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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꽃마을 뜨란채 아파트단지 알뜰시장 이모저모
도로변 길거리장을 보니 옛 시골장 추억 떠올려
2023-04-20 13:29:51최종 업데이트 : 2023-04-20 13:29:49 작성자 : 시민기자   차봉규

밤꽃마을 뜨란채 알뜰시장 입구

밤꽃마을 뜨란채 아파트단지 알뜰시장 입구

 

요즘 도시 사람들은 풍요로운 경제로 문화생활을 하다 보니 대부분 백화점이나 마트, 슈퍼 같은 위생적인 매장을 이용한다. 물론, 도로변에 펼쳐놓는 재래시장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백화점이나 마트, 슈퍼는 정찰제지만 재래시장은 물건값이 싸기도 하고 에누리나 덤으로 더 주는 인심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고객들이 시장을 찾아가는 시대에서 장사꾼들이 고객을 찾아다니는 시대로 시장문화도 변화하고 있다. 지난 19일 청개구리공원 앞 밤꽃마을 뜨란채 아파트단지에는 떠돌이 장사꾼들이 모여 난장(亂場)을 펼쳤다. 단지 내 도로변에는 포장을 치고 생선류 등 주부들이 밥상에 올릴 반찬거리를 비롯한 과일, 튀김 등 갖가지 먹거리를 팔고 있다. 이곳은 알뜰살뜰 실속장이라는 의미로 일명 '알뜰시장'이라고도 한다.

 

이날은 기온이 28도까지 올랐다. 봄을 건너뛴 완연한 초여름 날씨다. 과일점에는 때를 맞춰 여름이 제철인 수박까지 등장했다. 1통에 29,000원이다.
 

때이른 여름날씨에 수박까지 등장했다.

때이른 여름날씨에 수박까지 등장했다

알뜰시장 입구에는 뻥뛰기 과자를 비롯한 각종 과자전이 펼쳐 있다. 어린이들이 단체로 초록색 조끼를 입은 것을 보니, 근처에 어린이 유치원생들인 것 같다. 선생님 셋이서 데리고 나와 어린이들에게 과자를 사주고 있다. 어린이들은 좋다고 재잘거린다.

유치원 어린이들에게 과자를 사주는 모습

유치원 어린이들이 과자를 들고 좋아한다.

국집에서는 갈비탕(13,000원), 설렁탕(13,000원), 도가니탕(13,000원), 사골곰탕 (10,000원), 육개장(10,000원), 선짓국(8,000원) 등 10가지가 넘는 국을 만들어 판다. 국을 집에서 조리하려면 국거리를 사다 직접 손질하고 몇 시간씩 끓여야 하고, 집안에 온통 냄새를 풍겨가며 북새통을 떨게 된다. 시장에 방문한 주부는 식구가 단조로우니 조리된 국을 사다가 먹는 것이 편하다고 한다.

 갈비탕을 사가는 주부

갈비탕을 사가는 주부

고소한 냄새가 코를 들썩거리게 한다. 냄새를 따라가보니 튀김집이다. 노릇노릇하게 튀긴 새우튀김, 오징어튀김, 고구마튀김 등 보기만 해도 입안에 군침이 돈다. 튀김을 바로 먹으면 바삭바삭하니 고소한 맛이 난다. 계속 튀기면서 고소한 냄새를 풍겨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튀김 말고도 핫도그, 김말이, 닭꼬치 순대, 어묵 등 수십 가지의 먹거리들이 즐비하다. 아이들이 부담 없이 1,000~2,000원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는 먹거리도 많다.

보기만해도 군침도는 노릇노릇한 튀김

보기만해도 군침도는 노릇노릇한 튀김

주부들이 알뜰장을 보는 것은 가족들 밥상에 올릴 반찬거리 때문이다. 끼니마다 색다른 반찬을 만들어 가족들이 맛있게 먹고 밥그릇을 비워야 보람을 느낀다. 생선 전에는 갈치, 조기, 꼬막, 새우, 조개, 오징어 등 수종이 널브러져 있다. 

무슨 생선을살가 이것저것 가격을 물어보는 주부들

무슨 생선을 살까, 이것저것 가격을 물어보는 주부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주부 한 명을 만나봤다. 장바구니를 보니 생선, 과일 등 밥상에 올릴 반찬거리와 과일을 샀다. "아파트 단지에서 장을 보는 느낌이 어떠세요"라는 물음에 "참 좋지요"라고 답한다. 그러면서 "시장을 보려면 버스를 타고 팔달문 시장이나 한참을 걸어서 마트를 다녔는데 몇년 전부터 아파트 단지에 매주 수요일이면 알뜰시장이 들어서고 있어요.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며 시간 낭비를 않고도 집 앞에서 장을 볼 수 있어 참 좋아요"라고 한다.

 

알뜰시장을 한 바퀴 돌아보니 옛날 시골 장날 추억들이 떠오른다.
시골에서 자란 7080대 노인들은 다들 장날 추억들이 있다. 장날이면 동네 아주머니들은 농사지은 쌀이나 잡곡 등을 머리에 이고 양팔을 앞뒤로 내저으며, 20리나 되는 먼 길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장에 간다. 시골에서는 쌀이나 잡곡, 닭, 계란, 강아지, 염소새끼, 돼지새끼 등 돈이 될만한 것을 장에 내다 팔아 학교 다니는 자식들 월사금(月謝金. 초등학교에 매월 내는 학비)이나 용돈으로 사용했다. 
 

옛날에는 달걀을 모았다가 팔아서 월사금을 냈다  사진출처: 농업박물관 전시

옛날에는 달걀을 모았다가 팔아서 월사금을 냈다 (사진출처: 농업박물관) 


어쩌다 어른들을 따라 장에 가면 이것저것 볼거리와 먹거리가 많았다. 

장에 가면 약장수 구경을 한다. 등에는 큰북을 메고 북채에 끈을 매어 오른발에 묶고 발을 앞으로 툭툭차면 북채가 북을 쳐 덩덩 소리가 났다. 창경원에서나 볼 수 있는 원숭이도 있다. 약장수는 원숭이의 재주를 보여주겠다며 너스레를 떤다. 만담으로 웃기기도 하고 아가씨가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막간을 이용해 각종 약을 팔거나 여성들 화장품 '동동 구루무'도 팔았다. 이제나 저제나 원숭이의 재주 부리는 것을 보려고 기다려보지만 끝내 보지 못하고 돌아온다. 장꾼들을 붙들어 놓으려는 약장수의 수단이다.

 

막걸릿집 마당에는 장꾼들이 돈내기 윷놀이를 하고, 시장 도로변에는 야바위꾼들이 뺑뺑이 돌리기, 종발 돌리기 등 사행행위도 빠지지 않는다. 야바위꾼들과 한패거리인 줄도 모르고 돈을 따는 사람을 보며 섣불리 덤벼다가 갖은 돈을 몽땅 잃기도 한다. 시장이나 버스 등 사람이 북적대는 곳이면 반드시 소매치기가 따른다. 예리한 칼로 양복 속주머니를 찟고 돈지갑만 빼간다. 여성들은 쌀이나 잡곡, 가축 등을 판돈을 몸베 주머니에 넣고 물건을 흥정하며 주머니에 손을 넣으면 휑하니 구멍이 뚤렸다. 어느새 칼로 찟고 감쪽같이 돈만 빼간 것이다. 울고불고 지서에 찾아가지만 아무 소용없다. 

 

도로변에는 포장을 치고 도토리묵, 국수, 순댓국, 개장국, 팥죽, 팥떡, 찐빵 등을 판다. 보기만 해도 입안에 군침이 돈다. 사탕장사 엿장수도 있다. 엿장수는 쟁강쟁강 소리 나는 가위를 치며 호객을 한다. 엿목판을 본 장꾼들은 엿치기를 한다. 가락엿을 부러뜨리면 구멍이 큰 쪽이 이기는 내기를 한다. 
 

장날이면 볼일이 없어도 장에 가는 어른들도 많았다. 장에 가면 친인척이나 친지들을 만나면 대폿집에 가서 막걸리 한잔씩 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로 정담을 나눈다. 그런가 하면 파장에는 술에 취해 여기저기서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순경이 나와서 지서로 끌고 가기도 하고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길가에 쓰러져 잠을 자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듯 시골장날은 만남의 장이고 소통의 장이며 왁작지껄한 장이었다. 요즘은 볼 수 없는 옛 시장 풍경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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