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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얽힌 추억
축복 담긴 함박눈으로 온 세상이 덮였으면...
2009-12-24 12:01:14최종 업데이트 : 2009-12-24 12:01:14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크리스마스에 얽힌 추억 _1
크리스마스에 얽힌 추억 _1

아침을 먹으면서 큰아이가 "엄마 내일 교회 갈까요? 선물도 주는데." 하고 웃으면서 얘기한다. 
"그래. 그럼 엄마도 함께 갈까?"했더니 "에이, 엄마까지 가면 모양새가 좀 그렇죠."한다.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남편은 옛날 얘기를 자주 했다. 종교와는 무관하게 성탄절을 앞두고 교회에 갔던 일을 기억한다. 동네에 조금 떨어진 교회였지만 친구들과 어울려서 연극도 하고 합창도 했단다. 눈이 발목까지 내린 밤 집집마다 찾아다니면서 찬송을 했고 과자와 빵을 선물로 받았던 것이 선물을 받는 기쁨을 처음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 얘기를 기억하고 큰아이가 선수를 쳐 얘기한 것이다. 

처음으로 교회에 간 것은 초등학교 일학년 봄이었다. 
집에서 멀리 떨어져 교회 존재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지냈었는데 면 소재지에 있던 교회에 학교를 파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갔었다. 친구들은 교회에서 운영하던 유치원을 다녀서 그날 만났던 집사님과도 친해 보였었다. 

문을 열고 들어간 친구들은 무릎을 꿇고 두 손 모아 기도를 하였다. 그렇지만 처음 보는 행동에 그것이 기도하는 모습이라고도 생각지 못할 만큼 낯선 모습이었다. 기도하는 동안 어정쩡하게 서 친구들이 마치기를 기다렸다. 무척 긴 시간으로 느껴졌었다. 누군가가 먼저 얘기라도 해 줬으면 그처럼 어색하지 않았을텐데. 
작은 교회당 마룻바닥은 반질반질했고 깨끗하게 먼지 한 톨도 보이지 않았었다. 넓은 마루에서 우리는 뛰어 놀기도 하고 친구들이 부르는 찬송가도 따라 불렀다. 
연단에 있는 큰 의자에 앉았다가 집사님께 야단도 맞았다. 의미를 알 수 없는 그 큰 의자에 대해 한참동안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두 번째 교회를 갔던 것은 여고시절 같은 반이었던 친구 따라 갔었다. 
부모님께서 특정 종교가 없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종교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다. 학교 미술 동아리에서 카드을 만들어 수익금으로 불우이웃을 돕는 행사가 있었는데 교회에 다니는 친구가 팔아주겠다 하여 따라간 것이었다. 
모태신앙인 그 친구는 지인들도 많았고 특히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아서 안기다시피 강매를 했었다. 그래도 못이기는 척 카드를 구매한 남학생들이 고마웠다. 
여고에 다니면서 남학생들과 함께 어울린다는 것이 쉽지 않았던 때고 얼굴을 많이 가리는 성격으로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나는 어색했지만 들뜬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참 좋았다. 반짝거리는 트리의 별들처럼 사람들의 눈동자도 반짝거렸고 얼굴얼굴 마다 상기되어 발그스레한 모습들이 언제까지 끝나지 않을 파티 같았다. 

마지막으로 교회에 갔던 것은 직장 생활을 하던 때였다. 
함께 근무했던 언니는 신앙심이 깊었었다. 한 살 차이였지만 항상 일찍 출근하여 다른 사람들 책상까지도 닦아주고, 청소하는 분이 별도로 있었지만 심지어 사무실 청소도 마다하지 않았었다. 항상 상냥하면서 웃는 얼굴이 사무실 분위기를 밝게 해주었었다. 

꿈이 사모였던 그 언니는 바른 길이 아니면 가지 않으려했고  불의와는 타협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마음이 어지럽던 시간, 언니의 그런 마음들이 너무 좋아서 따라갔던 교회였다. 양지쪽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교회당은 개척교회라 신도들이 그리 많지는 않은 곳이었다.  
새로 온 사람들에게는 손수 목사님께서 감사의 기도를 해 주었는데 괜히 죄짓는 마음이 들었었다. 신도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온 것이 아닌데 교회에서 점심을 먹으면서도 너무나 친절한 사람들의 태도에 어쩔 줄 몰라 했었다. "참 좋은 사람들이구나" 생각했었지만 잘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 탓에 다시 가지 않았었다. 

그렇지만 성탄절을 앞두고 매번 생각이 난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삶의 일부이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경험으로 남는다. 특별히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성탄절에는 함께 기뻐하고 축복을 받기를 바란다. 

날씨가 포근하다. 밤이 되면서 중부지방에는 비나 눈이 내린다는 기상청 예보가 있었다. 크리스마스 이브. 

어둠이 내리고 세상이 잠드는 시간, 세상의 어지러운 일들을 다 덮고도 남을 만큼 축복이 담긴 함박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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