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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의 활터로도 이용됐던 아름다운 방화수류정
2011-12-23 15:39:15최종 업데이트 : 2011-12-23 15:39:15 작성자 :   e수원뉴스

임금님의 활터로도 이용됐던 아름다운 방화수류정_4
임금님의 활터로도 이용됐던 아름다운 방화수류정_4

1794년 1월 15일.
삭풍이 몰아치는 그날도 정조는 수원으로 행차했다. 화성 축성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문득 용연 위에 있는 커다란 바위가 눈에 들어왔다. 팔달산을 중심으로 볼 때 왼쪽에 솟아 있는 바위였다. 팔달산과 선암산 사이에 수원천을 끼고 사방이 훤히 트인 곳! 

'광교산 정기가 그대로 달려 내려와 고여 있구나. 성곽이 이곳에 이르면 산과 들이 만나고 물이 돌아 아래로 흘러 대천에 이르게 되겠구나.
풍수지리에 해박했던 정조는 곧 그 자리가 명당임을 간파했다. 

"이곳에 정자를 하나 짓도록 하라."
그리하여 1794년 9월 4일부터 공사가 시작되어 45일 만인 10월 19일, 정자가 만들어졌다. 정조는 이 정자에 '방화수류정(訪花水柳亭)'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방화수류(訪花水柳), '꽃을 좇고 버드나무를 따라 간다' 이름만큼이나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정자였다. 

임금님의 활터로도 이용됐던 아름다운 방화수류정_1
임금님의 활터로도 이용됐던 아름다운 방화수류정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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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의 활터로도 이용됐던 아름다운 방화수류정_2
임금님의 활터로도 이용됐던 아름다운 방화수류정_2

그러나 정작 정조는 이 정자를 올 때마다 군복을 입었다. 사실 정조가 생각한 방화수류정의 진짜 용도는 군사지휘소였다. 방화수류정의 경기중군인 김후는 화성의 군사적 요충지인 연무대와 동북쪽 성곽 공사와 독산산성 책임자를 역임한 군사 전문가였다. 그러니까 '방화수류정'이라는 낭만적인 이름 뒤에는 국방과 왕권수호의 목적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어이, 어서 방화수류정으로 가 보세. 임금님이 활을 쏘신대."
"우리 임금님이 그렇게 활을 잘 쏘신다면서?"
"글도 잘 해, 활도 잘 쏴. 도대체 못하는 게 없는 분이시라니까."

정조는 방화수류정에 행차할 때마다 활쏘기를 했다. 그것도 공개적으로! 그래서 백성들은 정조가 방화수류정에 행차하는 날이면 구름같이 몰려들어 활쏘기를 구경했다. 
"전하는 신궁이십니다!"
"우리 전하 만만세!"
정조가 화살을 겨누어 한 발 한 발 쏘아 과녁을 맞힐 때마다 백성들 사이에서는 함성이 일어났다. 그러면 정조는 빙긋이 웃으며 백성들을 따뜻하게 바라보았다. 백성들은 마치 자랑스러운 아버지를 보는 자식 같은 눈빛을, 정조는 자식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눈빛을 교환했다. 

정조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갑자기 활을 내리고 수원부사 조심태에게 명했다.
"활쏘기에 자신 있는 백성은 이리 올라와서 활을 쏘도록 하라."
그러자 몇몇 장정들이 정자로 올라와 활을 쏘았다. 정조는 그날 활을 가장 잘 쏜 사람에게 상을 주었다. 그리고 바로 전시(殿試)를 볼 수 있는 자격을 주고 풍악을 울렸다.

이 소문이 퍼지자 정조가 방화수류정에 행차하는 날이면 수원과 경기도 각 지역에서 활쏘기에 자신 있는 장정들이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 과정 중에 뛰어난 무관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노론 대신들은 간담이 서늘해졌다. 그들은 보았다. 방화수류정에서 하나가 되는 백성과 임금의 모습을! 자신들이 도무지 끼어들 수 없는 견고한 연대를!

방화수류정의 백미는 정자 아랫부분의 벽체석면이다. 이 벽체석면은 벽돌과 석회를 발라 +자 문양의 아름다운 외벽을 만들었다. 특히 화홍문 아래쪽에서 바라보면 +자 문양이 교차되는 모습이 첨단이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혹시 천주교도였던 정약용이 화성을 설계하면서 십자가 문양을 넣은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 더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임금님의 활터로도 이용됐던 아름다운 방화수류정_3
임금님의 활터로도 이용됐던 아름다운 방화수류정_3

이제 활 쏘는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여전히 방화수류정에는 사람들이 모인다. 
매달 보름이면 방화수류정의 용연에서 작은 연주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수원 화성 길라잡이 단체가 국악 연주회와 화성 특강, 시낭송을 펼친다. 물론 정조가 좋아했던 막걸리도 빠지지 않는다.  

용연에서 둥근 달을 바라보는 것을 용지대월(龍池待月)이라 하여 수원팔경의 하나로 꼽는다. 
보름날 용연에서는 달이 네 개라고 한다. 하늘에 뜬 달, 용연 물 위에 뜬 달, 술잔에 뜬 달,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눈동자에 비친 달. 

보름날 밤에 방화수류정에 올라 수원 하늘의 달을 바라보자. 정조가 보았던 것과 똑같은 그 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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