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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

제17회 평생학습축제가 지난 16일 오전 10시 수원시 글로벌평생학습관(수원시 팔달구 월드컵로381번길 2(우만동)에서 열렸다. 
 

이번 축제에서 열린 다양한 프로그램은 관람객들을 압도했다. '작은 인문학의 박람회'라고 별칭을 불러도 되지 않을까. 색다른 전시와 체험 부스, 한마디로 재능과 끼를 표현하고 싶은 장인들이 모인 광장이라 칭하고 싶다. 다양한 부스가 있지만 특히 고령자들이 직접 만든 수제품들이 눈에 띈다. 정성과 기품이 묻어 나온다. 이만하면 상품화해서 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이 보인다. 치매 예방과 작은 수익을 취득할 수 있다면 이거야말로 일거양득이 아닌가?

식전공연으로 가야금을 연주하는 학생들

주최측은 체험 전시마당, 문예 마당, 동아리 공연, 평생학습 보물찾기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전시 마당에서는 자유로운 어울림 민화 그리기 등 9가지 종류가 펼쳐졌고, 체험 마당에서는 수원장애인종합복지관 등 29곳의 기관이 전시한 부스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식전 공연으로는 뱃놀이 가야금 연주가 있었다. 초·중학생들로 구성된 팀이 똘망똘망한 눈매와 밝은 표정으로 관객들의 흥을 돋운다. 한국적인 음률을 잘 살려주었고, 개최 의미와 부합되어 한결 돋보였다. 이어 내빈들의 순서에 따라 이재준 수원특례시장, 김기정 시의회 의장 등의 인사가 있었다.
 

이재준 수원시장과 토크하는 참가자들

특별행사 중의 하나로 '가을날의 학습캠핑 힐링토크' 시간이 있었다. 연령대를 고려하여 이재준 수원특례시장과 다섯 명의 참가자가 간단한 대화를 나누는 장이었다. 인간미가 묻어나오는 정감이 있는 시간이었다. 참석자들의 자기소개 후 각자가 쓴 '자기에게 쓰는 가을 편지'라는 제목으로 낭독하는 순서였다.
 

토크쇼에 참가한 가족들과 함께

소탈한 시장의 면모와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분위기를 편안하게 이끌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작은 소통이 오늘따라 귀하게 느껴진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편지 또한 모든 이들의 아름다운 가을 세계를 잘 표현했다. 참석자들은 실내에 비치된 '모두의 편지나무'에 편지를 부치며 소망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기도 했다. 필자도 편지 나무에 짧은 메모를 남겼다. 
 

바닥에 자유자재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 연주자들

행사 식순이 끝난 후, 연주에 참여했던 학생들이 바닥에 분필로 자유자재의 그림을 그렸다. 학생들의 순수한 창작 활동이 그들만의 아름다운 세계를 보여주었다. 전시장에는 다양한 작품들이 설치되었다.
 

어울림 민화그리기 부스를 관람하고 있는 이재준 수원특례시장

'자유로운 어울림 민화 그리기'. 아름다운 전래의 자연과 인물화인 풍속을 잘 표현했다. 사실적이면서도 완성도가 높은 수작으로 고령자들이 참여하면 좋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선 후기 때의 풍속도를 상상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김홍도, 김득신 같은 유수한 화풍 같다. 친근하면서도 마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라서 더욱 정겨움을 느낀다.
 

사회적기업에서 출시한 수공예 작품들

사회적 기업협의회가 제작한 제품도 전시되었다. 아기자기한 제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실내 소품들과 장식품들이 주류였다. 노인복지관에서 어르신들이 직접 만든 파우치들이 전시되고 있다. 전문가 솜씨 못지않게 아담하게 제작되었다. 정밀한 재봉 솜씨와 산뜻한 디자인을 보니 예사롭지 않은 세련된 미적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고령자들이 직접 만든 소품들

꿈틀꿈틀 동아리는 직접 제작한 비누 종이접기 방향제 등을 선보였다. 다양한 제품들이 연로한 이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하니 그 정성에 탄복할 뿐이다.

여기 색다른 단체가 있다. 바로 '디지털 배움이 강사단'이다. 저렴한 강사비를 받고 디지털 배움을 전파하는 단체다. 강사와 보조강사 그리고 자원봉사자가 한 팀이 되어 활동한다. 이들은 스마트폰 사용법, 키오스크 사용법, 모바일 쇼핑·예매, 안전한 금융거래, SN·블로그마케팅 교육 등을 주로 담당한다. 디지털기기가 점점 정밀화되어 가는 현실을 감안하면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고령자들도 필수적으로 배워야 할 과목이다. 우리는 키오스크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식당에도 출입하기가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인두화와 캘리그라피의 만남 부스

인두화와 캘리그라피의 만남. 그림과 글씨를 새겨 넣은 작업이다. 나무에다 인두로 태우는 작업인데, 완성도가 매우 높았다. 화가와 잠시 환담을 했는데, "취미는 가능한데 경제적 확보까지는 어렵다. 장점으로는 고령층들에게 치매 예방도 좋고 정서 안정에도 좋다.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 집중도가 높고 행복한 감정을 만난다"라고 부스 담당자는 말했다. 고열의 인두로 그림과 글씨를 창작해야 하는 관계로 정밀성이 요구된다. 한 관람객은 "다양한 장르가 많아, 시민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기도 하고 "이런 축제가 열리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환한 표정을 지었다.  또 한 분은 "많은 분이 와서 배웠으면 좋겠다"라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책 읽는 시니어 부스

고령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여 새로운 테마를 꿈꾸고 있는 꽃맘 센터 협동조합도 눈에 띄었다. 이곳은 시를 읽으며 자신의 정서를 직시하고 자각과 통찰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며 자아 통합감을 향상시키는 목적을 담고 있다. 이날 조합은 그림책을 읽으며 과거의 회한을 풀고 현재의 문제를 직시하며 성찰하는 노년의 삶을 향유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시와 그림책을 통해 느낀 점을 표현한다. 외롭고 고독한 사회현상을 타개하는데 좋은 프로그램이다. 자존감을 높이는데 적격이다.
 

목공 체험 프로그램은 나무토막과 전동드릴을 이용하여 정방형의 완성품을 만든 작업이다. 실패의 두려움을 해소하고 성취감을 고취하는 작업이다. 학습관에는 정식 목공 수업도 있는데 필자도 기회만 있으면 배우고 싶다. 체험 중인 한 관람객은 "내 나이도 있지만 재미있다. 처음 운전하는 느낌이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어디 가도 각종 차나 음식 만들기 코너는 인기가 있다. 바로 연꽃차 다식 만들기 부스이다. 꽃차는 예로부터 머리를 맑게 하고 피를 원활하게 하는 원동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떡 만들기 부스는 명인 떡 전문가가 떡의 기본재료를 내놓으면 관람객이 다양한 데코레이션을 붙여 새로운 작품을 만들며 떡에 대하여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코너이다. 열심히 작품을 만들고 있는 한 관람객은 "재미있고 직접 만드니 성취감을 느낀다. 직접 장식하니 기분 좋다"라고 하며 직접 만든 떡을 선보인다. 필자도 명인이 주는 떡을 맛보았는데 쫄깃쫄깃하고 식감이 뛰어났다. 이 외 약과류, 송편류, 도라지정과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후진들에게 전수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자기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하고 싶은 일들에 접목되어 경제적 성과로까지 이어진다면 스타업기업으로서 꽤 괜찮지 않을까 싶다. 문득 악성 베토벤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하면 이보다 행복한 일은 없다"라는 경구가 생각난다.
 

'두드림 마을 학교' 이 부스에서는 대표자와 상당한 시간을 갖고 대화를 나눴다. 필자도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이다. 학교나 관계기관에서 연락이 오면 여기에서 청소년들을 보호하고 대화화는 등 상담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무한한 인내가 요구되고, 사명감 없이는 할 수 없는 귀한 일이다. 탈선은 빈부를 가리지 않는다. 범죄양상도 장발장 소설의 주인공처럼 빵 훔치는 사례는 옛날 얘기고, 전신의 문신은 기본이고, 다양한 수준의 범죄 형태로 확산하였다. 시작했던 사명감이 돈을 빌려 달라는 얘기를 하면 비애감을 느끼기도 한단다. 믿었던 인간성에서 배신감으로 바뀌는 현상들을 수없이 목도하기도 한다.

가정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확산하는 요즈음. 그들을 보듬고 결연 등을 통하여 새로운 홈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 본다.
 

열연하는 댄스 동아리

또 하나 각 동 대항 동아리 경연 대회가 있었다. 방송댄스, 사물놀이 등 여덟 동 대표들이 참여했는데 평소 재능을 백분 살려 연무동 가을 하늘이 떠들썩하였다. 동 대회라 각축전이 치열했다. 응원팀의 함성 또한 지축을 울린다.
 

그 외에도 여러 형태의 체험 부스가 있지만 지면상 생략하는 게 아쉽다. 총평하자면 힐링 토크, 전시마당, 체험 마당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들의 호응도가 높았다. 다만 방문한 관람객에 비해 협소한 주차장이 미완의 숙제로 남는다. 인근의 관공서 등과 연계하여 주말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