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꽃시장 대목 졸업시즌 왔건만…" 우울한 화훼농가
소비 위축에 잇단 경매 유찰, 농민들 "기대도 안한다"
2017-02-05 08:28:46최종 업데이트 : 2017-02-05 08:28:46 작성자 :   연합뉴스

"꽃시장 대목 졸업시즌 왔건만…" 우울한 화훼농가
소비 위축에 잇단 경매 유찰, 농민들 "기대도 안한다"

(수원·고양=연합뉴스) 김광호 노승혁 기자 = "꽃 소비가 많은 졸업·입학 시즌이 왔지만 크게 기대하지는 않아요."
용인에서 장미를 재배하는 허모씨의 말에선 근심이 묻어났다.
청탁금지법 시행을 계기로 어려움이 가중된 화훼 농민들은 연중 꽃 소비가 가장 많은 각급 학교 졸업 및 입학 시즌을 앞두고도 웃지 못하고 있다.



꽃 소비 시장이 이미 침체한 상황에서 졸업식·입학식 분위기도 예전 같지 않아 매출이 예년처럼 많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 때문이다.
허씨는 "예년 같으면 연간 소득의 상당 부분을 졸업·입학 시즌에 올렸다"며 "그런데 올해는 그럴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요즘은 학생들이 졸업식에 안 가는 경우도 있다더라. 예전 같이 꽃 선물도 많이 하지 않는 것 같다"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장미 시장은 이미 침체한 지 오래됐다. 거기에 지난해 청탁금지법이 시행되고 어려움은 더욱 커졌다"며 "지금 간신히 버티고 있다"고 털어놨다.
임육택 경기도화훼협회장은 "난 재배 농가들은 지금 죽을 지경"이라며 "절화류 생산 농가들은 졸업과 입학 시즌에 기대하는 것 같은데 경기가 예년 같지는 않을 것 같다. 지난 성탄시즌에도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고양시 덕양구에서 37년째 장미 농사를 짓고 있는 탁석오(63) 씨도 졸업시즌을 앞두고 한창 대목인 요즘 허탈하기만 하다.
지난달 말 서울 양재동 유통공사에 60단(1단 장미 10송이)의 장미를 내놨지만, 유찰돼 모두 폐기처분을 했기 때문이다.
탁 씨는 "37년째 장미 농사를 이어오면서 졸업시즌에 출하한 장미가 유찰되기는 처음"이라며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설이 지나 유통공사에 재고량도 있었겠지만, 유찰의 가장 큰 원인이 소비가 없기 때문"이라며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갈수록 농사짓기가 힘들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덕양구 화훼단지 4천290㎡에 하우스 7동을 설치해 장미를 재배하는 탁 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난방비만 3천여만원이 들었다. 이 중 1천300만원은 아직도 외상으로 남아있다"며 "장미를팔아 빚을 갚아야 하는데 답답하다"고 전했다.
그는 "화훼농가는 겨울철 난방비가 가장 큰 문제인데 3∼4월이 되면 주변에서 폐업을 신청하는 농가가 나올 것 같다"면서 "청탁금지법 시행과 경기불황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등이 화훼농가를 더욱 힘들게 하는 요인"이라고 했다.
고양시 일산서구 구산동에서 10년째 장미 농사를 짓는 김현섭(43) 씨도 탁 씨와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9개 동 비닐하우스 6천500㎡에서 장미를 재배하는 그는 지난달 양재동 유통공사에 출하해 3번 유찰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성탄절부터 1월 초까지 장미꽃 1단 가격이 1만원 했는데 10일 이후 2천원∼3천원으로 뚝 떨어져 인건비도 건지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청탁금지법과 맞물려 경기불황 등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면서 "국민이 꽃을 살 엄두를 아예 내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해 2월 초 장미 한 단의 가격이 1만 5천원이었는데 최근 졸업시즌을 맞아 가격이 조금 올라 9천원에 형성돼 그나마 다행"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하우스 난방비로 3천500여만원을 사용했다"면서 "비싼 난방비를 써가며 애지중지 키운 장미를 팔아 빚도 갚고 생활비로 쓰려 했지만, 장미가 얼마나 팔릴지 예상을 할 수 없다"고 고개를 떨궜다.
그러면서 "다음 주부터 가격이 싸고 꽃이 큰 외국산 장미가 수입될 예정"이라며 "외국산 장미가 들어오면 국내 화훼농가들의 유찰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씨는 "정부가 국내 화훼농가들을 위해 수입해 오는 꽃의 양을 조절해주고 한국 화훼농협은 농가들이 상시 꽃을 팔 수 있는 장소제공, 조합원들을 위한 환원사업 등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같은 어려움이 계속되면서 화훼농업을 접는 농가도 잇따르고 있다.
평택에서 12년간 장미 재배를 해 온 이모씨는 "꽃 시장이 침체한 상황에서 청탁금지법까지 시행된다고 해서 지난해 4월 미리 화훼농사를 그만뒀다"며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내가 아는 사람만 벌써 6명이 화훼농사를 포기했다"며 "특단의 조치가 있지 않으면 앞으로 문 닫는 화훼농가는 더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kwang@yna.co.kr
ns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