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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밤 하늘에 빛나는 60개 알록달록 점포, 야시장 속으로
어려운 경제와 살림, 모두가 회복되길 바라
2023-04-27 10:38:12최종 업데이트 : 2023-04-27 16:04:20 작성자 : 시민기자   김청극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 선 어린이들, 신기한 듯 바라 보고 있다.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 선 어린이들, 신기한 듯 바라 보고 있다

오후 5시경, 밖으로부터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끔은 무엇인가 터지는 듯한 소리도 들린다. 나가보니 본격적인 야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26일 아침 9시부터 필자가 사는 아파트에서는 하나, 둘 하얗고 빨간 텐트가 쳐지기 시작했다. 조립식이어서 설치도 간단했다. 삽시간에 빨간 텐트의 물결이었다. 줄잡아 길게 20m는 넘었다. 멀리서 보아도 대규모 행사가 시작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진열한 물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은 모처럼 야시장이 열리는 날. 아파트 게시판에는 야시장이 자정까지 진행된다고 게시되어 있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1년에 한 번 열리는 야시장을 두고 입주민 대표회의에서는 진중한 회의가 거듭됐다. 무엇보다 도로가 비좁은 아파트여서 안전이 문제였고 코로나19가 아직은 안정세가 아니어서 논의를 거듭한 끝에 다음 해로 연기하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우리 아파트는 매주 금요일에 알뜰 시장이 열리기는 하지만 텐트 5개 정도 치고 물건을 파는 소규모 시장이다.


에어 바운스 앞에서 여유를 갖는 아이들과 부모

에어바운스 앞에서 여유를 갖는 아이들과 부모

일찍 문을 연 사격 연습장, 아직은 한산하다.

일찍 문을 연 사격 연습장, 아직은 한산하다


저녁 6시경 무엇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 코너가 가장 북적였다. 아빠도 퇴근하여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세상에서 최고인 것 같았다. 옆에서 바라보는 엄마와 아빠는 아이가 대견스럽기만 하다. 공을 나르는 간이 놀이기구에는 유난히 아이들이 많이 모였다. 왜마디 소리를 지르니 아파트가 떠나 나가는 듯했다. 사람 사는 맛이 이런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었다. 여러 가지 탈 것과 체험놀이도 많았다. 놀이 총으로 과녁을 맞히는 놀이, 5천 원으로 금붕어 잡기 놀이 등 모두가 스릴이 있고 호기심 많은 어린이를 끌기에 그만이다.


빼곡 빼곡 야식을 즐기는 주민들이 아주 정겹다

빼곡 빼곡 야식을 즐기는 주민들이 아주 정겹다.


아파트 가운데 큰길인 관리실 앞은 오늘 야시장의 주요 메뉴가 자리 잡고 있다. 가장 요지인 셈이다. 우선 중앙도로이고 차량과 사람들의 통행이 가장 빈번한 곳이다. 이미 4시부터 경비원들은 휴게시간도 잊은 채 교통정리에 여념이 없다. 안전이 우선이라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퇴근시간에는 차량이 한꺼번에 몰려와 매우 바쁜 일손이었다. 도로가 비좁기도 하고 보도까지 침범한지라 자칫 사고의 위험이 따른다.
 
번쩍 번쩍 밤하늘을 밝히는 놀이 기구들

번쩍번쩍 밤하늘을 밝히는 놀이 기구들


그렇지 않아도 종일 관리실은 입주민의 반발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유인즉 "꼭 야시장을 해야만 되느냐?" "816세대 모든 입주민들의 동의를 받았느냐?" 처음부터 감정의 폭발이다. 때론 시비로 나오는 일도 있었다. 답변하는 관리소 측은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절대 쉽지 않았다. 대표회장 역시 항의 전화가 많아 여간 힘든 하루가 아니었다고 실토했다.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가운데 설치된 곳에 가서 주 메뉴를 살펴보니 30가지는 넘었다. 오밀조밀 준비도 많이 했다. 물론 카드 결제도 가능했다. 국수 한 그릇에 5천원이다. 5그릇을 시켰다. 직접 들고 경로당으로 배달했다. 함께 먹어 보니 맛이 괜찮다. 어르신 모두 맛있다고 만족해했다. 다 먹은 후 쟁반은 반납했다. 바쁜 가운데에서도 상인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 날씨가 안 좋고 추워 걱정했는데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말이 다행이었다. "코로나로 무척 힘들었는데 조금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힘든 것은 마찬가지"라고 하며 밤늦게 펼쳐지는 야시장에 매상을 올리는 기대감을 말하기도 했다.

 
고치의 종류도 무척 다양하다

꼬치의 종류도 무척 다양하다


맞은편의 순대와 떡볶이 가게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 한참 배고픈 때여서 먹는 코너가 붐볐다. 아파트 사이로 지나가는 행인들도 이곳저곳 기웃거리다가 먹을 것을 사 들고 가는 모습이 정겨웠다. 대부분 음식 값이 만만치 않았다. 어느 상인은 "재룟값도 상당히 올라 어쩔 수 없다"며 "그렇다고 엉성한 싸구려 상품을 내놓을 수 없다"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곱창 야시장 앞에 모여든 사람들

곱창 야시장 앞에 모여든 사람들


닭을 요리해 파는 코너는 차량안에 생닭을 가득 쌓아 놓고 손님을 기다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야시장은 최고조에 달했다. 밤의 날씨가 쌀쌀했어도 아이스크림이 인기였다. 터키아이스크림 코너에서는 기다란 대롱을 이용하여 어린이들을 유인했다. 아이들은 너무도 재미있고 신기한 듯 너도나도 덤벼드니 상인은 덩달아 신이 났다.

아이들과 야시장 밤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좋다

아이들과 야시장 밤길을 걷는 것만이라도 좋다.


아파트 정문부터 어느새 올망졸망 가게가 들어섰는데 똑같은 종류는 하나도 없다. 어디서 왔는지 품목이 무척 다양하여 60가게가 넘는 품목들이 대성황을 이뤘다. 20대의 한 여성은 201동에서 나왔는데 파전을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며 "밤하늘이 매우 낭만적"이라며 분위기에 만족해했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욕구가 분출되는 느낌이었다. 막걸리, 소주 등 주류와 파전을 놓고 오순도순 이야기하는 정겨운 모습도 연출됐다.


양말을 비롯한 소소한 물건들이 가득하다

양말을 비롯한 소소한 물건들이 가득하다


어느 가게 하나 한산한 곳이 없었다. 양말을 비롯한 소소한 소모품 가게에도 사람들이 몰렸다. 경제가 어렵지만 그래도 모두가 힘을 내고 어려움을 잘 이겨냈으면 하는 마음이 서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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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장, 어린이, 교통 안전, 경비원, 다양한 품목, 김청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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