 한 온천관광도 하고 봄꽃이 절경이라는 하코네의 벚꽃축제, 호수를 따라 설계된 골프장들, 그리고 아기자기한 인공시설물, 자연이 남긴 어마어마한 나무들의 군락지들, 당시 한국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고 특별한 환경 탓에 돌아올 즈음에는 그것이 내일의 신선한 이정표를 제공해 주었다.

가을을 기다리며_1
오사카 도톤보리 상가


그로부터 4년 후 1994년8월 신칸센열차를 타고 도착한 오사카는 큰 충격이었다.
풍경은 동경의 어느 거리처름 바쁜 걸음들이지만 지금까지의 익숙한 날씨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역사(驛舍)의 광장으로 들어선 순간, 후덥지근했다. 
고온에다 내리쬐는 태양빛 그리고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 속의 해풍, 소금기가 스며든 느낌. 한 걸음한걸음 옮길 때 마다 와이셔츠와 바지가 몸에 짝 달라붙어 10미터 이상은 걸을 수가 없었다.

그늘 밑도 나무 밑도 안전지대는 없었다.
업무는 고사하고 예정에도 없던 숙소부터 잡고 에어콘 밑에 몸을 숨기고 샤워부터 시작하였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동료친척의 도움으로 차량지원을 받고서 오후 느지막하게 약속을 잡고 업무를 시작하였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깔끔한 도시거리 공장지대조차도 소음만 없다면 서울주택가 만큼 아늑하다. 차에서 내려 걷는 5미터조차도 땀으로 범벅됐지만 공장안에서의 정리정돈, 한국의 군내무반처럼 가지런하게 맞이하는 직원조차도 응대하는 예절은 한 가닥의 자만조차도 없었다. 그런 일본인들을 보면서 내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게 느끼는 것은 왜일까?

그뿐인가, 재래시장에서 마주치는 사고파는 얼굴들 요도가와 강변 따라 운동하는 시민들, 그저 강물만 바라보는 사람들... 한낮의 고통스런 날씨, 심지어 밤 공기 조차도 칙칙한데도 저렇게 평화로운 얼굴들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날 이후 날씨만큼은 탓하지 않는다.
내리쬐는 태양아래 헬멧사이로 흐르는 땀방울 용접불빛사이로 파란 불꽃이 내가 서있는 자리지만 지금의 오사카의 여름을 생각하면..... 

그래도 우리나라 날씨에는 신사도가 있는 듯하다.
아무리 무덥고 찌든 날이지만 어디선가에 불어오는 바람 속에는 살갗에 닿을 듯 말듯 한 시원함이 있기 때문에 이곳이 더없이 소중하고 다가오는 가을이 기다려진다.

날씨, 일본, 후지산, 온천관광, 강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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