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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만나는 감성 풍경
힘겨운 일상에 위로와 힘을 주는 공간
2023-06-15 16:37:24최종 업데이트 : 2023-06-15 16:37:16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무채색의 콘크리트 벽면에 조형 벽화가 설치됐다. 주민들의 일상을 그림으로 표현한 조형 벽화다. 지나는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말을 거는 풍경이다.

무채색의 콘크리트 벽면에 조형 벽화가 설치됐다. 주민들의 일상을 그림으로 표현한 조형 벽화다. 지나는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말을 거는 풍경이다.


  화서2동 행정복지센터를 올라가는 계단에 벽면이 있다. 무채색의 콘크리트 벽면인데, 최근 여기에 조형 벽화가 설치됐다. 주민들의 일상을 그림으로 표현한 조형 벽화다. 자전거 타고 가는 학생, 일터로 향하는 사람, 아이와 함께 걷는 엄마, 반려견과 산책하는 이웃, 교복을 입은 여학생 등 다양한 주민들의 모습이다. 저마다 자기 역할을 건강하게 해내고 있는 우리 이웃들이다. 
 
이곳은 화산 지하차로에서 구운동으로 가는 차로에 있는 길이다. 버스정류장이 있고, 화서역으로 가는 길목이다. 차도 많이 지나고, 사람도 많이 다니는 곳이다. 조형 벽화의 아름다운 색이 사람들에게 생기를 느끼게 한다. 특히 일몰 이후부터 자정까지는 LED등 점등으로 밤을 밝히며 늦게 귀가하는 사람들을 지켜 준다. 

정자동 중심상가 조각상. 작품 제목이 꿈이다. 조각상 덕분에 걷고 싶은 거리가 됐다.

정자동 중심상가 조각상. 작품 제목이 꿈이다. 조각상 덕분에 걷고 싶은 거리가 됐다.


  안내에 보니 화서2동 주민이 직접 제안한 의견이 주민참여예산으로 선정되어 추진된 사업이라는 글이 있다. 얼마의 예산이 들었는지 모르지만, 효과는 크다고 생각한다. 주민들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조형 벽화 하나 설치했는데, 길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여기를 지나다 보면 기분이 좋고, 발길도 가벼워진다. 요즘 복잡하고 어려운 사회에서 허덕거리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 무한 경쟁 속에서 쉽게 지치기도 한다. 그들에게 이 길은 몸과 마음의 위로를 주는 역할을 한다. 
 
좁고 후미진 골목이 '사색의 거리'라는 팻말 하나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좁고 후미진 골목이 '사색의 거리'라는 팻말 하나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정자동 중심상가 일대도 동네를 환하게 하는 풍경이 있다. 이곳은 중심상가 지역으로 유동 인구가 많다. 이런 특성에 맞게 몇 년 전에 차로를 축소하고 보행로를 확장했다. 넓어진 보행 공간에 조경을 추가하고 조각상도 배치했다. 따뜻한 감성이 이는 거리가 됐다. 특히 꿈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조각상은 볼수록 마음이 끌린다. 장년층은 조각상을 보며 젊은 날에 지녔던 꿈을 그리워할 것이다. 일상에서 비틀거리던 젊은이들도 하늘을 향해 손을 들고 있는 조각상을 보면 일어서는 힘을 얻을 수 있다. 보행환경을 개선으로 안전하고 편안하게 걷는 거리가 됐는데, 조경과 조각상 덕분에 걷고 싶은 거리가 됐다. 

지나는 길에 글 판이 마음에 담긴다. 언어는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지나는 길에 글 판이 마음에 담긴다. 언어는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집을 나서면 모두 낯선 공간이다. 낯선 공간을 혼자서 지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좁은 길을 써야 한다면 부담스럽다. 긴장감도 몰려온다. 이럴 때 거리에 조경과 상징물은 사람들의 마음에 깊게 들어온다. 긴장을 풀어주고 마음도 열린다. 긴장감이 해소되면 타인과의 관계에도 자연스럽게 진전이 일어난다. 

길에 작은 의자 하나가 어떤 사람에게는 큰 위로와 힘이 된다.

길에 작은 의자 하나가 어떤 사람에게는 큰 위로와 힘이 된다.


  골목이 좁고 후미진 곳에 있다면 지나기 꺼린다. 정자동에는 이런 골목에 '사색의 거리'라는 팻말을 달고, 길에다 멋진 글 판을 세웠다. 몇 걸음 옮길 때마다 '한숨 대신 함성으로, 걱정 대신 열정으로, 포기 대신 죽기 살기로', '너는 참 소중한 사람이야.',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이 좋다.', '구름이 없으면 비도 없고, 비가 없으면 무지개도 없다.', '마음에 꽃씨를 심은 사람은 말에 꽃향기가 납니다.'라는 글 판이 눈에 들어온다. 직설적으로 가슴에 꽂히기도 하지만, 은은한 표현으로 마음을 적신다. 

  집을 나가면 낯선 사람과 충돌하지만, 그것이 만남으로 연결된다. 길에서 인연을 만나고, 삶이 풍성해진다. 길은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공간이다. 좁고 후미진 골목도 필요하다면 가야 하는 길이다. 이런 길에 글 판 몇 개 설치하면서 낯섦이 풀렸다. 여기를 지날 때는 천천히 걷고 싶다. 혼자 걸어도 외롭지 않다. 누군가를 만나면 눈인사도 건넬 수 있다. 거리에 글 판이 힘든 날은 위로를 주고, 즐거운 날은 행복을 응원해 준다. 외로운 날은 소중한 사람이라고 격려해 주는 기분이 든다. 
 
인간은 대화하는 존재다. 길거리에서도 이런 대화로 힘을 얻는다.

인간은 대화하는 존재다. 길거리에서도 이런 대화로 힘을 얻는다.


  며칠 전에 대중교통을 이용해 지방에 다녀왔다. 몸이 힘들었지만, 동행한 사람들과 가벼운 갈등도 있어 마음이 무거웠다. 그런데 수원역에서 큰 글 판을 봤다. '반짝반짝 빛날 너의 내일을 응원해'라고 쓰여 있다. 순간 내면에 물기가 촉촉이 도는 기분이다. 등에 진 가방도 무게가 가벼워진 듯했다. 

수원역에서 본 글 판. 서로 분주하게 살다 보면 감성의 대화를 나누지 못한다. 일상에서 감정을 공감해 주고 이런 말을 자주 해 주고 싶다.

수원역에서 본 글 판. 서로 분주하게 살다 보면 감성의 대화를 나누지 못한다. 일상에서 감정을 공감해 주고 이런 말을 자주 해 주고 싶다.


  도시 계획을 하면 예산부터 따진다. 거대한 시설을 끌어들이고, 발전이란 이름으로 큰길도 만든다. 그러다 보면 획일화된 도시 모습만 만들어진다. 아름다운 자연마저 해치는 때도 있다. 개성이 사라진 도시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도시를 만드는 데에 초점을 두다 보니 생긴 현상이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설계가 필요하다. 삶을 깊이 있게 만드는 디자인이면 된다. 작은 시설만으로도 삶의 풍경이 따뜻해진다. 이런 풍경이 동네를 건강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사람들을 위한 작은 배려가 진짜 도시의 보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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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 글판, 화서동, 정자동, 언어, 감성, 윤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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