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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잃으면 역사도 없다
제주 4·3 항쟁 75주년 기념 기획 전시 '틀낭에 진실꽃 피어수다'
2023-06-09 09:50:25최종 업데이트 : 2023-06-09 09:47:06 작성자 : 시민기자   곽기주
전시회 포스터

전시회 포스터


수원시에서 제주 4.3 항쟁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오는 11일까지 경기아트센터(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소재)에서 열리는 '틀낭에 진실꽃 피어수다' 전시회가 그 현장이다.
제주도는 아름다운 섬이다. 유네스코 자연과학 3개 분야(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를 모두 석권한 세계적으로도 매운 드문 곳이다.

부모 세대는 '신혼여행지'라 하면 '제주도'를 떠올린다. 일반적으로는 한라산, 오름, 유채꽃밭, 성산일출봉, 깨끗한 바다, 검은 돌, 가마우지 등 국내 여행 천국을 떠올린다. 천국 같은 제주도에 75년 전, 제주 4·3 항쟁의 아픈 역사가 있다.

한국 현대사의 큰 비극 중 하나인 제주 4·3은 1947년 3월 1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발생한 무력 충돌과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많은 주민이 희생한 사건이다. 4월 3일 하루에 발생한 일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7년 7개월 동안 벌어진 일이다. 1947년 3월 1일, 북촌국민학교에서 제28주년 삼일절 기념 제주도대회가 열렸다. 행사를 끝낸 사람들은 통일 독립을 촉구하는 가두시위에 나섰다. 당시 관덕정 앞에서 구경하던 어린아이가 기마경찰이 탄 말의 말발굽에 치여 다쳤고, 그냥 지나가려던 경찰에게 사람들이 돌을 던지며 항의하자 무장경찰이 군중을 향해 총을 쐈다. 경찰의 발포로 젖먹이 아기를 안은 21살 엄마와 16살 학생 등 6명이 사망한 것이 사건의 도화선이 됐다.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를 시작으로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 봉기한 것이 현대사 비극으로 이어졌다. 1954년까지 계속된 무력 충돌로 당시 제주도 인구의 10%에 달하는 3만여 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 4·3 항쟁 현장에서 자란 제주의 주식인 보리와 상징꽃인 동백잎으로 4·3의 역사를 담은 전시회이다.

제주 4·3 항쟁 현장에서 자란 제주의 주식인 보리와 상징꽃인 동백잎으로 4·3의 역사를 담은 전시회


제주 4·3은 1979년 현기영 작가의 소설 『순이 삼촌』이 나오기 전까지 제주도민에게조차 입에 담을 수 없는 금어(禁語)였다. 

재일 조선인으로 제주 4·3을 주제로 한 소설 『화산도』를 쓴 김석범 작가는 "기억이 말살당한 곳에는 역사가 없습니다. 역사가 없는 곳에는 인간의 존재가 없습니다. 기억을 잃어버린 사람은 주검과 같은 존재입니다. 반세기가 넘도록 기억을 말살당한 제주 4·3은 한국 역사 속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입 밖에 내놓지 못하는 일, 알고서도 몰라야 하는 일이었던 것입니다. 나는 이것을 '기억의 자살'이라고 불렀습니다. 공포에 질린 섬 주민들이 스스로 기억을 망각으로 들이쳐서 죽이는 '기억의 자살'인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제주 4·3을 주제로 한 그림책도 볼 수 있다

제주 4·3을 주제로 한 그림책도 볼 수 있다


제주 4·3 75주년을 기념하는 기획 전시 <틀낭에 진실꽃 피어수다>는 '기억의 자살'을 막고 온전한 기억을 이어가며, 왜곡하고 다 밝혀지지 않은 진실을 찾는 전시이다. 

'틀낭'은 제주도에서 많이 자라는 산딸나무를 뜻하는 제주 방언이다. 박진우, 이수진, 임재근, 주철희 4명의 작가가 전시에 참여했다. 

작품재료로는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보리와 동백잎을 이용했다. 제주 보리는 제주 4·3 당시 제주인들의 주요 구휼 작물이었다. 동백꽃은 제주 4·3 상징으로 제주에서는 옷이나 가방에 '동백꽃 배지'를 단 도민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2018년 제주 4·3 70주년을 기념하는 배지로 보급되면서 4·3 배지로 알려졌다. 4·3평화공원에 동백나무 심기 운동하고 공원 내에 있는 돌하르방에는 동백꽃 마스크를 씌웠다. 

제주보리줄기에 천연 염색을 한 이수진 작가의 작품이다.   '해가 떠 있어도, 달이 떠 있어도, 별이 떠 있어도 죽이는 삼광 작전, 굶겨서, 태워서, 죽여서 없애는 삼진 작전. 섬사람들은 그렇게 죽어갔다.'라고 작품 소개를 했다.

제주보리줄기에 천연 염색을 한 이수진 작가의 작품이다. '해가 떠 있어도, 달이 떠 있어도, 별이 떠 있어도 죽이는 삼광 작전, 굶겨서, 태워서, 죽여서 없애는 삼진 작전. 섬사람들은 그렇게 죽어갔다.'라고 작품 소개를 했다.


동백꽃이 제주 4·3의 상징이 된 것은 강요배 화백이 1989년부터 1992년에 걸쳐 완성한 '동백꽃 지다'라는 작품을 발표했을 때부터이다. 

강요배 화백은 "제주의 소설가 고 오성찬 선생이 정리한 채록집 속 김인생 할머니의 증언이 계기가 되었다."라고 말했다. 제주 4·3 때 자식 셋을 잃은 김인생 할머니는 이렇게 증언했다.
"붉게 핀 동백꽃을 바라보거나 멀리 한라산 꼭대기에 쌓인 흰 눈을 쳐다보노라면 아름답고 평화로운 그 모습 속에 숨겨진 '피의 역사'가 떠오르곤 한다. 흰 눈 위에 동백꽃보다 더 붉게 뿌려졌던 수많은 사람의 죽음, 이제는 잊어야 한다고, 아니 벌써 잊었다고 생각했던 무자년(1948년)의 4월은 내 인생과 우리 집안의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

희생된 영혼들이 동백꽃처럼 겨울철 차가운 땅으로 쓰러져 갔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동백꽃은 이른 봄에 피어 생을 다하면 꽃봉오리가 통째로 떨어진다. 

이런 동백잎을 천연재료로 보릿대를 천연 염색하여 만든 작품을 보리아트라고 한다. 전시회 나온 작품은 보리아트 기법을 이용했다. 보는 각도에 따라서 느낌이 다른 것이 묘미이다. 

박진우 작가의 '20세기 비석거리 충혼묘지'

박진우 작가의 '20세기 비석거리 충혼묘지'


전시회에는 전시 설명이 없었지만, 작품 하나하나를 볼 때마다 눈물이 났다. 75년간의 침묵, 희생자와 유가족의 고통이 세상으로 나와 작품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작품으로 시대의 아픔과 진실을 찾는 발걸음을 내딛는 것 같았다. 

이제는 제주도를 관광객의 시선으로만 볼 수 없다. 역사를 이해하고 보면 어느 동네에나 있는 흔한 풍경도 달라 보이는 법이다. 

<틀낭에 진실꽃 피어수다> 전시회
○일시: 2023년 5월 27일(토) ~ 2023년 6월 11일(일)
○장소: 경기아트센터 갤러리(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관람: 오전 10시 ~ 오후 6시(오후 5시 입장 마감), 무료 관람
○주최: 경기아트센터
○주관: 경기아트센터, (사)제주4.3범국민위원회, (사)수원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보리아트연구소, 민족문제연구소 수원위원회
○문의: 031-230-3262
곽기주님의 네임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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