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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도서관에서 생각할 일이란?
선경도서관 예술작품과 보리아트
2023-08-04 10:59:59최종 업데이트 : 2023-08-04 10:59:56 작성자 : 시민기자   한정규
이수진 작가 기획 초대전, '우주를 보리'

이수진 작가 기획 초대전, '우주를 보리'


우리에게는 그림과 글이 있는 집을 뜻하는 '도서관(圖書館)' 용어가 익숙하지만, '책을 보고 나를 돌아보는 곳'이라는 도서관의 다른 이름 '관아처(觀我處)'는 익숙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인데 인문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도서관 보다는 '관아처'가 훨씬 잘 어울리며 적당한 표현이 될 수도 있다. 

논어 구절에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음이 없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공부하면서 사색을 하라는 의미이다. 책을 읽기만 하면 나무만 볼뿐 숲을 볼 수 없을 수도 있다. 사색을 통해서 나무도 볼 수 있고, 숲도 볼 수 있고, 산도 볼 수 있어야 한다. 사색하면서 살라는 준엄한 말이기도 하다.

선경도서관 1층 벽면에 부조한 두보의 시

선경도서관 1층 벽면에 부조한 두보의 시


필자가 선경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 이유는 수원과 수원 역사 관련 자료가 많기 때문이지만, 도서관 1층 전면에 있는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 때문이기도 하다. 한글, 한문 등 다채로운 서체와 장안문, 혜경궁홍씨 진찬연 등의 그림을 부조 기법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천진난만한 어린이의 그림도 재미있지만 '관아처'(觀我處), '사무사'(思無邪, 생각에 사특함이 없다), '무괴아심'(無愧我心, 내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도록 한다) 등의 글씨에 눈길이 간다. 시성(詩聖)이라 불리는 당나라 시인인 두보(712-770)의 시가 눈에 들어왔다.

이수진 작가 기획 초대전 '우주를 보리', '희망(지구)'

이수진 작가 기획 초대전 '우주를 보리', '희망(지구)'


'洛城一別四千里(낙성일별사천리) 胡騎長驅五六年(호기장구오륙년) 草木變衰行劍外(초목변쇠행검외) 兵戈阻絶老江邊(병과조절노강변) 낙양을 한번 이별하고 사천 리 밖 타향으로 왔는데 오랑캐의 말이 고향을 달린 지 오륙 년이 되었네. 초목은 황폐해져 나는 검각산 밖을 떠돌아다니고 전쟁이 길을 막고 있으니 강가를 배회하며 늙어간다네'.

이별을 한탄한다는 '恨別(한별)'이란 제목의 7언 율시 앞부분인데 당나라 현종 때 일어난 안록산의 반란 당시에 피난살이 할 때의 심정이다.

이수진 작가 기획 초대전 '우주를 보리', '희망(달)'

이수진 작가 기획 초대전 '우주를 보리', '희망(달)'


현재 유럽에서는 한창 전쟁 중이다. 전쟁의 참상을 거의 생중계를 통해서 보고 있는데 예전이나 오늘날이나 전쟁은 참혹한 결과가 있을 뿐이다. 올해가 6.25 전쟁 정전 70주년으로 우리는 남다른 시선으로 전쟁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제국주의적 전쟁의 결말은 명백하다. 역사를 통해 배우기는커녕 어리석음을 반복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선경도서관에서는 '두보의 시'를 배경으로 '보리아트'라는 새로운 예술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작품을 벽면에 걸었기 때문에 작품과 벽면에 부조된 작품이 이질적이면서도 묘한 어울림으로 다가온다. '우주를 보리'라는 이수진 작가 기획 초대전이 8월 1일부터 27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수진 작가 기획 초대전 '우주를 보리', '희망(해)'

이수진 작가 기획 초대전 '우주를 보리', '희망(해)'


'보리아트'라는 장르의 작품은 보리 줄기로 만든 미술작품을 말한다. 이 방식은 유화 같은 느낌과 수채화 같은 느낌을 표현하기도 한다. 언뜻 나전칠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빛깔이 영롱해 아름답게 보인다. 

보리 줄기로 작품을 만드는 것인데 어떤 재료에도 접착할 수 있어 창조적인 표현이 가능하다. 크기와 형태에 상관없이 원하는 문양을 자유자재로 넣을 수 있는 게 나전칠기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보리아트는 회화작품으로서의 가치도 탁월하지만, 목걸이, 장신구, 인테리어 장식 등 생활소품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수진 작가 기획 초대전 '우주를 보리', '희망(우주)'

이수진 작가 기획 초대전 '우주를 보리', '희망(우주)'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은 캔버스에 천연염색과 보리 줄기를 이용한 '희망(지구)', '희망(해)', '희망(달)', '희망(우주)'라는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우주를 표현하면서 다소 추상적이지만 지구의 생명력, 태양의 열정, 달의 고요함, 우주의 심오함이 느껴진다.

이수진 작가는 지난해 제26회 나혜석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보리 줄기로 어떤 예술작품이 탄생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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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경도서관, 예술작품, 보리아트, 이수진 작가,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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