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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행복하게 보내세요”
긴 연휴 가족과 함께 쉼, 여유 즐길 거리 많아
2023-09-20 19:17:29최종 업데이트 : 2023-09-20 19:17:27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정자시장은 도심 가운데 있는 전통시장이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이 많이 이용한다.

정자시장은 도심 가운데 있는 전통시장이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이 많이 이용한다.


 한낮 더위는 남아 있지만,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선선하다. 이제 추석도 다가와 마음도 설렌다. 이번 추석은 연휴가 길다. 거기에 항저우 아시안 게임도 있다. 이래저래 기대가 많다.
 
 수원 정자시장에 가보았다. 도심 가운데 있는 전통시장에 동네 사람들이 많다. 어르신들은 물론 인근 아파트 단지에 젊은 층도 많이 찾는다. 시장 입구에는 추석 장보기 현수막이 펼쳐져 있고, 상가들은 추석 상품이 가득하다. 떡집은 추석 송편 예약하라는 광고를 하고 있다. 점포가 곧은 길을 따라 150여 개나 있다. 채소 등 1차 식품류와 옷가게, 횟집, 화장품, 한의원 등 없는 게 없다. 마주 보고 있는 상점 거리가 넓어서 타박타박 걸으면서 구경하는 맛도 있다. 최근에는 시장 바닥을 새로 했다. 바닥이 부드러운 것은 물론 먼지도 나지않아 위생 환경도 좋다. 

떡은 평소에도 먹는 음식이지만, 추석 명절 등에는 더 애착이 간다.

떡은 평소에도 먹는 음식이지만, 추석 명절 등에는 더 애착이 간다.


 가격도 싸다는 느낌이다. 깻잎 1팩에 2,500원, 청양고추(200g) 6,300원, 브로콜리 1개 2,500원, 생삼겹살 600g 17,300원, 수입 불고기 600g 15,000원, 사과 5개 12,500원, 배 3개 12,500원이다. 제주 갈치가 3마리에 만 원이다. 우방 센트럴파크에 사는 주부는 "추석이 가까워지면 더 비쌀 것 같아서 과일을 미리 사놓는다. 가족이 먹을 거라 선물 상자에 든 것도 필요 없다. 낱개로 사서 김치 냉장고에 넣어 놓고 먹으려고 한다."라고 말한다. 

전통시장에서 생물 생선을 팔고 있다.

전통시장에서 생물 생선을 팔고 있다.


 정자시장은 '정자애누리시장'이라는 이름도 있다. 애(愛)는 한자어로 사랑을 의미한다. 즉 '사랑을 나누어 주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애누리는 '물건값을 깎는다.'라는 순우리말 에누리와 발음이 비슷하다. 정자애누리시장은 값을 깎아 주는 시장을 연상하게 의미도 함께 담고 있다. 주로 채소를 파는 가게 사장은 "여기는 매일 동네 어르신들이 온다. 이웃 같은 분들이니 이윤을 조금 남기고 판다."라고 말한다.
 
추석 차례상에는 육류도 많이 오른다.

추석 차례상에는 육류도 많이 오른다.


 시장만이 아니다. 거리에도 추석 분위가 난다. '행복한 추석(한가위) 되세요.'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그런데 이 표현은 바로잡아야 한다. 서술어 '되다(되세요)'는 앞에 보어가 온다. "그는 선생님이 되었다."에서 '선생님'이 보어다. 보어는 주어와 동격이다. 즉 '그'가 곧 선생님이다. 이처럼 "추석(한가위) 되세요."를 분석해 보면 주어는 생략되어 있다. 주어가 생략되는 우리말에서는 대체로 2인칭 청자다. 여기서는 '당신'이 어울린다. 이를 앞에 분석한 것처럼 해 보면, "당신은 추석(한가위) 되세요."가 된다. 사람에게 추석(한가위)이 되라고 한다면 무슨 말인가. 

채소 가게는 동네 사람들이 많이 이용한다.

채소 가게는 동네 사람들이 많이 이용한다.


 물론 말하는 사람이 덕담을 건넨 것이지, 멀쩡한 타인에게 '추석'이 되라고 강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화자의 의도는 "(우리는) 추석에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이다. 그렇다면 '행복한 추석 보내세요(지내세요).'라는 표현이 맞다. 여기에 욕심을 더 낸다면 "추석(에) 행복하게 보내세요(지내세요)."가 더 멋지다. 체언 앞에 관형어를 쓰는 것은 형용사를 많이 쓰는 외국어 영향이다. 관형어 '행복한'을 '되세요' 앞으로 옮기면 서술어를 꾸미는 부사어가 된다. 이게 우리말 어법에 가까운 표현이다.

거리에 현수막이 추석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거리에 현수막이 추석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현수막은 공공 언어 성격이다. 시민에게 영향력이 크다. 이런 형식의 표현이 '좋은 쇼핑 되세요./좋은 시간 되세요./좋은 하루 되세요.' 등으로 잘못된 언어로 확산한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가 '쇼핑/시간/하루'도 될 수 없다. 공공 언어가 바를 때 개인이 카톡 등에서 하는 언어 표현도 바로 잡힌다.

추석은 송편부터 강강술래까지 다양한 세시풍속을 보유하고 있다. 동네에서 주민들이 세시풍속을 즐기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추석은 송편부터 강강술래까지 다양한 세시풍속을 보유하고 있다.
동네에서 주민들이 세시풍속을 즐기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추석은 우리나라 최대 명절이다. 가족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시간을 보내는 날이다. 특히 이날은 조상님께 차례를 지낸다. 이때 햅쌀로 빚은 술을 차례용 술로 쓰는데 신도주라 한다. 그런데 요즘은 추석이라고 해서 신도주를 빚어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주류 회사마다 차례에서 쓰는 술을 다양하게 만들고 있다. 선호에 따라 취하면 된다. 

정자애누리시장. 애는 사랑을 나누어 주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에누리와 발음이 유사해 값을 깎아 주는 시장을 연상하는 의미도 있다.

정자애누리시장. 애는 사랑을 나누어 주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에누리와 발음이 유사해 값을 깎아 주는 시장을 연상하는 의미도 있다.


 문제는 이때 쓰는 술을 아직도 정종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종은 일본식으로 빚어 만든 맑은술이다. 일제강점기 때 부산을 중심으로 사케를 유통하던 회사 중에 정종이라는 표기를 사용한 곳이 있었는데, 이것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상표명이 상품명으로 굳어졌다. 즉 정종은 일본 상품명이다.

 추석 차례 후에는 조상을 기리기 위해 간단한 제물을 차려 성묘한다. 산소에 가서 무덤이라고 하면 꾸짖는 집안 어른이 있었다. 조상의 묘는 산소고, 주변에 불특정 다수의 묘는 그냥 무덤이라고 바로 잡아 준다. 우리나라는 직계 조상의 묘를 따로 산소라 했다. 하지만 이것이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두 단어를 동의로 풀이하고 있다. 

정자시장은 마주 보고 있는 상점 거리가 넓어서 타박타박 걸으면서 구경하는 맛도 있다.

정자시장은 마주 보고 있는 상점 거리가 넓어서 타박타박 걸으면서 구경하는 맛도 있다.

 

 이번 추석은 6일 연휴다. 모처럼 받은 선물 같다. 가족끼리 함께 살아도 저마다 바빠서 깊은 대화도 못 나눈다. 이 기회에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다. 특히 세계유산 화성을 배경으로 축제가 있다. 멀리서 친척이 방문했다면 수원행궁과 화성을 소개하는 것도 좋다.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행궁과 성곽을 거닐면 명절 분위기와 잘 어울리고, 멋진 추억으로 남는다.

 수원시립미술관,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 수원시립만석전시관에서는 전시회가 있다. 수원박물관은 '수원 첫 산업, 선경직물' 특별 기획전이 열린다. 광교박물관, 화성박물관도 상설 전시를 한다. 10월 2일도 관람할 수 있다. 참고로 열린문화공간 후소는 추석 연휴 기간(09.28~10.03)에는 휴관이다. 국립농업박물관에서는 '제1회 기획전 <농, 문화가 되다>' 특별 기획전이 열리는데, 추석 당일은 문을 닫는다. 긴 연휴 기간 동네 도서관도 다양한 연령층을 위한 구성이 풍부하다. 가족과 함께 방문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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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전통시장, 정자시장, 송편, 제사, 윤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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