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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유라시아 가족여행 했더니 삶이 달라졌어요"
2016-01-14 11:51:12최종 업데이트 : 2016-01-14 11:51:12 작성자 :   연합뉴스
호카곶에서 기념촬영한 빼빼가족 (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유라시아 가족 버스여행 개척자인 빼빼가족이 2014년 유럽의 서쪽 끝 포르투갈 호카곶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6.1.14 <<빼빼가족 제공>> leeyoo@yna.co.kr
빼빼가족 아버지 베스트셀러 작가 변신…자녀들은 행복한 일탈

(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한창 공부해야 할 고3 딸과 고2·중3 아들 등 자녀를 데리고 1년간 세계여행을 떠날 부모가 있을까.

베스트셀러 작가된 '빼빼가족'유라시아 버스 여행 개척자인 '빼빼가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가장 최동익씨, 부인 박미진씨, 막내 진우, 둘째 진영씨, 뒤는 큰 딸 다윤씨.

빼빼가족으로 알려진 최동익(53)·박미진(48)씨 부부는 이미 그런 경험을 했다.

최씨 가족(울산시 울주군)은 2013년 6월 3일 울산 간절곶을 출발해 2014년 5월 16일까지 348일간, 12년된 25인승 중고버스를 타고 유라시아 25개국, 163개 도시, 5만여 ㎞를 여행했다.

아시아 대륙의 동쪽 끝 간절곶에서 출발해 서유럽 끝 포르투갈 호카곶(Cabo da Roca)을 돌아 귀환한 것이다.

이 위험하고 무모(?)한 여행에서 돌아온 지 1년 6개월. 이 가족은 또다른 일탈을 꿈꾸고 있다.

최씨는 부인과 자녀의 도움을 받아 여행기록과 소감을 1년간 집필한 끝에 2015년 6월 여행 에세이집 빼빼가족, 버스 몰고 세계여행을 발간했다.

책은 지난해 7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월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것이다.

최씨는 14일 "먹고 살 길이 막막했는데 책이 많이 팔려 기분이 좋다"며 "그 보다 여행을 통해 진짜 아버지가 된 것이 더 기쁘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또 "가족의 소중함을 알리고, 아이들이 존경하는 아버지가 되고 싶어 여행을 다녀왔다"며 "아이들이 공부할 나이지만 이때가 아니면 가족이 긴 시간 함께 여행하는 것은 평생 불가능할 것이라 여겼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공교육에 대해 95%는 공감하고 5%는 공감하지 않는다"면서 "그 5%를 부모가 할 수 있다고 판단해 여행에 도전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자립심과 세상에 맞설 수 있는 맷집을 키웠다.

'아버지' 명함유라시아 가족 버스여행을 개척한 '빼빼가족'의 가장 최동익씨의 명함. '아버지'라고 새긴 명함이 이채롭다.

큰딸 다윤(22)씨는 여행 중 유라시아 전체를 찍은 동영상을 편집하고 있다. 여행 경험을 정리한 동영상을 무기로 수도권 대학 수시입학에 도전할 계획이다.

다윤씨는 현재 대학 3학년이 되어야할 나이지만 여행 후 삶에 대한 여유가 생겼다.

그녀는 러시아의 한 작은 도시에서 고등학교 2학년까지 오후 2시 이후 학교에서 공부하지 않고, 집에 가서 자신의 일을 하거나 휴식한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그런 나라에서 세계 우주 최강국의 인재들이 자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필요할 때 가서 하고싶은 공부를 하는 곳이 대학이라고 믿게 된 이유다.

아들 진영(20)씨도 또래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고졸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가족여행을 다녀온 진영씨는 여행 후 자신의 5개년 계획을 세웠다.

1년마다 다른 직업을 체험한 뒤 적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거나 대학에 진학해 공부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년은 여행 중 맛본 세계 각국의 피자에 빠져 피자가게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피자 만드는 법을 배웠다.

올해에는 중앙아시아에서 반했던 말에 대해 배울 계획이다. 말을 조련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배워 마필관리사 자격증을 딸 작정이다.

막내 진우(19)군은 공부에 관심이 없었으나 여행 중 사진을 찍으며 다큐멘터리 사진작가가 되고 싶어 고등학교로 복귀했다. 깊이있고 전문적인 사진작가가 되려면 공부해야 한다고 여겼다.

아이들은 집에 오거나 나갈 때 부모에게 90도 폴더 인사를 한다.

최씨는 "1년간 4평 남짓한 버스에 갇혀 지낸 가족여행이 서로 참기, 배려하기, 존경하기를 가르친 것 같다"며 "버스가 고장 나거나, 길을 잃는 어려운 상황을 함께 극복하고 기쁠 때 함께 웃으며 배려와 여유를 배웠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버스를 타고 하루 100㎞ 다녔는데, 문을 열면 어떤 곳은 전쟁터고, 어떤 곳은 꽃밭이고, 어떤 곳은 시베리아였다"며 "한 치 앞을 모르니 서로 돕고 분노를 조절하는 능력이 절로 생기더라"고 덧붙였다.

어머니 박씨는 "여행 전에는 경제적 문제와 아이들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았으나 이젠 사라졌다"며 "자녀에 대한 기대는 엄마의 욕심인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최씨 부부는 이제 둘만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씩씩이라고 이름 붙인 포터 트럭에 짐을 싣고 전국을 여행할 채비를 하고 있다.

leeyo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1/14 11:5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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