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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맹순씨네 아파트에 온 새들
선경도서관 작은 전시회, 5월 14일까지 열려
2023-04-20 14:26:34최종 업데이트 : 2023-04-20 14:27:05 작성자 : 시민기자   한정규
선경도서관 전시회, 팔순 맹순씨네 아파트에 온 새들

선경도서관 전시회, 팔순 맹순씨네 아파트에 온 새들


그녀가 매일 일을 하는 부엌 밖에 과수원이 있는데,  어느 날 그곳에 새 한 쌍이 날아와 나무에 집을 짓기 시작했다. 알을 낳고, 알을 품고, 새끼가 태어나 보살피며 어미 품을 벗어날 때까지 키우는 전 과정을 매일매일 자세히 관찰하게 되었다. 그러한 기록으로 인해 평범했던 가정주부가 세계적인 조류학자가 되었다. 이는 오래전에 읽은 글 내용이다. 자세히 관찰하고 그 결과를 기록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선경도서관 전시회, 팔순 맹순씨네 아파트에 온 새들, 나그네 새

선경도서관 전시회, 팔순 맹순씨네 아파트에 온 새들, 나그네 새


책을 읽으러 방문한 선경도서관의 1층 로비에서 아주 특별한 전시회를 봤다. '팔순 맹순씨네 아파트에 온 새들'이란 주제의 전시였는데 아주 이색적이다. 전시회 작가의 주인공은 팔순이 넘은 맹순씨이다. 맹순씨는 2018년 심장수술을 받은 뒤 쇠약해진 그녀를 위해 딸이 선물한 종이, 볼펠, 색연필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텃밭의 작물을 그리다가 새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선경도서관 전시회, 팔순 맹순씨네 아파트에 온 새들, 나그네 새인 울새

선경도서관 전시회, 팔순 맹순씨네 아파트에 온 새들, 나그네 새인 울새

 
그녀는 탐조 활동이 취미였던 딸이 찍은 새 사진을 보며 2019년부터 새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살고 있던 동네인 호매실 지역의 아파트 곳곳을 다니며 새를 관찰하고 계속 그림을 그렸다. 3년 동안 48종의 새를 300점 이상 그렸다. 새 그림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아파트 단지 새 지도를 만들었다고 한다.

전시회에서 맹순씨가 그린 새 그림들은 나그네새, 여름 철새, 겨울 철새, 텃새로 분류되어 전시되었다. 이곳에 아파트 새 지도, 새집, 아파트 새 달력 등이 전시되어 있는데 직접 색연필로 그리고 새에 대한 설명이 쓰여있다. 그림만 봐도 무슨 새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새의 특징이 정확히 그려져 있다.

선경도서관 전시회, 팔순 맹순씨네 아파트에 온 새들, 여름 철새

선경도서관 전시회, 팔순 맹순씨네 아파트에 온 새들, 여름 철새


봄과 가을에 우리나라를 지나가는 철새인 나그네새를 그리고 간단하게 설명한 내용이 눈에 띄었다. "2020년 5월 28일 그림, 이 새는 울새랍니다. 우리나라에 살지 않고 지나가다가 배고파 먹이를 찾으려고 우리 아파트에 있는 새입니다. 딸이 새를 보고 사진을 찍어와서 그렸습니다. 그리고 우리 집 창밖에다 물과 들깨, 사과, 이렇게 모이를 주고 있으면 다섯 종류의 새들이 와서 먹고 목욕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요. 아주 많아요."
 
선경도서관 전시회, 팔순 맹순씨네 아파트에 온 새들, 여름 철새인 꾀꼬리

선경도서관 전시회, 팔순 맹순씨네 아파트에 온 새들, 여름 철새인 꾀꼬리


맹순씨는 봄에 우리나라를 찾아와 번식하고 가을이 되면 돌아가는 여름 철새로 꾀꼬리, 제비, 파랑새 등을 그렸다. "2020년 6월 1일 그림, 딸이 오산에 있는 물향기수목원에서 일주일에 한 번 숲 해설 자원봉사를 합니다. 하루는 예쁜 새가 왔다고 같이 새를 보러 갔어요. 수목원을 돌면서 꾀꼬리 소리도 듣고 날아가는 것도 봤어요. 소리가 신기했어요" 나무에 앉아있는 꾀꼬리는 온몸이 노란색인데, 눈 주위와 몸통과 날개가 이어진 부분이 검은색이고 부리는 붉은색이다. 그는 꾀꼬리의 특징을 자세히 그렸다.
 
선경도서관 전시회, 팔순 맹순씨네 아파트에 온 새들, 맹순씨의 작품들

선경도서관 전시회, 팔순 맹순씨네 아파트에 온 새들, 맹순씨의 작품들


가을에 우리나라에 찾아와 월동하고 봄이 되면 고향으로 돌아가는 새를 겨울 철새라고 한다.
"2020년 3월 10일 그림, 나무발발이는 겨울에만 찾아오는 겨울 철새래요. 나무를 발발발 기어다니면서 벌레를 잡아먹는다고 해서 발발이라고 한 대요. 나도 딸 집에 갔었는데 딸들은 어떻게 발견했는지 새보는데 이제 천재 같아요. 우리 아파트에서만 해도 23종의 새를 봤대요. 아파트에 새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 딸 둘이서 사진을 찍은 것을 보니 흐뭇했어요" 나무에 앉아있는 모습이 마치 딱따구리 같았다.

선경도서관 전시회, 팔순 맹순씨네 아파트에 온 새들, 맹순씨의 작품들과 영상물

선경도서관 전시회, 팔순 맹순씨네 아파트에 온 새들, 맹순씨의 작품들과 영상물


이동하지 않고 우리 곁에 살면서 번식하는 새를 텃새라고 한다. 작가는 참새, 까치, 방울새 등을 그렸다. 각각의 새들 특징을 섬세하게 그려서 새 그림만 봐도 무슨 새 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치 새 도감을 보는 듯했다.

맹순씨는 손주들에게도 자상하고 인자한 할머니이다. 설날 손주들에게 직접 새 그림을 그리고 덕담을 쓴 엽서를 선물한다. 손자들을 향한 사랑이 가득 담겨있는 너무나도 멋진 선물이다. "정훈아 사랑한다. 이 그림은 할머니 마음이다. 정훈아, 아프지 않은 게 할머니 소원이야. 새해에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공부도 열심히 하고 누나하고도 잘 지내고. 누나는 이제 중학교에 가니 올해는 초등학교에 혼자 가야겠네. 좀 섭섭할까. 괜찮지. 정훈아 사랑해"

선경도서관 전시회, 팔순 맹순씨네 아파트에 온 새들, 맹순씨의 작품들과 새집

선경도서관 전시회, 팔순 맹순씨네 아파트에 온 새들, 맹순씨의 작품들과 새집


새 그림 옆에는 '아파트 숲 정원을 거닐다'라는 영상물이 상영되고 있다. 2020년 산림문화작품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으로 아파트 탐조 관련 영상이다. 녹지와 숲이 아파트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삶의 터전을 잃은 새들이 아파트 숲에 정착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그렇게 적응해 숲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고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친구가 되었다.

선경도서관 전시회, 팔순 맹순씨네 아파트에 온 새들, 맹순씨 자화상

선경도서관 전시회, 팔순 맹순씨네 아파트에 온 새들, 맹순씨 자화상


'도서관(圖書館)'은 '그림과 글이 있는 집'이란 뜻인데, 도서관의 다른 이름은 '관아처(觀我處)'라고 한다. 책을 보고 나를 돌아보는 곳이라는 철학적 사유가 담긴 이름이다. 관아처를 찾아 전시를 보면서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이번 전시회는 5월 14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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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경도서관, 정맹순, ,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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