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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서 시장으로..수원 시내를 걸었다
아내와 길을 걸으며 나눈 대화
2014-01-29 00:53:11최종 업데이트 : 2014-01-29 00:53:11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형효

사람은 항상 새로운 경험으로부터 새로운 일상을 선물 받는다. 어제는 아내와 함께 수원 시내 한복판을 제일 많이 걸었다. 이제 늦겨울이라는 실감이 나는 최근의 날씨가 봄이 성큼 다가온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얼었던 눈도 녹는 느낌이 다르고 햇볕도 다르다. 화단과 풀이 돋는 자리에는 언 땅을 성급히 뚫고 나오는 새싹이 엿보인다.

오후 2시 집을 나섰다. 구매탄동 시장 인근에서부터 걷기 시작해서 수원 청소년문화센터 앞을 지나 계속 걸었다. 뉴코아를 지나 나혜석거리를 지났다. 내게는 익숙한 도심 풍경이고 아내도 이미 여러 차례 걸었던 길이다. 하지만 여유롭게 공원길을 걷는 마음으로 산책을 하듯 걸었더니 한참 넉넉해진 느낌이다. 아내도 그런 마음, 그런 느낌을 함께 했는지 매우 편안해 보였다. 
사실 네팔의 도심을 휘어잡듯이 오토바이로 취재를 다니던 아내가 한국의 도심 거리를 걸으며 갖는 느낌은 사뭇 다를 것이다. 수원 시청역까지 걸었다. 그리고 수원 시청역을 탐방하기 시작했다.

수원 시청역에 진입했다. 아내는 에스컬레이터로 지하 깊숙이 들어가는 데 놀라움을 표했다. 깊다는 것이다. 역 대합실에 진입하자 고은 선생님부터 수원 출신 시인들의 시화가 전시되어 있었다. 운행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조금은 을씨년스러울 수 있는 대합실 풍경을 정적으로 전환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와 나는 화장실에도 가보고 역 대합실 곳곳을 보고 또 보며 살펴보았다. 

공원에서 시장으로..수원 시내를 걸었다_1
수원시청역을 아내와 샅샅히 살펴보며 서울로 가는 길을 점검해 보았다.

아내는 아이가 있는 어머니들이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곳이라고 설명해준 수유방을 소개하자 곧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아내는 함께 낯선 길을 걷거나 새로운 장소를 가서 관심 있는 것들에 대해서 사진을 찍어 달라 청한다. SNS에 올리거나 네팔에 소개하는 기사에 활용하려는 것이다. 시청역을 나와 수원시청 앞에서 버스를 타고 수원역 주변의 네팔 레스토랑과 가게에 들러 네팔인 이주노동자들과 만났다. 

최근 수원 주변 도시의 많은 네팔인 취업자들이 기업체 사정으로 실직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수원이 중심이 되어 구직을 알아보러 오거나 고용노동센타를 찾아오는 네팔인 이주노동자들이 많다. 
현재 네팔대사관에서 파악한 네팔인 이주노동자 중 구직을 못한 합법적인 노동자가 190여명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의지할 곳을 잃은 사람들처럼 허허로운 그들과 대화가 통하는 사람들끼리 차 한 잔 나누는 시간은 그들에게 웃음을 주는 시간이다. 

그들의 표현이다. 안타까운 시간들이다.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겨울철에 직장을 잃게 되면 오갈 곳이 없다. 최근 천안과 평택, 오산 등 주요 복지센타와 외국인 이주노동자 후원단체들의 숙박시설에는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머물고 있다고 한다. 
날은 추운데 3개월 이내에 구직을 해야한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불법체류자가 되거나 귀국해야하는 처지가 되는 것이다. 수원의 매산시장 인근의 네팔 상점을 나와 다시 걷기 시작했다.

공원에서 시장으로..수원 시내를 걸었다_2
매산 시장 인근에서 만난 네팔 이주노동자들, 시름 깊은 모습도 있고 밝은 얼굴도 있다. 사진 아래는 염태영 시장님과 아내 먼주 구릉

아내와 나는 매산시장에서부터 지동시장까지 걸었다. 지동시장에서는 모처럼 삶은 돼지고기에 막걸리를 마시자며 삶을 고기를 사고 생선포를 샀다. 
때마침 설맞이 시장을 둘러보던 염태영 시장님 일행과 만나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아내도 몇 차례 먼발치에서 바라보았던 경험이 있고 시장 상인과 어울리는 모습을 주의 깊게 보다 사진을 찍으려고 다가갔다. 
아내가 시장님과 인사를 나누게 되자 사진촬영을 청했다. 외국인 아내에게 좋은 기념사진을 선물할 기회였는데 급하게 스마트폰을 활용해 찍다보니 초점이 흐려서 사진 상태가 좋지 못했다. 하지만 아내와 또 하나의 이야기 거리가 생겼다. 

지동시장에서부터 다시 길을 걸어 빈센트 병원과 동수원병원을 지나 청소년문화센타 육교를 건너 집으로 돌아왔다. 
매우 먼 길을 걸었다. 하지만 공원길을 좀 더 오래 걸은 것처럼 여유롭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길을 걸으며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고 고려왕조에서 조선왕조를 거슬러온 역사적 과정을 이야기하기도 하였다. 가장 긴 시간 깊이 있게 이야기한 것이 포은 정몽주와 태종 이방원의 단심가와 하여가에 대한 이야기다. 부부가 길을 걸으며 나눈 이야기라 하기에는 매우 품격 있는 시간이었던 듯하다. 

아내는 그렇게 수원의 도심거리를 걸으며 우리 역사를 배우기도 하고 시장분위기를 통해 명절에 대해 느끼기도 했다. 저녁은 삶은 돼지고기와 막걸리로 술잔을 기울이며 하루를 보냈다.  

아내 먼주 구릉, 염태영 수원시장, 김형효, 네팔인 이주노동자, 지동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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