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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석, 판소리로 다시 태어나다. 
수원SK아트리움 <태양에 가려진 맑은달>극을 관람하고...
2023-09-26 11:08:25최종 업데이트 : 2023-09-26 14:00:29 작성자 : 시민기자   조명실

수원시민들을 위한 문화 휴식처의 역할을 하고 있는 수원 SK아트리움의 모습

수원시민들을 위한 문화 휴식처의 역할을 하고 있는 수원 SK아트리움의 모습


<태양에 가려진 맑은달> 판소리 극이 지난 23일 저녁 7시 수원 SK아트리움 소극장에서 열렸다. 
수원을 대표하는 인물이자 한국의 최초 여성 서양 화가, 근대 신여성의 효시로 불리고 있는 나혜석의 일대기를 우리나라 전통 국악공연의 형태인 판소리로 풀어내어 그 의미를 더했다. 

정월(晶月)나혜석의 일대기를 판소리로 풀어낸 < 맑은 달 태양에 가려진 > 공연의 무대전경

정월(晶月) 나혜석의 일대기를 판소리로 풀어낸 <태양에 가려진 맑은달> 공연의 무대 전경

 

수원문화재단의 문화 예술창작 작품 선정작으로 채택된 이번 작품은 전석 무료로 진행했다. 공연장에는 가족 관람객과 나이가 지긋한 여성 관람객의 비중이 높았다. '그동안 연극과 뮤지컬로만 공연을 접했던 관람객들은 나혜석의 일대기를 어떻게 판소리로 풀어낼까?' 궁금해하며 공연장으로 입장했다.

무대는 커다란 달에 비친 여성의 실루엣을 배경으로 각 구역별로 둥근 단상이 위치했으며 새벽빛처럼 은은하게 내려앉은 조명에 어떤 극이 펼쳐질지 기대감을 높였다. 
 

두 배우의 열연으로 꽉 찬 무대를 보여주었다.

두 배우의 열연으로 꽉 찬 무대를 보여주었다.


공연은 나혜석 역할의 소리꾼 정세연, 나혜석의 첫사랑 최승구와 남편 김우영, 극을 이끌어 가는 해설에 융합 예술 단체의 단원인 양시아 배우가 일인 다역을 맡았다. 이번 공연에서는 7개의 판소리 대목과 6개의 창작곡이 어우러져, 많은 배우가 출연하지 않아도 두 배우의 열연 만으로도 꽉 찬 무대가 연출되었다.  

관객들이 수동적으로 보기만 하는 공연에서 탈피해 판소리에서 창을 하는 중간중간에 가락을 붙이지 않고 일상적인 말투로 엮어나가는 '아니리'를 통해 관객들과 대화하듯 소통한 것이 특징이다. 판소리에 깃든 한의 정서가 나혜석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펼쳐내기에 적격이었다. 구슬픈 구음과 구성진 판소리의 가락에 나혜석의 사상과 애환을 담아낼 때면 관객석에서는 함께 흐느끼며 무대에 동화되었다. 
 

한국의 한의 정서를 잘 담아낸 판소리가 나혜석의 파란만장한 일대기와 잘 어우러졌다.

한국의 한의 정서를 잘 담아낸 판소리가 나혜석의 파란만장한 일대기와 잘 어우러졌다.

특히 나혜석의 <이혼고백서>를 판소리 풀어낸 대목에서는 여성 관객의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조선의 남성들아, 그대들은 인형을 원하는가, 늙지도 않고 화내지도 않고

당신들이 원할 때만 안아주어도 항상 방긋방긋 웃기만 하는 인형 말이오.

나는 그대들의 노리개를 거부하오.

내 몸이 불꽃으로 타올라 한 줌 재가 될지언정

언젠가 먼 훗날 나의 피와 외침이 이 땅에 뿌려져

우리 후손 여성들은 좀 더 인간다운 삶을 살면서 내 이름을 기억할 것이라."

 

"방긋 웃기만 하는 인형을 원하는가? 나는 그대들의 노리개를 거부하오"라는 대목에서는 여성 관람객의 입에서 "그렇지, 맞소!라는 말로 화답을 했으며 대사를 우리나라의 가락에 맞추어 경쾌하게 연기를 할 때면 "잘한다! 듣기 좋다!"는 추임새가 절로 나오는 판소리 공연으로 보는 재미를 더했다. 

 

판소리극은 수동적으로 보는 공연에서 참여하는 공연으로 문화의 수준을 높였다.

판소리극은 수동적으로 보는 공연에서 참여하는 공연으로 문화의 수준을 높였다.


서양의 공연 문화는 수동적으로 보는 관람의 형태를 띠고 있다. 무대와 관객이 단절되는 답답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판소리는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고 확장형 무대의 형태를 가진다. 객석과 무대의 차이가 없이 관람객과 소통을 통해서 극을 함께 만들어간다. 


이번 공연은 공연장은 서양의 객석 구조를 갖고 있지만, 관객들이 공연에 추임새로 화답하며 울고 웃는 시간 동안 어느덧 객석까지 무대가 전이되어 펼쳐지는 마당극의 형태를 띠었다. 그러면서도 한정적인 무대의 배경은 미디어 아트를 적극 활용하여 다채롭게 꾸며 무대 구성적인 면에서도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었다. 
 

미디어 아트를 활용하여 한정적인 무대를 벗어나 다채로운 공간을 보여주었다.

미디어 아트를 활용하여 한정적인 무대를 벗어나 다채로운 공간을 보여주었다.


<태양에 가려진 맑은달>극의 연출가 박정봉은 연출 의도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여성 해방을 꿈꾸며 자유로운 예술가로 살고자 했던 나혜석의 고뇌를 통해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는 수많은 나혜석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며 세상이 조금 더 다정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편견과 불평등 같은 각박함 앞에 우리는 예술가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찾고자 했습니다."
 

공연을 관람한 30대 관람객은 소감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혜석의 삶을 관극하며 불평등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한국의 정서를 표현하는 데는 판소리만 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연이 딱 한 번뿐이었다는 것이 아쉽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60대 관람객은 "젊은 시절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예술가이자 자유로운 사람으로 살고자 했던 그녀의 인생이 저에게 용기를 주는 것 같습니다." 두 손을 모으며 감상평을 말하는 관객의 표정에서는 공연의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최초 여성화가이자 신여성 나혜석의 일대기가 무대위에 펼쳐진다.

최초 여성화가이자 신여성 나혜석의 일대기가 무대위에 펼쳐진다.


가을의 풍요로운 주말, 남성과 여성이기 전에 사람이기에 누려야 할 평등을 일깨워준 좋은 공연에 집으로 돌아가는 시민들의 마음이 한껏 고양되었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처럼 앞으로도 한국 전통의 판소리 극이 시대의 아픔과 선구적인 생각들을 담아내어 케이팝처럼 세계로 뻗어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공연을 마치고 관객들과 소통하는 정세연 소리꾼의 모습

공연을 마치고 관객들과 소통하는 정세연 소리꾼의 모습

수원SK아트리움에서는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공연이 열린다. 수원SK아트리움에서는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공연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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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석, 판소리, 수원sk아트리움, 수원문화재단, 극단 술래, 박정봉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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