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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매실동 타박타박 걷기
장소는 직설적으로 혹은 은유적으로 말을 건다
2023-04-10 09:55:52최종 업데이트 : 2023-04-09 10:36:13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어린이집이 폐업한 지 오래돼 보인다. 출생 인구가 적다는 사회 현상을 직설적으로 토해내고 있는 느낌이다.

어린이집이 폐업한 지 오래돼 보인다. 출생 인구가 적다는 사회 현상을 직설적으로 토해내고 있는 느낌이다.

  장소는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대상이다. 공간과 시간이 결합된 방식으로 쉴 새 없이 말하고 있다. 그 이야기는 직설적이고 때로는 은유적이다. 여행객들이 멀리 외국까지 가서 작은 도시를 찾아다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풍경에서 느낄 수 없는 삶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동네 구경을 나선다. 호매실동에는 오랜 시간 동안 형성된 삶의 흔적들이 있다. 호매실 도서관에서 뒤로 가는 길에 어린이집이 닫혀 있다. 작은 뜰에 잡초가 무성하다. 폐업한 지 오래돼 보인다. 이 모습은 세상의 변화를 직설적으로 토해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출생 인구가 적어지면서 어린이집이 폐업하는 사례가 는다는 사회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매실로. 보행 친화 도시 조성사업으로 차로를 축소하고 보행 공간을 넓혔다. 동네 안에 있는 도로지만 상당히 넓다.

매실로. 보행 친화 도시 조성사업으로 차로를 축소하고 보행 공간을 넓혔다. 동네 안에 있는 도로지만 상당히 넓다.


  조금 오르니 호매실초등학교와 호매실중학교가 마주 보고 있다. 이 길은 매실로다. 경기도 주관 보행 친화 도시 조성사업 공모에 참여해 수원시가 사업을 한 곳이다. 쌍용아파트 앞에서 호매실GS아파트 앞 도로까지 1.8㎞ 구간이다. 차로를 축소하고 보행 공간을 넓혔다. 보행자를 위해 속도표지판 정비, 안전 펜스 설치 등을 하고, 가로수도 심었다. 
  호매실중학교는 교문에 한자 문패를 달고 있다. 1997년 개교했는데, 왜 한자로 문패를 달았을까. 역사가 깊은 학교 중에 한자 문패를 단 학교들이 있다. 그런데 그것마저도 한글로 바꾸고 있다. 화교 학교는 한자로 문패를 단다. 하지만 우리나라 중학교가 한자 문패를 달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호매실중학교 교문에 한자 문패. 어른들의 관습적 선택이다. 학교라는 공간 개념과 그곳에 주인이 누구인지부터 인식했다면 달라졌을 것이다.

호매실중학교 교문에 한자 문패. 어른들의 관습적 선택이다. 학교라는 공간 개념과 그곳에 주인이 누구인지부터 인식했다면 달라졌을 것이다.


  중학교의 한자 문패는 의식적인 철학 없이 일상적인 경험을 통해 공간 개념을 파악한 증거다. 학교라는 공간 개념과 그곳에 주인이 누구인지부터 출발했다면 달라졌을 것이다. 학교라는 사회적 개념에 도달하기 전에 자신의 관습이 먼저 인식되었을 것으로 추측해 볼 수밖에 없다.
  쌍용아파트 쪽으로 내려가는 길에 큰 마트가 보인다. 가끔 시장 구경을 가면 생동감이 넘치고, 그곳에서 활력을 얻고 온다. 동네 마트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 일상에서 필요한 것이 다 있다. 대형마트 상품보다 화려하지 않지만, 질은 떨어지지 않는다. 가격도 싸다. 당장 사지 않고 보는 것만으로도 풍요롭다.
길에 큰 마트. 일상에서 필요한 것이 다 있다. 대형마트 상품보다 화려하지 않지만, 질은 떨어지지 않는다. 가격도 싸다.

길에 큰 마트. 일상에서 필요한 것이 다 있다. 대형마트 상품보다 화려하지 않지만, 질은 떨어지지 않는다. 가격도 싸다.


  매실로를 가로지르는 노림로는 생활도로다. 보행로와 차로가 좁고 불편하다. 사람들도 겨우 다니는데, 보행로 턱에 차가 걸치고 있다. 소위 개구리 주차다. 빌라 밀집 지역에는 주차 시설도 부족하다. 주차공간 부족으로 길에 주차하니 보행환경은 더 나쁘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주거지역이기 때문에 도로도 굴곡이 많고, 오르락내리락하는 곳이 많다. 
빌라 밀집 지역에는 주차 시설도 부족하다. 보행로도 따로 없다.

빌라 밀집 지역에는 주차 시설도 부족하다. 보행로도 따로 없다.


  휴대전화 판매점에 재미있는 광고가 있다. 동네 아들이 되겠다는 표현이 보인다. 정직함으로 장사하겠다는 의미다. 그리고 매일 일정 시간에 휴대전화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교육한다는 마음도 따뜻하게 다가온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아들이라고 말한 것처럼 젊은 사장(대표 김완호)이다. "상가를 인수한 지 얼마 안 되지만, 믿음과 신뢰로 장사하는 마음가짐은 그대로 받았다. 휴대전화 이용에도 어려움을 느끼는 어르신들이 많다. 자식처럼 그분들을 돕겠다."라고 말한다.
휴대전화 판매점 광고. 정직함으로 장사하겠다는 의미다. 휴대전화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교육한다는 마음도 따뜻하게 다가온다.

휴대전화 판매점 광고. 정직함으로 장사하겠다는 의미다. 휴대전화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교육한다는 마음도 따뜻하게 다가온다.


  '짤라짤라 이용원' 상호도 재밌다. 영업 행위를 간결하게 표현했다. 오히려 이게 기억하기 쉽고 주목도가 높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중년의 사장님이다. 송정원 대표는 이곳에서 20년 넘게 사업을 했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 요양원에 매달 봉사 활동을 다닌다. 상호가 활기찬 만큼 삶 자체도 그렇게 보인다. 백일 된 어린아이, 입대 예정 청년, 다문화 가정 입학 전 자녀 등은 무료다. 사무실에도 관련 표창이 가득하다. 잠깐 인터뷰를 하느냐 머물렀는데, 따뜻한 마음이 번져 온다. 
이용원 상호가 재밌다. 상호가 활기찬 만큼 사장의 삶 자체도 그렇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꾸준히 하고 있다.

이용원 상호가 재밌다. 상호가 활기찬 만큼 사장의 삶 자체도 그렇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꾸준히 하고 있다.


  카페, 떡집, 학원, 음식점, 복싱 다이어트 체육관, 화장품 가게, 병원, 노래방, 학원, 편의점, 미장원, 공인중개사 등 다양한 상가가 보인다. 조용한 주택가 근처에 맛집과 개성 있는 점포들이 밀집한 동네다. 떡집 사장님께 인사말로 "사업 잘되시죠."라고 물었다. 답이 "그렇죠, 뭐"라고 돌아온다. 잘 된다는 것인지 안 된다는 것인지 알쏭달쏭하다. 분명한 것은 욕심이 없다는 느낌은 다가온다. 지혜로운 사람들은 아무와도 비교하지 않듯, 그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행복을 찾는다. 물질적으로 풍족하다고 해도 허약한 사람들이 많다. 여기 사람들은 흔들리지 않는 존재의 모습으로 풍요롭게 사는 사람들이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떨어지는 길에서 나무를 이리저리 살펴보는 사람을 만났다. 궁금해서 물었더니 호매실동에서 근무하는 주무관이라고 소개한다. "자투리땅에 화단을 만들어 놓았는데,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아울러 주민자치회에서 마을 화단 관련 사업을 계획하고 있어 점검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자투리땅이 그냥 있으면 쓰레기 집합소가 된다. 그래서 화단을 조성했다"라고 한다. 쓰레기 버리지 말라는 경고문보다 꽃을 심어 의미를 우회적 권고하는 것이 효과가 크다. 이것이 공간의 은유적 의미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자투리땅에 만든 화단. 쓰레기 버리지 말라는 경고문보다 꽃을 심어 의미를 우회적 권고하는 것이 효과가 크다. 공간의 은유적 의미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자투리땅에 만든 화단. 쓰레기 버리지 말라는 경고문보다 꽃을 심어 의미를 우회적 권고하는 것이 효과가 크다. 공간의 은유적 의미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여행객의 시선으로 다른 지역 사람들을 보면 위험한 측면이 있다. 마찬가지로 다른 지역에 살면서 어쩌다 그들의 삶을 기웃거리며 판단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삶의 터전은 거기에 사는 사람들의 애착과 의식이 더해진 장소다. 호매실동은 매화나무가 많이 자생했다. 매화는 추위 속에서도 피어나는 꽃이다. 매화처럼 여기 동네 사람들도 어려움이 있을 때 굽히지 않고, 세상으로 당당히 나가는 사람들이다. 여행은 배움의 시간이다. 오늘도 동네를 걸으며 배운다. 삶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채워가는 것이지 욕망을 쌓아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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