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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들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방법
내 곁에 사람들을 손님처럼 귀하게 대하자
2014-01-28 21:20:40최종 업데이트 : 2014-01-28 21:20:40 작성자 : 시민기자   안세정
이제 30대 후반에 접어 들으니 주변 친한 이들 부모님의 임종소식을 자주 접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 당연히 세상을 떠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이 하늘 나라로 떠날 때는 가눌 수 없는 슬픔은 어쩔 수 없는 일인 듯 하다. 아직 부모님이 살아 계신 나로서는 그런 일을 겪는 지인들에게 다가가 어떤 위로를 해주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언제나 함께 있을 것만 같은 가족이 영영 내 곁을 떠난다는 것은 얼마나 힘들고 슬픈 일인가. 

"세정아, 나 아직 우리 아빠 보내드릴 준비가 안됐어. 포항에 좀더 머물다가 올라갈게."
 이웃 친한 언니의 친정 아버지가 얼마 전 점심 식사를 하시고 낮잠을 주무시러 방에 들어가신 후 심장마비로 갑작스레 하늘나라에 가셨다. 그날 아침 친정아빠로부터 어린 손자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며 몇 번이나 부재중 전화를 받았던 언니는 지인들과 모여 수다를 떠느라 바로 전화를 걸지 않고 미루다가 뜻밖에 임종소식을 듣고 정신을 잃고 말았다. 

어느덧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두 달이 넘게 지났지만 아직도 언니는 친정에서 지내고 있다.
"엄마가 밤마다 아빠를 찾고, 낮에도 제 정신이 아니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직은 친정엄마 곁을 지켜 드려야 할 거 같아."
언제 다시 올라오냐는 안부문자에 다음과 같은 답장문자를 받으니 맘이 씁쓸하고 짠하기만 했다. 영원히 함께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날이 영원히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는 우리들. 아주 먼 미래의 일 일거라는 착각으로 우리는 곁에 있는 사람들과의 이별을 상상도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자기야, 봉열이 어머니가 갑자기 패혈증으로 돌아가셨대. 지금 바로 여수로 내려가봐야 할 거 같아."
남편의 가장 친한 친구 어머니가 68세를 일기로 하늘나라로 가셨다. 서울에서 대기업 공채로 입사한 친구는 그곳에서 지금의 와이프를 만나 도시의 중산층 커플로 아이도 낳지 않고 넉넉한 도시인의 삶을 즐기며 사는 현대인이다. 
그런 친구는 바쁜 일상으로 고향에도 자주 내려가보지 못했던 것이 한이 된 듯 퉁퉁 부은 눈으로 어머니가 돌아가신 길을 어떻게든 붙잡고 싶은 마음으로 가슴을 치고 있었다. 

"선산에 어머니를 묻으러 갔는데 관을 흙으로 다 덮고 났는데 그때까지 묵묵한 표정으로 일관하시던 봉열 아버님이 갑자기 오열을 하는데 그 모습 보는 우리가 다 눈물이 나서 혼났어. 정말 부모님 살아계실 때 잘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

아마 자식들도 자식이지만, 배우자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도 언젠가 먼 훗날, 아니 하루 아침에 부모를 잃거나 배우자, 자식을 잃는 슬픔을 겪게 될 것이다. 그것은 누구라도 겪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누구나 겪게 되는 인생의 수순이다. 그 과정에서 삶의 진짜 가치를 얻게 될 수 있고, 몰랐던 새로운 순리를 알게 될 테지만, 분명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뼈아픈 과정이다. 

곁에서 그런 일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느끼는 심정은 모두 비슷하다. '있을 때 잘해야겠다.' 그러면서도 다시 돌아오면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일상이다.

사랑하는 이들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방법_1
내 주변 무엇이라도 귀하고 귀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엄마, 왜 아침부터 전화예요? 아침에는 애 둘 어린이집 보내느라 정신 없는 거 몰라요!?"
무릎수술 후에 집에서 요양중인 엄마에게 걸려온 전화를 냉정하게 끊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마음처럼 부모님을 대하지 못하는 게 한탄스러우면서도 바쁜 아침 전화로 더 정신 없게 하는 친정엄마의 눈치 없는 행동이 원망스럽고 짜증스럽기만 하다. 

불과 며칠 전에 '우리 부모님이 아직 건강하게 살아계시니 다행이고 감사하다. 잘해야지~' 생각했던 마음은 어느덧 온데간데 없고 마치 영원히 옆에 있을 것처럼 홀대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을 겨우 어린이집에 무사히 보내놓고 수화기를 들어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엄마, 미안해요. 아침에는 애들 챙겨 보내느라 정신 없는 거 알잖아. 왜 전화했어요?"
딸의 미안하다는 한 마디에 좀 전에 서럽고 서운했던 마음이 금방 눈 녹듯 사라진 친정엄마는 다리가 너무 아파서 다시 입원을 해야 할 지 고민이 돼서 전화했노라 속내를 털어놓는다. 

한편, 애들 뒷바라지 하면서 부모님의 안위를 살펴야 하는 위치가 힘들고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여전히 나는 부모님께 많은 사랑과 은혜를 입고 있는 사람이다. 어떤 물질적인 지원이 있는 게 아니라고 해도 부모님의 존재만으로도 정신적인 안락함을 제공받고 있는 것이다. 

내 곁의 소중한 사람들, 내가 늘 뭔가를 해줘야 하는 이들로 또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사람으로 여기면서 소홀히 하기보다 하루 아침에 내 곁을 떠날지도 모르는 손님처럼 귀하고 귀하게 대해보면 어떨까. 아마 그러면 정말 내 사랑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는 그날에 후회와 상실감이 덜하지 않을까 싶다. 늘 곁에 있는 사람들, 나를 살게 하는 사람들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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