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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쓰지 아니한 재주를 세상에 틔우다
꽃, 틔움 전
2023-05-26 15:50:17최종 업데이트 : 2023-05-26 15:50:16 작성자 : 시민기자   김경희

꽃, 틔움 전

꽃, 틔움 전시 안내


장애인 작가 20여 명의 미술 전시회가 19일부터 27일까지 경기도 신청사 2층 전시홍보관에서 열렸다. 

전통민화와 창작 민화 작품으로 민화 특성상 세밀함과 집중력을 요함에도 불구하고 하나 같이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전시장 입구에 '다 쓰지 아니한 재주를 세상에 틔우다'라는 전시 홍보 입간판이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모든 능력상실자라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을 질책하듯 그들의 드러나지 않은 재주를 보여줄 것임을 각성하게 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단정히 앉아 관람객을 맞이하는 데스크가 있었고, 마치 대기라도 하고 있었던 듯 '현무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수경 소장'이 안내를 해주었다.  
 

전통민화의 경우 도안을 받아서 그리게 되는데, 창작 민화를 선보인 작가들도 꽤 있었다. 그림들은 대부분 해학적 혹은 밝은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어 보는 내내 흐뭇한 미소를 머금게 했다.
 
꽃, 틔움 전 안내

꽃, 틔움 전시 안내

나무 가득 꽃이 피어있고 가지마다에는 새들이 빼곡히 앉아 쉬고 호랑이와 토끼, 수탉, 사슴, 어미젖을 먹겠다고 매달려있는 돼지들이 나뭇가지에 더불어 있다. 그 나무 그늘 아래에는 집 한 채가 평화로운 듯 안락하다.

  

'가슴으로 비는 자' 진심으로 사랑하는 이를 위해 무병을 기원하고 효도하길 바라는 염원을 담은 소재들을 그렸다. 

현문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수경소장

현문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수경소장


무서운 호랑이는 '희망과 풍요와 건강을 꿈꾸게 하는 존재'로 익살스럽고 친근한 이미지로 묘사하였는데 이러한 풍자와 해학을 담아 표현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한다.

동물의 왕 호랑이는 맹수로서 인간에게 위협적인 존재임에도 그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있고, 엄마, 아빠 호랑이와 그 사이에서 보호받으며 재롱부리는 아기 호랑이 세 마리는 인간사 가족과 다름이 없는 사랑의 모습 그대로였다. 어쩌면 무서운 호랑이가 수호신으로서 행복한 가정을 지켜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인간과 더 친해지기를 염원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서운 호랑이가 가족의 수호신처럼 행복한 모습으로 표현되었다면, 먹보를 대변하는 돼지는 가정의 풍요를 기원하지 않았을까?


까만 흑돼지는 이름만큼이나 토실토실하다. 빵빵한 엉덩이에는 봄을 알리듯 분홍 꽃이 그려져 있는데 아마도 꽃밭에서 까치와 뒹굴며 다 온 모양이다. 그런 와중에도 머리는 꺾여 하늘을 향하고 있는데, 이런 이런 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지고 있다. 순간적으로 그것을 받아먹으려는 듯한 돼지의 모습은 그저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이렇게 재밌고 행복한 그림이 또 있을까 싶다. 그런가 하면 이제 풋풋한 사랑을 꽃피울 청춘남녀돼지도 있다. 이외에도 놓치기 아쉽고 감탄스러운 작품들이 많았다. 


영희의 꿈 4, 박영희

영희의 꿈 4, 박영희


이러한 창작 그림들 한쪽에 이런 글이 쓰여있다.

 

"소통의 장치로서 색채의 미학"

"우리는 저마다의 능력이 있으며 유일한 차이점은 어떤 사람은 그 능력을 사용하고, 또 어떤 사람은 그 능력을 사용하지 않는 것일 뿐" - 스티비 원더

 

"풍부한 상상력으로 길어 올린 세계. 그림이란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생각이나 정서를 나타내는 '장치'로 분류할 수 있다. 대화로 소통의 어려움이 있는 자폐성 장애를 가진 작가들의 그림은 왕성하고 다양한 호기심을 엿볼 수 있는 '장치'이다. 밝음과 따뜻함 속에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표현된 색채와 선의 미학은 감상하는 이로 하여금 슬며시 미소 짓게 하는 작가만의 위트가 있다. 자신의 본질적 감성에 집중하며 '함께'에 대한 질문을 세상을 향해 던지는, 스스로 관계성을 만들어 가는 작가만의 자발적 예술 프로젝트가 완성되는 그 날이 기다려진다."

-이규재 작가 프로필에서

영희의 꿈- 호랑이 친구들, 박영희

영희의 꿈-호랑이 친구들, 박영희

   

김수경 소장은 '중증장애인 자립 지원기술 훈련'의 일환으로 전통민화 작업을 3년 전부터 활동하고 있는데, 그 결실이 이번 '꽃, 띄움' 전이라고 소개했다. 전통민화와 창작 민화 등 미술 활동을 고용연계로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작품 중에는 판매된 작품도 있었다. 장애인들이 이런 경로를 통해 단순노동직이 아닌 예술가로 발굴·활동할 수 있게 한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었다.

생일파티 후 받은 빵, 마수창

생일파티 후 받은 빵, 마수창

다만 신체적으로 불편하고 혹은 자폐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 옆에서 도와줄 수 있는 분들이 필요한데, 현재는 부모 등 가족이 그 부분을 맡고 있어서 얼마나 지원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완성도도 높은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그만큼 지원의 손길이 많이 필요하다.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이 아니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함보다도 따뜻하고 미소짓게 하는 그림이 좋다. 이러한 작품들이 진정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대중들에게 다가와 행복을 주고 대중이 즐길 수 있다면 이것이 바로 명작이지 않을까!

내마음의 미로, 이규재

내마음의 미로, 이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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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전, 전시, 장애인, 민화, 창작민화, 경기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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